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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12일 11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12일 14시 12분 KST

천사가 만든 악마의 견과류 음식 '리얼씨리얼' 김정관 대표 인터뷰

그를 처음 접한 건 페이스북이었고, 그는 2012년 대선에서 '보트스마트'라는 대선 블라인드 테스트를 내놓았었다. 공약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서비스며, 포털 다음(DAUM)에서 곧 유사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내게 정치 사회적 관심이 뛰어난 굉장한 프로그래머 이미지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도심에서의 양봉'을 홍보하고 있었다. 농부도 아니고 도시인도 아닌 특이한 모습으로. 흥미롭다. 오랫동안 그를 잊고 살았는데 그는 어느 날 또다시 테크/브랜딩/농업 이미지가 적절하게 섞인 스타트업으로 다시 나타났다. '리얼바' 이야기다.

젠틀맨 리그 #7 '리얼씨리얼, 리얼바' 김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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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개발자?

그를 처음 접한 건 페이스북이었고, 그는 2012년 대선에서 '보트스마트(https://www.facebook.com/votesmart.co.kr)'라는 대선 블라인드 테스트를 내놓았었다. 공약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서비스며, 포털 다음(DAUM)에서 곧 유사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내게 정치 사회적 관심이 뛰어난 굉장한 프로그래머 이미지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도심에서의 양봉'을 홍보하고 있었다. 농부도 아니고 도시인도 아닌 특이한 모습으로. 흥미롭다.

오랫동안 그를 잊고 살았는데 그는 어느 날 또다시 테크/브랜딩/농업 이미지가 적절하게 섞인 스타트업으로 다시 나타났다. '리얼바' 이야기다. 양봉을 추천하는 것부터 흥미로웠는데 그런 그가 건강식을 '벤처기업'에서 만든다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건 아주 짧은 관심이었을 뿐이다. 직장인일 뿐이며 주전부리를 잘 하지도 않는 기자가 무턱대고 간식거리를 주문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를 어느 벤처기업 전시회에서 만났고, 그는 마치 페이스북 친구들을 모두 기억한다는 듯 반갑게 샘플을 내밀었다. 1/4 사이즈로 제작한 샘플은 지옥에서 끓인듯한 순두부 같은 맵고 짠 음식을 선호하는 기자에게 밍밍하고 심심할 것 같았다. 충격적이었다. 견과류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향이 중독적이었다. 그가 기자들과 나눠먹으라며 통 크게 줬던 샘플 열 개를 혼자 다 먹어치워 버렸다. 나는 원래 혹독한 다이어트로 눈앞에 마카롱이나 티라미슈를 들이대도 눈길 한번 안주는 '음식에의 냉혈한'이다. 본의 아니게 과식을 해버린 셈이다.

샘플을 다 마신 후 그를 다시 찾아 (샘플을 좀 더 얻을 요량으로) 식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는데, 오도독하고 씹히는 견과류만큼 맛 좋은 스토리를 갖고 있었다. 1주일이 지난 후 바로 그, 김정관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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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과 비영리 법인을 오가는 삶

다시 만난 그는 사실 프로그래머가 아니었다. 사회적 기업 재단에서 근무하다 퇴사 후 스타트업을 차렸고, 이전에는 호텔경영을 전공했다고 한다. 프로그래밍은 취미이자 먼 미래의 꿈이었다. 양봉은 친구의 사업이었고, 마침 쉬고 있을 때 홍보를 함께한 수준이었다. 호텔경영을 전공했지만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아 프로보노 활동 초기 개념이 잡히던 2007년부터 프로보노 단체에서 근무했고, 이때 사업가나 컨설턴트 등을 만나며 창업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창업을 배우기 위해서 쇼핑몰에서 MD를 거쳤다. 그렇게 그는 비영리 영역(프로보노), 민간 기업(커머스), 사회적 경제 영역(재단)를 모두 경험 후 창업을 선택했다. 이유를 물었다.

"수익 활동보다는 유익한 게 재밌더라고요. 보트 스마트 때는 직장인이어서 보트 스마트로 돈을 벌 필요는 없었거든요. 제가 궁금하니 남들도 궁금할 거라고 봤고, 좋은 성과를 얻으니 참 재미있더라고요. 이렇게 기존에 없는 걸 처음 만드는 걸 선호하는 성격이고 퇴사 후엔 뭔가를 새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는데, 이런 걸 보고 사람들은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라고 하던데요."

그런데 왜 음식일까? 농부의 마인드가 있어서?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기업에 불과할 수도 있는데 왜 소셜 벤처라고 부르는지도 궁금했다. 그는 재활용품이나 친환경 소재로 좋은 품질의 옷을 만드는 '오르그닷', 대안경제미디어 '이로운넷' 등의 서비스를 보며 유익한 일을 하면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음식을 선택한 건 본인이 겪은 일 때문이다. 삼십 대 초반 싱글인 김정관 대표가 주로 먹던 것은 편의점 음식, 삼각김밥과 컵라면 등이었는데(기자도 완벽하게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건강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이후 채식을 통해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약간 마른 체형의 김 대표는 살을 찌우고 싶었는데 완전한 채식으로는 어렵다는 걸 깨닫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이렇게 모든 파편이 뒤섞여서 탄생한 것이 바로 '리얼 씨리얼'. 그 핵심 제품인 '리얼바'다.

바 형태가 된 이유는 식사 시간을 건너 뛸 정도로 바빴던 그의 경험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쁜 일상을 지내는 이라도 쉽고 빠르게 건강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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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만든 악마의 음식

이렇게 탄생한 리얼바를 맛봤다. 사실 이렇게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맛이 없으면 절대로 먹지 않는 게 사람이다. '사회적 기업이니 많이 먹어주세요, 잘했어요 짝짝짝'하는 태도가 식품 소비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맛이 먼저니까.

기자가 느낀 그대로를 적어보겠다. 반투명한 봉투를 까면 견과류가 촘촘히 박힌 강정 모양의 바가 나타난다. 에너지바처럼 세차게 깨물었다. 첫맛은 강정과 비슷한데 견과류의 깊은 풍미가 침샘을 자극해 침이 질질 흐르기 시작한다. 마무리는 건 크랜베리의 진한 빨간 맛(이 이상으로 표현할 수 없다)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베어먹고 나면 옹골찬 40g의 리얼바가 10~20초 내에 사라진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두 번째 봉지를 까고 있다. 홀푸드로 만든 악마의 음식이 탄생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세 개 정도는 정신을 잃고 먹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 음식을 나눠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고 혼자 챙긴 리얼바는 견과류나 오트밀을 활용하는 모든 음식을 대체할 수 있다. 기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맥도날드 아이스크림, 아이스 아메리카노, 빙수 등과 함께 먹었다. 우유에 꿀을 조금 넣고 리얼바를 잘게 부숴 말아 먹은 적도 있다(개인적으론 이게 최고였다). 제과를 즐기는 가정이라면 녹인 초콜렛을 발라도 된다. 이렇게 함께 먹기에도, 혼자 먹기에도 좋다. 이 글을 쓰면서도 침을 질질 흘리는 수준이다. 김 대표는 맥주와 시원하게 먹는다고 한다.

리얼바의 맛이 궁금하다면 소정의 금액을 내고 김 대표의 방문을 요청하면 된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시식 가능하며, 이 기사를 보고 연락했다면 센스있게 맥주 한잔을 권할 것이다. 바로 구매를 원한다면 http://realseereal.com에 방문하자. 예약을 받아 판매한다. 금방 매진되니 뉴스레터를 받는 것이 편리하다. 인공첨가물이나 방부제가 없어 유통기한이 한 달이니 적당한 양을 주문하길 권한다. 모바일이나 비트코인 결제도 대환영 중이라고. 현재 6차 예약판매를 앞두고 있으며 5차까지의 주문은 완판된 상태.

그런데 여기자들은 먹기 전 지들도 여자라고 포장에 집중한다. 허겁지겁 다 먹고 나면 포장이 상당히 예쁘다는 걸 알게 된다. 김정관은 자신의 역할이 '브랜드매니저'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무리 건강한 식품도 맛이 없고, 포장이 시골스러우면 안 된다는 김 대표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선물용 패키징으로도 손색이 없는 느낌이다.

이렇게 맛있고 포장도 예쁜 리얼바의 성분은 오트밀(귀리), 아몬드, 캐슈너트, 건조 크랜베리, 호두, 해바라기 씨, 천일염 등 듣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것들로 이뤄져 있다. 저나트륨(1일 영양소 기준치 대비 2%에 불과)이며 고단백질(1일 기준치 대비 12%)으로 이뤄져 있다. 나트륨은 맛을 살리기 위해 아주 약간 들어가며 당분은 올리고당을 사용했고 건조크랜베리에 약간의 설탕이 들어간다. 열랑은 개당 174kcal다. 나트륨을 넣은 이유는 그가 외식경영을 공부할 때 배운 맛의 밸런스를 위해서다. 일단 맛있어야하니까.

리얼바의 철학이나 패키징 등이 더 궁금하다면 그의 블로그와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정관은 호쾌하게 웃으며 리얼바를 더 주지 않고 "모든 기업은 사회에 환원을 하거나 공헌하기 위해 생겨났다고 본다. 소셜벤처는 그 역할을 빠르게 하는 기업이다"며 쿨하게 떠났다. 이렇게 쿨한 사회공헌 기업 대표를 뭐라고 해야 할까. 리얼맨? 쿨대표?

여튼 나는 그를 다시 만나고 싶은 열망에 휩싸인다. 맥주 맛과 리얼바의 조합이 궁금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