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4년 05월 22일 10시 39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7월 22일 14시 12분 KST

실패한 청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피프티하우스 여인욱 대표 인터뷰

돈 대신 꿈을 주겠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이 모여서 서로의 꿈을 이룬다-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현실이 아니었다. 소수를 제외한 모두가 떠나가고 의미 없이 1년을 보냈다. 청년의 패배이자 실패다. 할 수 있는 건 대다수 이십 대가 꺼리는 '영업 기반의 기업'이다. 영업은 창업만큼 신내림이 필요한 영역이다. 노하우를 가르쳐도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 그러나 빠르게도 실패한 이들의 절실함이 사업을 일으키게 한다.

젠틀맨 리그 #4 실패한 청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피프티하우스, 여인욱

청년 창업가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학창 시절부터 남다른 커리어를 자랑하며, 피가 끓어서 사업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 김세중, 김동신 등이 그들이다(물론 그들도 직장은 다녔다). 반대로 온건한 학창시절에, 꿈 없이 지내던 이들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직장을 다니던 이들도 더러 있다. 어느 날 신내림을 받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도 일부의 공통점은 있는데, 부모님 강요 없이 스스로 공부를 선택했고, 좋은 성적을 갖고 나서는 허탈해한다는 것이다. 여인욱이 그랬다.

주변 사람이 공부를 한다. 이유 없이 공부를 한다. 우리는 대다수가 그냥 공부를 해왔다. 그리곤 공기업이나 삼성전자를 선택한다. 이는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당시 교육과정이 꿈을 찾아주거나 적성을 발견해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스스로 발견한 이들을 칭찬해줄 필요는 있지만 반대라고 해서 힐난할 필요는 없다.

여인욱도 공부를 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일단 대학을 잘 가야 했다. 대학을 이루고 나니 뭘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뜻 없이 군대를 마치고 난 뒤엔 더욱.

공모전 따위의 것들이 자신의 삶에 실효성을 가져다주는 케이스는 드물다. 다만 사업가들은 이때 자신을 최초로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할 것이 없어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여인욱은 사업가의 자신을 발견했고, 사업을 하기로 했다.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던 부모님은 처음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 자신이 사업가로 살아왔던 아버지는 자식의 고생을 원치 않기 마련이다. 여인욱은 확신이 없었다. 아버지께 증명할 수 없었고 스스로도 증명해본 적이 없다. 목표가 아닌 수단으로 가장 빠른 창업 대회였던 2011년, 벤처기업협회의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사업보단 프레젠테이션을 잘해서.

경영학 전공인 여인욱은 개발이나 디자인은 할 수 없다. 그래서 연세대, 카이스트 등지에 전단을 붙여 사람을 끌어모았다. 돈 대신 꿈을 주겠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이 모여서 서로의 꿈을 이룬다-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현실이 아니었다. 소수를 제외한 모두가 떠나가고 의미 없이 1년을 보냈다. 청년의 패배이자 실패다.

이때 벤처기업협회의 멘토로 있던 김세중 젤리버스 대표가 멘티였던 세 기업의 대표들을 모았고, 아이템을 다 바꿔 새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들은 이것을 '결혼'이라고 부른다. 결혼한 세 창업자는 동료의 소중함과 사업의 어려움이란 절실함이 있었다. 그런데 이중에도 프로그래머는 없었다. 경영 전공 둘에 화학과 한 명. 할 수 있는 건 대다수 이십 대가 꺼리는 '영업 기반의 기업'이다.

영업은 창업만큼 신내림이 필요한 영역이다. 노하우를 가르쳐도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 그러나 빠르게도 실패한 이들의 절실함이 사업을 일으키게 한다. 팔 수 있는 걸 찾으러 셋이 움직여도 한 몸 같아야 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바로 '피프티하우스'다. 재력가인 사장님을 찾아가 사정을 말하고 보증금 50에 월세 50의 방을 찾는 기적을 행하며 피프티하우스라 이름을 붙였다.

수익 없이 소액의 돈으로 연명했다. 단지 연명했을 뿐이다. 대부업체의 대출 문자를 받고 반가운 마음에 답장해본 적도 있다.

영업으로 무얼 할까 생각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배너광고 시장을 엿봤고 거대 마케팅비를 지출하며 효과는 내지 못하는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제안서를 뿌렸다. 그들은 새로운 광고를 원하지만 검증은 돼야 한다고 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피프티하우스의 아마추어 선수 셋은 아침엔 어금니를 깨물며 이불을 집어 던지며 일어나고, 저녁 즈음엔 다시 좌절한다. 조금의 빛도 보이지 않을 만큼 눈 위까지 이불을 덮고 낙망한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웠다.

그들이 독한 눈빛으로 뛰어나다 슬슬 좌절하는 청년으로 바뀌어가는 오후 즈음 타깃 중 하나인 병원 대상 광고대행사에서 연락이 왔다. 광고 상품에 약간의 오류가 있다고 했다. 이들의 도움으로 피프티하우스는 피벗팅(Pivoting, 사업 아이템 전환)에 성공한다.

현재 주요 광고주는 쇼핑몰이다. 쇼핑몰은 화보에 가까운 착장 콘텐츠를 갖고 있다. 구매하지 않으면서 사진만 참고하는 패션블로거나 일반 소비자가 많다. 여인욱은 여기에 착안해 쇼핑몰을 광고주로 모시려 했다. 또래인 쇼핑몰 사업주 역시 새로운 매체에 대한 관심은 없다. 연 매출 200억에 달하는 쇼핑몰이 소액에 해당하는 광고 수익에 눈을 돌리긴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영업 기반' 회사의 힘이 드러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쇼핑몰은 화보를 위해 해외에서 촬영을 한다. 또 패션의 요소 중 하나인 뷰티제품 증정을 좋아한다. 여인욱은 여행사와 화장품 광고를 제공했다. 여행사나 화장품 제조사의 입장에서도 현금을 주는 것 보다 네 배에 해당하는 현물을 주는 것이 편하다는 것은 이미 깨달은 후였다.

남성 쇼핑몰의 경우 락 페스티벌, 디제잉 페스티벌, 맥주 등의 광고에 큰 반응과 클릭률을 보인다. 이렇게 그들은 여러분이 알만한 대다수의 쇼핑몰에 광고를 유치했다.

그들은 여전히 피프티하우스에 살고 있지만 이제 불같은 가슴 아래로만 이불을 덮는다. 보고 싶지 않았던 밤의 별은 이제 꿈을 꾸기에 적절하다.

비용이 필요없는 사업은 흑전에 성공했고 다음 스텝을 위한 시드 머니가 차곡차곡 모이는 중이다.

다음의 아이템은 '파파라치 커플 사진'이다. 커플 사진도 스튜디오에서 찍으면 상당한 고가(약 15만 원~20만 원)이다. DSLR, 후보정, 스튜디오 사용료, 인화지, 고급 액자 등 비용이 적게 드는 사업은 아니다. 그런데 멋은 있지만 재미는 없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파파라치샷. 조금이라도 특별해야 하는 한국에 적합한 문제지만 역시 가격이 문제로 남아있다. 약 10만 원으로 스튜디오 촬영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소셜 미디어에 자랑하기도 좋지만, 집에 걸어놓고 좋은 날을 상상하기엔 더 좋다.

여인욱의 슬픈 날은 이제 지나갔다. 성공하지 않았지만 성장하고 있다. 피프티하우스가 빌딩 50채가 될 때까지, 구성원이 행복할 때까지 별 아래에서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