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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13일 13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12일 14시 12분 KST

당신의 개가 보내는 편지

Getty Images/Caiaimage

내 인간 주인에게.

당신, 군기가 너무 빠진 것 같아요. 자기가 존재하는 이유를 잊은 것 같아 보여요. 당신에게 주어진 과제는 간단합니다. 내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내가 깨어있을 때 놀아주는 것이 다예요. 당신의 '일'이라곤 나밖에 없는데 왜 자판기나 리모컨에 정신이 빠져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테크놀로지의 노예가 된 것 같은데, 난 당신이 내 노예이기를 바랍니다. 물론 프로이트는 나를 테크놀로지를 부러워하는 사례라고 지적할지 모르지만 사실 죽은 사람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당신이 왜 내 똥에 집착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요. 야외에 나가서 내가 응가를 하는 순간 다른 누가 혹시 먼저 가져갈까 봐 잽싸게 내 똥을 비닐봉지에 담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후에 그냥 버리는 이유는 뭔가요? 제발 설명 좀 해주세요. 아니. 괜찮아요. 당신이 이상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난 대체로 당신이 좋아요. 특히 먹을 걸 줄 땐.

그런데 이 집에서 대체 누가 누구를 보살핀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어요. 뭔가를 거머쥘 수 있는 엄지손가락을 지닌 당신이 음식을 내게 갖다 주는 것까지는 인정하는데, 그런 먹이를 쥐와 도둑에게서 보호하는 것은 누구 몫이죠? 누가 대형 송곳니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나 전화기를 몇 시간씩 붙들고 있는 것을 내가 싫어하긴 하지만 그걸 지키기 위해 24시간 보초를 서는 건 나라고요. 한번 곱씹어 보라고 하는 소리예요.

가구에 대해서 말하자면, 당신도 나만큼 침대 이용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왜 나를 바닥에서 자게 만드는 건지 의아합니다. 당신은 괜찮은 인간인 것 같은데 사고력이 약간 모자라는 것 같아요. 생각해 보라고요. 그런데 한 가지 밝혀둘 건 있어요. 나도 침대를 좋아해요. 특히 당신이 집을 비울 때 말이죠. 하하하.

자 이제 고양이에 대해 한마디 해봅시다. 고양이는 꼬리만 살랑살랑 흔드는 밥맛이에요. 당신이 집을 비운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해놓고선 당신이 돌아오면 뭔가 큰 성과라도 낸 듯이 당신의 다리를 스치며 친한 척하죠? 그 고양이가 정확히 무슨 일을 했는지 설명해 드리죠. 잠자고, 하품하고, 몸을 쭉 피고. 흠, 그게 다예요. 난 그 뚱보 고양이와 주방에 있는 많은 음식을 보호하느라 온종일 감시 태세를 늦추지 않았죠. 잠도 안 잤다고요. 당신 침대에서 잠깐 낮잠 잔 것 빼놓고는요.

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있는데 옆집 흰색 푸들 앞에서 제발 나를 귀염이 또는 사랑아 하는 말로 부르지 마세요. 제발 스톱! 못 참겠어요. 암컷 앞에서의 수컷 체면은 둘째치고, 당신과 나의 사이가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필요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죠, 친구? 화내지 말고요.

아, 벌써 저녁 시간인가요? 먹을 것 좀 줄래요? 지금 당장 말이죠. 제발? 여보세요! 컴퓨터를 지금 당장 그만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게요. 뚱보 고양이도요. 정말로요. 어서요!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블로그 Dear Human: A Letter From Your Dog를 번역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