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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8일 10시 5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18일 14시 12분 KST

[바다생물 이야기] 리본연기의 달인 리본일의 신비한 생애

바다생물 이야기 11. 리본연기의 달인 리본일과 그의 친척들

우리나라에서 리듬체조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전적으로 손연재 선수 덕분일 것이다. 얼굴도 귀엽고 예쁜데다가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으니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손연재 선수는 곤봉, 후프, 볼 연기에 비해 리본 연기가 다소 취약해서 어려움을 겪는 모양인데, 그 약점을 꼭 극복하리라 믿는다. 개인적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리본 연기를 본 기억은 리듬체조 선수들의 것이 아니고, 바다생물 리본일(Ribbon Eel)의 것이다.

리본일은 야행성이고 낮에는 대부분 모래나 진흙 바닥의 구멍에서 살면서 고개만 내밀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전체 몸을 볼 수 없다. 정말 운 좋게 리본일이 구멍 밖으로 나와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쫓아가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그때 보았던 리본일의 아름다운 율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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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일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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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일의 전신 율동 ⓒ장재연

리본일은 여러모로 신기한 동물이다. 다이버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리본일은 어릴 때는 검정색, 성장하면 파란색, 더 크면 노란색으로 변한다. 더 신기한 것은 색깔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성전환도 이뤄진다는 것이다. 파란색 리본일은 수컷이고 노란색 리본일은 암컷이다. 일정한 크기로 자라면 수컷 생식기관이 작동을 해서 정액을 생산하고, 더 커지면 수컷 생식기관은 작동을 멈추고 암컷 생식기관에서 알을 생산하게 된다고 한다. 한 평생에 여성, 남성으로 모두 살아보니 이것도 호사라면 호사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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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리본일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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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일 수컷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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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일 암컷 ⓒ장재연

리본일은 장어(長魚, eel), 그중에서는 곰치(moray eel)의 일종이다. 장어는 한자가 뜻하는 대로 긴 물고기라는 뜻이다. 장어는 약 800여종이 있고 작은 것은 5센티미터부터 긴 것은 4미터가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리본일은 길이가 파란색은 최대 약 90센티미터, 노란색은 최대 약 1.3미터이다. 장어류는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하나로 합쳐져 있고, 몸의 율동을 이용하여 움직이는데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곰치는 대부분의 종이 다소 험악한 느낌을 주는데, 리본일은 특이한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로는 리본장어 또는 색댕기곰치라고 번역해 놓았는데 참 예쁜 이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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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ay Eel ⓒ장재연

장어(eel) 중에서 리본일 만큼 신기한 종류는 가든일이다. 다이빙을 하다 보면 꽤 넓은 모래 바닥에 촘촘하게 가늘고 긴 막대기처럼 생긴 물체가 있고, 조류에 이리 저리 흔들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뭔가 하고 가까이 가면 일제히 사라져 버린다. "헛것을 봤나?" 하며 돌아서면 다시 뭔가가 바닥에서 일제히 다시 솟아오른다. 마치 정원의 식물 같다고 해서 정원의 장어라는 뜻의 가든일(Garden Eel, 정원장어)이란 이름이 붙었다. 크기는 대부분의 종들이 최대 60센티미터 정도인데, 어떤 종은 1미터가 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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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 Eel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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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y-Toothed Garden Eel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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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nge-Barred Garden Eel ⓒ장재연

아예 바닥에서 얼굴만 내밀고, 마치 통나무처럼 꼼짝 안하는 장어들도 있다. 밤에는 밖으로 나와서 먹이활동을 한다는데, 낮에는 왜 머리만 내놓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들은 뱀장어(Snake Eel)에 속한 종류지만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식용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데, 그래서 과학자들도 특별한 관심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장어도 여러 종류들이 남획으로 인해 개체수가 크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식용으로 가치가 없다는 것은 그런 생물들에게는 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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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saddle Snake Eel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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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oleon Snake Eel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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