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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14일 06시 3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14일 14시 12분 KST

설악산 케이블카와 장애인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수많은 부실, 부정, 문제점을 갖고 있음이 지적되면서, 타당한 근거는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단 한 가지 남았다면,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위한 시설이라는 것입니다. 강원도의 주장만이 아니라 국민여론조사에서도 찬성하는 분들의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었습니다. 정말 사실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지금 운행되고 있는 설악산국립공원 권금성케이블카의 실태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권금성케이블카 매표소 건물에는 엘레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2층 탑승구로 올라갈 수 있고, 관람객이 많을 경우 쉽게 탑승할 수 있을까 염려는 되지만 가능은 한 것 같습니다. 탑승 후 케이블카가 올라가는 동안, 안내하는 분이 하차 후에 2백 미터 정도 정상부로 올라가면 전망이 무척 좋다는 설명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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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금성 케이블카 ⓒ장재연

하차하고 보니, 정상부로 가는 길은 매우 가파른 계단길이어서 장애인이나 노약자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치고, 매표소와는 달리 이곳은 엘레베이터가 없어서 2층 전망대로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휴게소와 화장실 가는 길도 가파른 계단이어서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케이블카에서 하차한 층은 이것저것 파는 시설이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서 좁은 공간을 이리 저리 다니며, 일부 방향의 주변 경관을 보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장애인과 노약자들은 만족하실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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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금성 케이블카 하차 후 정상으로 가는 길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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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금성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화장실 가는길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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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금성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전망대 가는길 ⓒ장재연

그런데 초상권문제가 있어서 사진을 찍지 않았지만, 관람객이 많고 전용통로도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아서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케이블카를 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좀 더 분명하게 표현하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불편을 주지 않고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몇 시간 동안 권금성케이블카에서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는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권금성케이블카가 국립공원 안의 시설이니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많이 만드는 것도 어렵겠다고 이해는 되지만, 적어도 케이블카가 장애인, 노약자를 위한 시설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케이블카 한 번 타려면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불편을 감수할 엄청난 각오를 하고 타셔야 할 것 같았습니다.

케이블카는 개인 소유라 어쩔수 없다치고, 장애인의 권리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문순지사가 강원도의 대표적인 관광시설인 설악동에 대해 얼마나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다른 편의시설을 살펴 보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 차량의 주차공간이나 시설이겠지요. 대중교통으로는 설악동에는 아예 갈 수조차 없으니까요. 눈에 잘 뜨이지 않아 열심히 돌아다녀서 겨우 찾았습니다. 찾기 어려웠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장애인 주차공간 표시와 일반차량 주차공간을 겹쳐 그려 놓아서 무슨 공간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장애인 주차공간 3개를 없애고 일반주차공간 4개를 만든 것인지, 반대로 일반주차공간 4개에 장애인 주차공간 표시 3개를 한 것인지 아무리 보아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여튼 일반 차량들이 주차를 하고 있었고, 주차요원들은 많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있으니 일반주차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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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동 주차장, 장애인 차량 주차공간 ⓒ장재연

설악동 국립공원사무소에는 휠체어를 빌려주는 곳도 마련해두고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항상 그렇듯이 여기도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은 보수 중입니다. 법으로 규정되어 있어도 형식적으로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고, 여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의 문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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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동 국립공원 장애인 휠체어 보관함 ⓒ장재연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설악산케이블카가 장애인, 노약자를 위한 것처럼 떠들고 있지만, 현실은 그와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설악동 케이블카를 보고 온 결론은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양양군이 거동이 어려운 분들의 불편함을 이용해서 불법을 합리화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장애인 단체가 우리를 이용해서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을 합리화하지 말라는 비난 성명까지 냈겠습니까. 설악산 정상은 고사하고, 시설이 가장 잘 되어 있는 설악동의 신흥사 관람과 이미 있는 케이블카조차 장애인들에게는 접근이 힘든 실정입니다.

설악산 정상은 일반인들도 최소 8시간의 힘든 산행이 가능할 정도로 체력이 있어야 오를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극히 일부의 국민들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그런 곳을 우리도 오를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일반인들 모두 사용하고 있는 교통수단이나 시설이용에 있어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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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동 장애인 주차공간 ⓒ장재연

이런 장애인들의 당연한 권리와 요구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짓밟고 있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들을 위해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하니 지나가던 개가 웃겠습니다.

거짓과 기만은 이제 그만 하시고, 장애인들의 진짜 요구에 귀를 귀울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