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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7일 09시 4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27일 14시 12분 KST

간증의 시간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접한 제다이교 신자의 행복과 기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접한 제다이교 신자의 행복과 기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스타워즈> 광팬이다.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서 있다. 아주 오래전 우연히 돌려본 채널에서 <스타워즈>를 처음 보았다. 곧바로 제국군의 이미지에 압도되었다. 조금 큰 이후에는 제국군을 향한 열망이 내안에 파시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지 오랜 시간 고민하기도 했다. 전세대가 레니 리펜슈탈의 <의지의 승리>를 보며 내심 걱정했던 것들을 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5: 제국의 역습>을 보며 느꼈다.

밥벌이에 나선 이후로 <스타워즈>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집 전체가 그냥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상점에 가깝다. 옆에 사람이 없을 때는 늘 다스 베이더의 숨소리를 따라하면서 걷는다. 나는 심지어 제다이를 종교로 믿는 사람들의 해외 그룹에도 가입되어 있다. 고백하기 어렵지만, 나는, 아 나는 아직도, 집에서 혼자 광선검을 가지고 논다! 입으로 소리를 내면서! 아흐흑! <스타워즈>에 관한 한 나는 정상이 아니다. 그래서 미리 경고하는 거다. 이 글에는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욱 건조하게 쓰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찌 됐든 나는 <스타워즈>에 관련된 이상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명확한 전략 아래 굴러가는 영화다. 이 영화는 시리즈 1편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의 구성과 감성을 그대로 복기하고 있다. 은하계 촌구석의 주인공이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중요한 데이터를 가진 드로이드를 만나게 되며 악당 세력의 추적을 받는다. 한 솔로와 츄바카는 도로 악명 높은 밀수업자가 되어 있고 주인공들을 만나 그들을 실어나른다. 그런 와중에 주인공은 자신의 피에 흐르는 포스를 직감한다. 주인공들은 악당들이 득실대는 은하계 구석의 바에 들어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한다. 악의 세력은 반칙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무기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무고한 행성에 발사해 파괴한다. 주인공들은 가까스로 저항군에 합류해 악당들과의 대결에 나선다. 엑스윙 편대가 나서 이 얼티멋 웨폰을 파괴한다.

다시 말하지만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얼개만 따져보았을 때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과 완벽하게 똑같다. 이러한 서사의 전략은 이 영화의 목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만든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에피소드6 이후에 붙어나온 에피소드7이 아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스타워즈>라는 거대한 세계관을 부활시키고 관객과 재회하게 만드는 리부트영화다. 리부트영화이되 영화적인 모든 요소를 동원해 리부트가 아닌 척하는 것. 그것은 J. J. 에이브럼스가 <스타트렉> 시리즈를 리부트하면서 사용했던 전략과 정확히 일치한다. 다시 떠올리게 되는데 J. J. 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 리부트는 정말이지 다시 없이 영리한 기획이고 이야기였다. 그 흔한 평행우주 컨셉으로 '미래의 과거'와 '오래된 현재'를 한 화면 안에 어울리게 만들다니. J. J. 에이브럼스는 트레키들에게 암살되지 않기 위해 대체 얼마나 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걸까.

새로운 팬덤은 생겨날 것인가?

자, 가장 중요한 질문. 관객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 만족할 수 있을까. 일단 올드팬들은 무조건 만족할 것이다. 한국에서의 첫 번째 상영에서 기이한 현상이 목격되었다. 영화가 시작된 이후 타이틀 테마가 나오거나 올드 시리즈의 대사가 복기되거나 전설의 삼총사가 차례대로 등장하거나 밀레니엄 팔콘이 등장하거나 R2-D2가 나오거나 아무튼 거의 모든 서비스 요소들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러한 환호성은 미국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주변의 이목을 신경쓰거나 왜 유난스럽게 미국 따라하냐는 눈총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의 첫 상영 풍경은 놀라웠다. 이건 첫 상영에 기존 골수팬들이 대거 등판했다는 혐의를 감안하더라도 생경한 광경이다. 그만큼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 만한 구색을 갖추고 있고, 최소한 '이 영화는 이렇게 즐겨도 된다'는 공동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삼부작은 새로운 팬덤을 얼마나 영입할 수 있을까. 이건 미지수다. 관객은 이 영화에 만족하고 즐거워할 것이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틀어서 가장 유머러스하고 비주얼 효과는 최고 수준이며 신인 위주의 캐스팅도 기가 막히고 연기의 합도 굉장히 뛰어나다. 그러나 새로운 관객이 올드 시리즈의 관객처럼 팬덤화될 것이냐를 따지고 보면, 나는 회의적이다. 일단 이 영화는 뛰어난 리부트이자 연작의 새로운 장이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전작들의 위상과 잔상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밀레니엄 팔콘은 등장 자체만으로 오줌을 지리게 만들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오래된 동그란 우주선일 뿐이다. 기존 시리즈를 영 모르는 사람들은 많은 대목에서 어리둥절할 수 있다. 올드 시리즈에 익숙한 사람들은 카일로 렌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장면을 이해할 수 있지만, 새로운 관객은 뜬금없이 괴상한 진행으로 인식할 여지가 큰 것이다.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퍼스트 오더가 가진 궁극의 무기, 스타킬러다. 스타킬러는 애초 루크 스카이워커가 루크 스카이워커라는 이름으로 결정되기 이전의 성이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루크 스타킬러였고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아나킨 스타킬러였다. 스타킬러는 올드 시리즈의 데스 스타를 당연히 연상시킨다. 제국군은 데스 스타를 두번이나 건조했다. 그리고 두번 모두 저항군에 의해 파괴당했다. 저 정도 규모의 공사를 두번이나 했으니 제국군은 저항군에 박살나지 않았더라도 훗날 재정 파탄으로 몰락했을 것이다. 제국군의 유지를 물려받은 퍼스트 오더는 데스 스타의 친환경 버전인 스타킬러를 건조했다. 통째로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행성을 개조했다. 대체 왜 악당들은 늘 대규모 공사 사업을 좋아하는 걸까. 데스 스타랄지 스타킬러랄지 거 무슨 강이랄지.

자자 빙크스의 저주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은 주인공 레이의 능력치다. 물론 나는 레이가 무척 마음에 든다. 영국식 발음도 좋고 얼굴도 너무 좋고 얼굴이 너무 좋다. 그런데 제아무리 뛰어난 포스를 가지고 있다 한들 아무런 제다이 수련 없이 포스를 사용하게 되고 심지어 광선검 결투로 카일로 렌을 이기는 대목은 용납하기 힘들다. 설정에 따르면 광선검은 굉장히 무거운 무기다.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에서 역사상 가장 긴장감 없는 결투로 손꼽을 수 있는 다스 베이더와 오비완 케노비의 대결을 떠올려보자. 충분한 수련과 지도 없이 자유로운 광선검 결투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서는 심지어 광선검을 처음 만져보는 핀이 그걸 막 휘두르고 카일로 렌에게 상처까지 입힌다. 이건 구 세계관을 감안할 때 설정 파괴에 가까운 진행이다.

<스타워즈>에는 자자 빙크스라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에 등장해 모든 팬덤을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었던 최악의 캐릭터. 사람들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공개되기 훨씬 전부터 혹시 자자 빙크스가 살아 있는 게 아닌가 걱정에 휩싸였다. 자자 빙크스는 다행스럽게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묘하게 자자 빙크스를 닮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심지어 이 영화에서 가장 관객을 짜증나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한다. 나는 <프란시스 하>와 <인사이드 르윈>도 보았지만 애덤 드라이버가 이렇게까지 자자 빙크스를 닮았는지 처음 알았다. 카일로 렌은 왜 가면을 벗었는가! 자자 빙크스의 저주는 계속되고 있다.

레이가 루크 스카이워커의 딸일 가능성은 아무런 언급 없이도 거의 당연해보인다. 그렇다면 그 엄마는 누구일까. 혹시 포스의 궁극에 이른 루크 스카이워커가 파트너 없이 혼자 요도로 낳은 게 아닐까.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빌미로 내 덕질은 새로운 장을 맞았다. 앞으로 두편의 영화가 나오는 기간 동안 내 인생은 행복과 기대로 가득할 것이다. 아 너무 기쁘다. 너무너무 좋다.

* 이 글은 씨네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