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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3일 07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23일 14시 12분 KST

도로 위 눈에 보이지 않는 유행병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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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서 유행병(pandemic)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전국적, 국제적, 혹은 가장 무서운 규모로는 전세계적으로 여러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병 혹은 상태라는 정의를 찾을 수 있다. 여러 지역 사회를 죽이고, 수백만 명의 인생에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주고, 여러 국가들의 진보와 포부에 깊은 타격을 주는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갖는 사건과 상태의 가능성은 생각만 해도 무섭다.

우리가 거의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런 조건을 매일 지니고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게다가 우리 모두 치료 방법을 알면서도, 어느 정도로는 이에 가담하고 있다.

나는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과 부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세계의 도로에서 매년 13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죽는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교통사고는 전세계 사망 원인 중 8위에 해당하고,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이들의 사망 원인의 1위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매년 교통 사고로 사망하는 어린이가 186,0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하루에 5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죽는 꼴이다. 3분마다 어린이 1명이 사망한다.

그러나 이런 비극적인 죽음들의 대다수는 편리한 이동을 원하는 우리의 욕구 속에 '받아들일 수 있는 손실'로 간주되고, 매일 뉴스에 짤막하게 보도될까 말까 할 정도의 취급을 받는다. 세상의 여러 가지 다른 문제들과 아울러, 나는 이 문제도 꼭 지적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전세계적 행동이 필요할 때다

이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 이미 상당히 있었다. 2011년에 UN은 우리가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 위기를 인식하며, 도로 안전 10주년 계획을 시작했다. 2020년까지 전세계 도로에서 500만 명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목표다. 이 문제를 전세계 정치 어젠다 최상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고, 도로 안전 분야에서 진척이 있었으나 아직은 부족하다.

사실만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교통 사고 사망자 수는 늘고 있다. 도로 안전 10주년 계획은 중간 지점에 이르렀고, 이 유행병을 막기 위해 세웠던 야심찬 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최근 다시 노력을 집중하기로 결정했으며, 영광스럽게도 나를 도로 안전 특별 대사로 임명했다.

내게 있어 이것은 엄청난 책임인 동시에 대단한 기회이다. 지난 5년간 나는 국제자동차연맹(FIA) 의 회장을 지내며 도로 안전을 FIA의 최우선으로 설정했으며, 도로 안전을 우리 시대의 주요 건강 및 개발 문제 중 하나로 삼기 위해 전세계를 다니며 국가와 정부, 개발 단체의 지도자들을 만났다.

그러는 과정에서, 세계적 규모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내려면 전세계에 기반을 두고 발언을 해야 한다는 것을 여러 번 절감했다.

나는 이러한 전세계적 기반의 구축을 주도하는 것이 특별 대사의 존재의 목적이라고 믿는다. 이 글이 변화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도로 안전 분야에 관심을 모으는 구심점이 되고, 세계 지도자와 정부들이 더 안전한 도로, 차량, 운전 규칙을 만들기 위해 싸우게 할 수 있다.

1단계: 전세계 정치적 의지의 규합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한 도구는 이미 존재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UN은 UNECE의 도움을 받아 국제 교통에 대한 58건의 협약과 합의를 이뤄냈다. 교통 규칙, 도로 표지 및 신호 표준화, 차량 규격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도로 안전 영역에 대한 합의들이다.

이러한 법적 도구들은 존재한다. 우리는 더 안전한 차량을 만드는 방법을 안다. 더 안전한 도로를 건설하는 방법도 안다. 사람들이 도로를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발전되고 일관성 있는 교통 규칙과 도로 표지의 장점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구들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와 지역들이 아직 있다. 이곳들에 세계적 기준을 도입하고 제대로 감독한다면 전세계에서 도로 안전이 가장 심각한 곳들에서 극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전세계 사망 교통 사고 중 무려 91%가 소득 수준이 중하위권인 국가들에서 일어난다.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는 것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더 낫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행동해야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교통 사고가 국가의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나는 이 임무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일부 국가들에서는 교통 사고로 매년 GDP의 1~3%를 잃는다.

우리가 정부들에게 예산을 조금이라도 써서 이 질병의 증상에 대응하라고 설득할 수 있다면, 우리가 구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재정적으로도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명이다. UN총회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에 투표하면 도로 안전을 위한 전세계적 기반을 만드는데 있어 획기적 기여가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는 최초로 세계 개발 어젠다에 도로 안전 목표를 넣게 될 것이다.

2단계: 획기적이고 효과적인 자금 조달 모델 만들기

도로 안전 자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더욱 독려해야 한다. 그를 위해 나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패널을 구성해 필요한 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만들려 한다.

우리는 구식이고 효과가 없는 기존의 모델들을 넘어서, 열린 자세로 유연함을 가지고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내가 제안했던 아이디어는 항공권 구입에서 돈을 받는 UNITAID의 모델에 기반한 자금 조달 모델의 설계이다. 자동차 부문에 관련된 판매금에서 일부 금액을 받는 형식이 될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조성할 수 있고, 그 돈을 세계 UN 도로 안전 자금으로 활용해 개발도상국의 도로 안전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이것은 쉽게 달성할 수 없는 장기 목표들이다. 가장 높은 수준의 지지와 국제적, 국가적, 지역 수준의 로비, 더 우수한 자금 조달 메커니즘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가 크게 한 목소리를 내어, 이 국제적 재앙을 받아들이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에게 압박을 준다면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끊임없는 확신이 필요하다. 이 유행병은 뉴스에 간단하게 등장하는 소식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고, 우리의 눈 앞에 있는 전염병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 등에 함께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