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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22일 09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22일 14시 12분 KST

바다세계에서 가장 특별하고 아름다운 19금 장면 | 만다린피쉬 짝짓기

바다생물 이야기 14. 바다세계에서 가장 특별하고 아름다운 19금 장면 | 만다린피쉬 짝짓기

짝짓기가 워낙 독특해서, 그것을 구경하는 것이 특별한 다이빙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기까지 한 바다생물이 있다. 중국 왕조의 고위 관리들이 입던 화려한 관복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만다린피쉬(Mandarinfish)로 불리는 물고기가 그 주인공이다. 만다린피쉬는 가장 아름다운 물고기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 생김새만으로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바다생물 중에서도 흔하지 않는 파란색인데다가 주황색의 아름다운 라인 무늬가 선명하고 노랑, 초록, 파랑, 보라색 반점이나 얼룩무늬가 곳곳에 장식품처럼 어우러져 있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처럼 아름다운 바다생물의 짝짓기라니, 그 누구라도 호기심이 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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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무늬의 만다린피쉬(Mandarinfish) ⓒ장재연

만다린피쉬는 크기가 대략 5cm 정도로 작은데다가 주로 산호가 죽거나 부서져서 쌓여 있는 곳에 살면서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렇지만 수심이 5-6m 정도로 얕은 곳에 살고, 일정한 장소에서 살기 때문에 그 지역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 만다린피쉬와 그들의 짝짓기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다. 문제는 만다린 짝짓기가 어두울 때 이뤄지기 때문에 잘 안 보이고, 그렇다고 밝은 빛을 비추면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시는 만다린피쉬만이 아니라 다른 물고기들도 밝을 때는 짝짓기 의식을 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진다.

사람도 사랑을 나눌 때 밝으면 부끄러움을 타도 붉은색 조명은 오히려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도 하는 것처럼 만다린피쉬도 붉은색 조명은 전혀 의식하지 않기도 한다. 그럴 경우는 붉은색 조명을 이용해서 만다린피쉬의 짝짓기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지역의 만다린피쉬는 예민해서 붉은 색 조명만 켜도 짝짓기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에 보기만 하는 것은 어둠 속에서 어슴푸레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치더라도,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무척 어려운 일이 된다. 빛이 없는 상황에서 움직이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춰 사진을 찍는 것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굳이 만다린피쉬의 짝짓기를 보려고 하고 사진까지 찍으려고 하느냐 하면 마땅히 할 말이 없지만 신기한 것에 대한 호기심은 인간, 아니 생명체의 자연스러운 본성일 것이다. 신혼초야의 밤을 엿보는 것을 허용했던 과거 풍습을 생각해 보면, 만다린의 짝짓기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만다린피쉬 짝짓기를 보거나 수중사진을 찍는 것이 혹시 만다린피쉬 생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관련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만다린 다이빙을 하는 장소가 오랜 세월동안 별 문제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별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어차피 밝은 빛을 비추거나 소란스럽게 하면 짝짓기 장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만다린 다이빙은 거리를 두고 아주 조심스럽게 숨죽이고 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다린피쉬의 짝짓기는 해가 막 지고 어두워질 때 이뤄진다. 아주 어두워지면 만다린피쉬들은 아예 사라진다. 그래서 만다린피쉬 다이빙은 해가 지기 조금 전에 시작해서 밤이 막 어두워지면 끝나는 선셋(sunset, 일몰)다이빙이다. 만다린의 짝짓기 의식은 수컷들이 산호 틈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수컷은 첫째 등지느러미에 있는 척수가 암컷보다 훨씬 길다는 차이점으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체구도 암컷보다 훨씬 커서 쉽게 구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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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만다린피쉬 ⓒ장재연

수컷끼리의 경쟁이 있는 것인지 가장 맘에 드는 짝을 찾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리저리 분주하게 휙휙 돌아다니다가 공중 부양해 있는 것처럼 가만히 있기도 하다가 다시 움직이곤 한다. 그러다가 짝을 이루면 둘이서 배를 맞대고는 살며시 산호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파르르 떠는 듯하면서 30cm 이상, 때로는 그보다 훨씬 높이 천천히 떠오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절벽에서 추락하듯이 총알처럼 아래로 떨어진다. 그 순간에 알이 수정되면서 공중으로 흩어진다. 이 광경을 처음 보는 다이버들은 몹시 신기해하고, 오래 오래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하는 경우가 많다. 만다린피쉬가 짝짓기하며 떠는 몸짓을 보면, 보는 사람도 자연과 생명의 신비에 대한 감동으로 몸이 부르르 떨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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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상승중인 만다린피쉬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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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직후 뿌려진 알, 초점이 잘 맞지 않아 아쉽다 ⓒ장재연

만다린피쉬는 짝짓기 때 아니면 산호 밖으로 잘 나오지 않고 암수가 같이 있는 모습은 더욱 볼 수가 없다. 따라서 암수를 같이 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짝짓기 하는 장면이다. 짝짓기를 할 때에 낮은 위치에 있을 때는 사진 배경에 산호가 있다든가 해서 깨끗한 사진을 얻기 어렵고, 그렇다고 높은 위치에 올라오는 것을 기다리다가는 알을 방출하고 휙 내려가 버리기 때문에 순간을 놓치기도 한다. 짝짓기를 하룻밤에 여러 차례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좋은 순간을 포착할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항상 아쉬움이 남는 수중사진 모델이다.

만다린피쉬의 짝짓기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찍으면 대부분 수컷은 등을 보이고, 암컷은 옆모습이 보이면서 눈동자가 사진기를 보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찍힌다. 좀 특별한 사진을 찍는다고 정면이나 다른 방향의 사진을 찍은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봐도 대부분 그렇다. 짝짓기 순간에 조명이 터지면 수컷은 암컷을 보호하려고 감싸고, 암컷은 그것이 무엇인지 호기심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혼자 해봤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 과학적인 설명을 듣기는 어려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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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중에 암컷을 보호하는 듯한 수컷과 카메라를 쳐다보는 듯한 암컷 ⓒ장재연

만다린피쉬는 색이 화려하고 아름다워 사람들이 수족관에서 키우려고 남획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만다린피쉬는 수족관에 적응하기 어려워 오래 살지 못한다. 야생의 꽃이 아름답다고 집으로 꺾어 가면 곧 시들어 죽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냥 자기 사는 곳에 놔두고 그리 구경하러 가는 것이 옳은 일이다.

아름다운 자태와 가장 신기한 짝짓기까지, 온 몸으로 다이버들을 즐겁게 해주는 만다린피쉬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바다에서 만다린피쉬를 만났을 때 고맙다고 악수를 청해 만지는 것은 금물이다. 피부 점액은 고약한 냄새가 나고, 지느러미 촉수에는 독이 있기 때문이다. 항상 아름다운 것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잘못 만지면 큰일 난다. 아름다움은 늘 독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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