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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9월 11일 07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9월 12일 14시 12분 KST

비상사태? 뭣이 중한디?

연합뉴스

지난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기 전날, 한민구 국방장관은 국방부 출입기자실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국방부 간사 기자가 "북한 핵 실험이 임박했다"는 일부 보도를 인용하며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한다는데 그런 징후가 있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장관 답변이 "그런 일부 언론 보도는 짜깁기 수준"이라며 "북한이 핵 실험한다는 징후는 없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어떻게 되었을까요?

정부는 북한 5차 핵실험으로 지금이 비상사태라고 합니다. 5차 핵실험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다가 지방에 내려간 국무위원들이 모이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런데 그 '비상'의 내용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이 비장한 선언은 공허한 외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 (9일) 열린 긴급 국방 상임위에서 국방부 답변을 듣자하니 이분들이 북한 핵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기나 한지, 도무지 모를 지경입니다. 합동참모본부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정보를 장관에게 제대로 보고하는지조차 의심이 듭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어떤 내용을 실험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전문가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지난 4차 핵실험에 이어 이번 핵실험이 과연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이용해서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한 것인가, 만일 그것이 성공한 것이라면 핵탄두 소형화가 더 앞당겨진 것 아닌가, 라는 판단에 있습니다. 이걸 판단하려면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추출하는 5MWe 흑연감속 원자로의 가동상태와 삼중수소를 추출하는데 필요한 리튬6를 광산에서 채굴했는가 여부가 중요합니다. 핵 실험 하나만 볼 것이 하나라 핵관련 활동 전체를 종합해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에 시기 판단의 기초가 되는 전략정보의 핵심사항입니다.

그런데 한 장관은 리튬이 뭔지, 삼중수소가 뭔지 아예 알아듣질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걸 왜 묻는지 "질문하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하다가 재차 질문하니까 "그건 실무 수준에서 파악해야 할 문제"라며 자신이 왜 그런 걸 확인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그러면서 자세한 내용은 "정밀분석을 해 봐야 안다"고 대충 넘어가는 겁니다. 지난 4차 핵실험을 한 지 8개월이 지나도록 정밀분석이 안 되는데 이번에는 정밀분석이 된다는 그 어떤 보장도 없습니다. 국방부 반응은 "북한이 핵 실험을 하면 한 거지 자세한 알아서 뭘 할거냐"는 식입니다. 그냥 "우리는 북한 핵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고백하는 게 낮지 계속 뭘 빙빙 돌려 이야기하는데 신뢰할 만한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면 지금이 왜 비상사태인지, 근거가 없습니다. 딱히 북한에 대해 조치할 만한 것도 없습니다. 정작 비상사태는 우리가 아는 것이 없다는 데 그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은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생뚱맞게 "국론 분열세력과 불순세력을 철저히 감시하라"고 말하는 그 의도가 뭔지도 아리송합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고 체계적인 위기관리 방향도 없이 저렇게 감정적으로 말하는 대통령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뭘 알고서 대비를 하는 것인지, 아닌지 정부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도대체 뭣이 중한 것입니까?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