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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7일 05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28일 14시 12분 KST

당원이 국민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국민주권주의를 선언한 헌법 제1조이다.

아무리 국민이 주인이라 한들 모든 국민이 항상 국정에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헌법은, 대표를 선출하여 국정을 담당하게 하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되,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또 다른 제도를 두고 있다. 바로 정당제도다.

정당이란 무엇인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정당법 제2조).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헌법 제8조 제2항). 요컨대, 정당이란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조직이다. 그러니,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는 국가의 주인이 '국민'인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그렇다면, 당적을 가진 정치인은 마땅히 소속된 정당의 당원을 국민 대하듯 하여야 하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통로인 정당제도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우려스러운 모습이 몇 가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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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 지도부 사퇴와 비주류 의원들의 불참으로 빈자리가 가득하다.

집권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탈당선언이 있었다. 그들은 '탈당'이 아닌 '분당'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그 '분당'과정에서 그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민주적인 논의 또는 의결 절차를 거쳤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오직 국회의원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일부 당원이 그 당적을 이탈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 정당의 주인인 일반당원들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행위를 '분당'이라 할 수 있을까?

또 하나. 한 대권주자가 '국민이 없는 상황에서 정당이 무슨 소용인가, 비박, 친박이 무슨 소용인가'라는 말을 했다 한다. 발언의 맥락은 이해되지만, 정당제도에 대한 인식이 꽤 부족하지 않나 싶다. 정당은 국민과 유리된 집단이 아니라, 국민이 '자발적'으로 모인, 국민이 주체가 되어 있는 단체이다. 국민을 무겁게 여긴다면 국민이 모여 있는 정당 또한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된다. 정당제도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면, 제아무리 국민을 강조한들 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마지막. 제1야당에 소속되어 있는 몇몇 정치인이 당원들과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다툼이 벌어진 일이 있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당원을 비난, 조롱하고 심지어 그들과의 소통을 차단해 버리기까지 하였다. 이 또한 당원을 주인으로 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소중한 당비를 납부하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당의 주인을 그렇게 대해도 되는 것인가?

정치를 하려 하는 자, 국민의 정치참여 통로인 정당제도를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 정당에 몸담고 있는 정치인, 그 소속 정당 당원을 주인으로 모시고 섬길 줄 알아야 한다. 당원조차도 제대로 받들지 못하는 정치인, 그런 자가 국민을 과연 어찌 대할지.... 아무리 국민의 뜻을 받든다는 말을 해도 그런 자들은 전혀 신뢰되지 않는다.

'농부가 어찌 밭을 탓할 수 있으랴'라는 전직 대통령께서 남긴 말씀이 있다. 정치를 하는 자, 국정을 담당하는 자는 국민을 탓해서는 안 된다. 정당에 소속된 자는 당원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 애정을 가지고 끝까지 대화·설득을 하며 받들어 모셔야 한다. 당원이 곧 국민이기 때문이다. 당원이, 국민이 바로 주인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