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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2일 06시 2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22일 14시 12분 KST

국민을 가축 취급하는 나라

입학연령 1년, 초등학교 1년, 중학교 고등학교 각각 1년씩 해서 총 4년을 빨리 졸업시키겠다는 이야기이다. 현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대학 교육을 빨리 받게 하기 위해서? 절대 아니다. 어서 고등학교 졸업해서 결혼하고 애 낳으라는 소리다. 청년이라는 이름의 개·돼지들, 국민이라는 이름의 가축들에게, 어서 번식하고 새끼 쳐서 세금 내고 국민연금 납부할 장래의 또 다른 가축을 생산하라는 대한민국 축사 주인들의 헛기침 소리인 것이다.

너무 심한 모욕을 당하면 어이가 없어서 화를 못 내는 경우가 있다. 요 며칠 사이 출산율과 관련하여 정부와 새누리당이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그렇다. 이들은 가임기 여성과 혼인 적령기 남성들을 딱히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 같다. 어서 너희들이 새끼를 쳐야 할 텐데, 라고 혀를 차는 양돈장 주인의 눈빛에 더욱 가깝다고 생각한다.

10월 1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안)을 내놓았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사회 전반에 만연한 비혼(非婚)·만혼(晩婚) 경향이라는 것이 그들의 분석이었다.

일단 이 분석부터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그 어떤 선진국에서도 비혼과 만혼을 줄여서 출산율을 높이지는 못했다. 출산율을 회복한 나라가 없지는 않다. 프랑스가 그런데, 프랑스는 비혼여성들이 낳은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복지와 인식 개선을 통해 출산율을 회복했다. '출산'을 '결혼'과 연결짓는 한, 현대 산업 사회의 국민들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을 꺼리게 된다. 반대로 그 연결을 끊으면 끊을수록, 자녀를 낳고 기르고 싶은 자연스러운 본능이 발휘되어, 출산율이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정부의 판단은 정 반대다. 빨리 시집 장가 보내서 애 낳게 해야 한다는, 전지적 시부모 시점으로 청년 세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나오는 대책의 모습은 인격과 판단력을 지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이 사회의 정책결정자들은 애완견 눈 맞추는 브리더들처럼, "국가가 나서서 미혼 남녀를 위한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1]다.

"광역지자체가 복지부 소관 단체인 인구보건복지협회와 함께 '만사결통(萬事結通·만사는 결혼에서 통한다)'이라는 단체 맞선 프로그램을 마련해 총각, 처녀 사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2]

이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아니다. 청년들을 진정 '사람'으로 본다면, 서로 자유롭고 자발적인 만남을 갖고 결혼을 할 수 있도록 사회 여건을 개선하면 될 문제다. 청년들을 단지 '일해서 세금 내고 번식해서 그 뒷세대 낳을 것들'로 바라보고 있으니까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암컷 수컷 눈 맞춰주면 번식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말이다.

내가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도 그런 고민을 안 해봤던 것이 아니지만, 10월 21일자 뉴스를 보고 의혹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국회에서 열린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1년 정도 앞당기고 초등학교를 6년제에서 5년제로, 중·고 6년을 5년으로 줄이는 학제개편까지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3]했다.

입학연령 1년, 초등학교 1년, 중학교 고등학교 각각 1년씩 해서 총 4년을 빨리 졸업시키겠다는 이야기이다. 현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대학 교육을 빨리 받게 하기 위해서? 절대 아니다. 어서 고등학교 졸업해서 결혼하고 애 낳으라는 소리다. 청년이라는 이름의 개·돼지들, 국민이라는 이름의 가축들에게, 어서 번식하고 새끼 쳐서 세금 내고 국민연금 납부할 장래의 또 다른 가축을 생산하라는 대한민국 축사 주인들의 헛기침 소리인 것이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말을 들어보자. "재정투입 중심의 출산과 보육대책이 축을 이루고 있어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발상의 전환과 획기적인 대책을 요구했습니다."[4]실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긴 하다. 국민을 '사람'이 아니라 '가축' 취급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번식의 본능이 있다.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빼닮은 아이를 낳고 싶어하며, 건강상의 이유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경우에는 입양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모든 여건이 바람직하다면, 적잖은 사람들은 알아서 자녀를 낳고 기른다.

높으신 분들은 안달이 나 있다. 이 국민이라는 이름의 가축들이 어서 새끼를 쳐야 자신들이 계속 지배자 노릇을 할 수 있을 텐데, 왜 이것들이 번식을 안 하는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을, 청년들을 바로 그렇게 가축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간단한 진실을 그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런 모욕적인 '정책'으로 출산율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심지어 동물도 여건이 안 좋으면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은 다음 기르지 않고 물거나 밟아서 죽여버린다. 나치 독일에서도 국민 강제 번식 정책을 추진한 바 있었지만 실패했다. 사람을 가축 취급하는 이 나라의 국격은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하루에 8시간 일하고, 충분한 급여를 받으며, 안정된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준다면 출산율은 장기적으로 알아서 회복될 것이다. 반대로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정책을 빙자한 모욕이 쏟아진다면, 글쎄, 사람들이 과연 언제까지 참아줄 성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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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최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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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연합뉴스, "<인구위기> ② 국가가 처녀총각 단체 미팅 주선한다", 2015년 10월 18일

[3, 4] SBS뉴스, "새누리, 초등학교 조기입학 추진..."신중해야", 2015년 10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