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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15일 11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15일 14시 12분 KST

[바다생물이야기] 은둔형 스타 새우들

몸통에 검은 줄무늬가 있고 노란 무늬도 간간히 있어 벌처럼 생긴 범블비 쉬림(Bumblebee Shrimp, 호박벌 새우)은 가장 보기 힘든 새우 중 하나다. 움직임도 거의 없고, 학술적으로 알려진 것도 거의 없다. 예쁘지만 만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인지, 기를 쓰고 만나 보려고 애쓰는 수중사진가들이 많다. 은둔형 스타를 만나보고 싶은 심리와 같은 것이리라. 우연히 만나기는 정말 어렵고, 내 경우도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서식하는 장소를 아는 필리핀 현지 가이드가 안내해줘서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바다생물 이야기 13. 은둔형 스타 새우들

수많은 종류의 새우들 중에서 모습이 유난히 특별해서, 왜 또는 어떻게 이런 모습이 되었을까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종류가 있다. 지난번 글에서 새우들은 주로 다른 생물들과 공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이들 특별한 모습의 새우들은 독자적으로 살고 만나기도 힘든 종류들이 많다. 인간세상에서도 독특한 사람들은 남들과 어울려 살기보다는 은둔 또는 독립적으로 살려는 성향이 높은 것과 비슷한 것 같다.

할리퀸 쉬림(Harlequin Shrimp, 어릿광대새우)은 가장 화려한 모습의 새우일 듯싶다. 할리퀸 쉬림을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예쁜 바다생물이 있나 싶어 깜짝 놀랐었다. 새우라기보다는 아주 화려한 꽃을 보는 것 같았다. 흰색이나 크림색 몸체에 붉은색이나 보라색 또는 푸른색 반점을 갖고 있는데, 어두운 바다 밑에서도 눈에 확 뜨인다. 바다생물이 이렇게 화려한 색을 갖고 있는 경우는, 독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잠재적인 포식자들에게 알림으로써 자기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할리퀸 쉬림은 불가사리만 먹고 사는데, 불가사리로부터 획득한 물질로 치명적인 독소를 합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리퀸 쉬림은 다른 새우들의 집게발에 해당하는 다리가 넓고 얇은 판 모양을 하고 있다. 너무 커지다 보니 먹이 사냥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단순한 장식품이 된 다리지만 화려함을 극대화시킨다. 머리에도 화려한 꽃잎 모양의 촉각을 장식처럼 달고 있는데, 먹잇감의 냄새를 맡는 기능을 한다. 크기는 5 cm까지 자라며 암수 짝을 지어 금슬 좋게 산다. 무척 보기 힘든 종류이지만 여러 마리가 함께 있는 것을 본 적도 있는데, 문득 자식과 손자까지 같이 사는 대가족인지, 몇 가족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 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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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퀸 쉬림(Harlequin Shrimp) ⓒ장재연

몸통에 검은 줄무늬가 있고 노란 무늬도 간간히 있어 벌처럼 생긴 범블비 쉬림(Bumblebee Shrimp, 호박벌 새우)은 가장 보기 힘든 새우 중 하나다. 움직임도 거의 없고, 학술적으로 알려진 것도 거의 없다. 예쁘지만 만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인지, 기를 쓰고 만나 보려고 애쓰는 수중사진가들이 많다. 은둔형 스타를 만나보고 싶은 심리와 같은 것이리라. 우연히 만나기는 정말 어렵고, 내 경우도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서식하는 장소를 아는 필리핀 현지 가이드가 안내해줘서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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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블비 쉬림(Bumblebee Shrimp) ⓒ장재연

몸에 가시가 나있는 호랑이 새우라는 뜻의 스파이니 타이거 쉬림(Spiny Tiger Shrimp)은 크기가 1cm 남짓 되다 보니 육안으로는 알아보기 힘들지만, 사진을 찍어보면 무척 화려한 모습의 새우다. 몸 전체에 가시가 솟아 있고, 하얀 반점과 푸른 반점이 촘촘하게 있으면서 노란색이나 주황색 무늬가 잘 어우러져 있다. 몸 골격, 다리 하나하나가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머리에 번갯불 형상의 촉각을 갖고 있고, 앞발 집게도 몸집에 비해 큼직해서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움직임도 힘차다. 다른 새우들이 좀 흐느적거리거나 힘이 없이 움직이는 것과 달리 스파이니 타이거 쉬림은 헤엄치지도 않고 톡톡 튀어 다닌다. 메뚜기 같다는 느낌도 주지만, 작은 몸체를 감안하면 우리 인간으로 치면 십여 미터를 점프하며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우 세계로 보아서는 슈퍼맨, 아니 슈퍼쉬림일 수 있다. 사는 곳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신비감을 주는 새우인데, 딱딱한 경산호가 부서져 바닥에 쌓여 있는 곳에서 몇 차례 만나서 실컷 사진을 찍은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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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니 타이거 쉬림(Spiny Tiger Shrimp) ⓒ장재연

톱날 새우라는 뜻의 쏘우블레이드 쉬림(Sawblade Shrimp, 또는 Tozeuma Shrimp으로 불림)이란 새우도 독특한 새우 중 하나다. 몸이 가늘고 길며 특히 머리 부분이 톱날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몸에 밴드 모양의 무늬가 있는 종류(Banded Tozeuma Shrimp)와 배아래 쪽에 눈알 모양의 둥그런 무늬가 두 개 있는 종류(Ocellated Tozeuma Shrimp)가 있다. 바다생물 중에는 눈알 모양의 무늬를 몸에 지니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적으로 하여금 어디가 머리인지 혼동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쏘우블레이드 쉬림은 주변과 비슷한 색을 띄고 있지만 길고 날씬한 몸과 산호나 조류 등에 살짝 앉아 있는 자태, 아름다운 무늬 때문에 수중사진의 좋은 모델이다. 그렇지만 생물학과 생태에 관한 지식은 극히 적은 신비로운 새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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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ded Tozeuma Shrimp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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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색 무늬의 Banded Tozeuma Shrimp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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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llated Tozeuma Shrimp ⓒ장재연

몸통에 대리석 같은 무늬를 갖고 있는 마블드 쉬림(Marbled Shrimp, 또는 Saron Shrimp으로 불림)도 신기한 새우다. 바위나 산호의 틈이나 돌무더기 등에 사는데, 야간 다이빙을 할 때 붉은색 랜턴을 비추면 눈알에 반사된 빛이 반짝반짝 보석처럼 빛나곤 한다. 재미있는 것은 낮에는 갈색과 초록색을 띄고 있다가 어두워지면 붉은 색으로 변한다. 기본적으로 야행성이지만, 낮에도 가끔 밖으로 나오곤 한다. 머리나 등, 다리 등에 털이 수북하게 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역시 생물학적 정보가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새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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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드 쉬림(Marbled Shrimp)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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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을 띠고 있는 마블드 쉬림(Marbled Shrimp), 머리 위쪽에서 본 모습 ⓒ장재연

롱 노즈 락 쉬림(Long Nose Rock Shrimp)도 털이 수북하게 난 모양을 하고 있는 새우다. 실제 코는 아닌데 코가 긴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은 모양인데, 디즈니 만화의 도널드 덕을 닮았다고 도널드 덕 쉬림이라고도 한다. 이 종류는 앞의 새우들과 달리, 산호와의 공생 새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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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노즈 락 쉬림(Long Nose Rock Shrimp) ⓒ장재연

큰 집게발을 마치 권투선수처럼 벌리고 있다고 해서 복서 쉬림(Boxer Shrimp)이라고 부르는 새우가 있다. 복서 쉬림도 물고기 표면의 기생충을 잡아먹거나 물고기의 손상된 피부 등을 먹이로 하는 공생새우다. 투명한 몸에 흰색과 붉은색 밴드 모양의 무늬를 갖고 있어 코럴 밴디드 쉬림(Coral Banded Shrimp)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유난히 길고 하얀 안테나(antennae, 더듬이)를 갖고 있기도 하다.

복서 쉬림은 수족관에 암컷 하나에 수컷 둘이 있으면 수컷끼리 죽을 때까지 싸운다고 한다. 그러나 자연 생태계에서는 어린 시기에 짝을 맺고, 평생 함께 하며 금슬이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어떤 생물이나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행복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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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서 쉬림(Boxer Shrimp)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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