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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11일 07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11일 14시 12분 KST

대한민국, 국립공원 보유 자격 있는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승인되면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심각하다. 이번 사안은 설악산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며, '환경과 개발의 갈등'이라는 상투적인 분석으로 볼 문제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아직은 국립공원을 보유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국가'라는 창피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즉 국가의 품격과 관련된 사건인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대한민국의 수치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은 잘 알려진 대로 1872년에 지정된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다. 이어서 1879년 호주, 1885년 캐나다, 1894년 뉴질랜드가 최초의 국립공원을 지정하였다. 유럽은 1909년 스웨덴, 1914년 스위스가 최초의 국립공원을 지정하였다. 아시아는 이보다 훨씬 늦어,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로 있던 시절인 1936년에 멸종위기의 벵갈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해 짐 코벳 국립공원을 설립하였고, 일본은 1934년에 운젠아마쿠사 등 3개의 국립공원을 최초로 지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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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나라의 국립공원(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캐나다, 스위스, 미국, 호주)

초반에는 북미, 오세아니아, 유럽, 그리고 일본 등의 전유물이었던 국립공원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6천개가 넘는다. 이처럼 숫자가 급증한 이유는 보호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립공원이 '국가 자존심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33년이 늦은 1967년에 지리산국립공원을, 중국은 우리보다도 늦은 1982년에 장가계국가산림공원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

국립공원은 그 나라에서 가장 보호가치가 높은 지역을 후손들을 위해 자연 상태 그대로 보호하기 위하여 지정하는 것이다. 설사 경제성이 있더라도 개발을 금지하겠다고 국가가 지정, 선언한 지역인 것이다. '억만금을 줘도 안 팔아(안 돼)'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사정이 어려워도 팔지 않고 대대로 물려가는 종중 땅이나 가보,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나 유물처럼 가장 소중한 것, 가장 깊은 자존심이 걸려 있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국립공원 역시 자연경관이나 생태계의 가치도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무엇보다도 '경제성 있더라도 절대 개발하지 않는다'고 터부시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신비로운 장소이고, 때문에 '국가 자존심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굶주리고 헐벗고 있으니 국립공원이라도 이용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절대 빈곤 국가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나라들조차 자존심 때문에라도 쉽게 개발행위를 하지 않는다. 북한이 묘향산에 경제성이 매우 높은 금광이 발견되었지만 개발하지 않았음을 자랑하고 선전하는 것을 소개한 바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사례다.(묘향산과 설악산, 김일성과 박근혜)

계산적으로 보더라도 국립공원이 엄격하게 보호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면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때문에 방문객을 위한 인공적인 편의시설조차 최소화하는 등 국립공원의 가치와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수밖에 없다. 관람객들도 특별한 지역이기 때문에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다. 따라서 국립공원 관람객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서 관람객들을 유혹할 각종 위락시설이나 기타 인공적인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발상은 적어도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하지 않는 일이다. 대부분의 국립공원들이 처한 가장 큰 과제는 오히려 어떻게 적정 수준의 관람객을 유지할 것이고, 늘어나는 관람객으로 인한 환경훼손 위험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국립공원의 취지와 목적을 감안한다면,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설악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사업은 아예 심의대상조차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최문순 도지사와 전경련 등이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정상에 호텔과 레스토랑을 설치하자고 대놓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뻔뻔스러운 건지 무식한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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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강원도지사(연합뉴스), 설악산 개발계획(전경련)

그동안 대한민국은 머리카락부터 시작해서 섬유, 자동차, 선박, 그리고 반도체와 휴대폰까지 온갖 것을 팔면서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그로 인해 이제는 절대빈곤은 벗어나 어느 정도는 먹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면 최소한의 국가의 품격은 지킬 때도 되었다. 절대빈곤 국가들만도 못하게, 자기 국토의 가장 소중한 보호대상지역까지 돈벌이로 내놓겠다는 발상은 기업에게만 친절한 정부가 어디까지 천박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양양군이나 오색마을 경제 사정이 어려우면 별도의 지역 사업을 추진해야지, 그것을 볼모로 강원도가 국립공원 내의 시설설치에 개입하는 것은 국립공원 설치의 법률 정신도 위반하는 것이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국립공원 관리는 이름 그대로 국가가 미래세대를 위해 관리해야 하는 것이지 어느 지자체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이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의 비호 하에 일사천리로 승인되었다. 제출된 사업계획서가 천연기념물 등 멸종위기종에 대한 부실 조사, 거짓으로 일관한 경제성 분석, 점검되지 못한 안전성 등 어느 하나 논란이 되지 않았던 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 공무원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위원회에서 전례 없는 표결강행으로 처리되었다. 국립공원 보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환경부는 자기들이 심의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추진기관인 양양군의 사업계획서가 언론의 비판을 받자 해명자료를 환경부 홈페이지를 통해 보도자료 형식으로 배포하였다. 이처럼 눈뜨고 보기 어려운 만행을 저지르면서 조금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앞장서서 국립공원 훼손의 길을 열었다. 푼돈에 쉽게 판 것이 국가의 자존심이 될 수 없다. '국가의 자존심'인 국립공원이 '국가의 수치'로 전락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높은 산은 없지만, 설악산은 암봉과 협곡이 많은 가장 험준한 산이다. 이곳에서 산악인들이 훈련을 하고 도전정신을 키워 히말라야로 알프스로 가서 전 세계에 대한민국 국민의 진취적 기상을 과시하였다. 그런 성지의 정상이 케이블카로 인해 수많은 관광객, 상당수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의 관광객들이 15분이면 오르는 별 볼일 없는 곳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것은 대한민국 모든 산악인들과 우리 자라나는 세대들의 모험정신과 도전정신의 상징을 욕되게 하는 만행이다. 일제가 우리나라 정기를 막기 위해 전국 주요 산에 쇠말뚝을 박았다고 해서 온 국민이 분노한 적이 있다. 국토의 최고 성지 정상부에 케이블카를 박는 행위는 그보다 훨씬 더 해악이 큰 역적질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가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나 아직은 국립공원을 가질 자격이 없는 국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국립공원이 국가의 자존심이라고는 하지만 누가 지정하라고 강제한 것도 아니고, 안 만든다고 해서 어떤 경제적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 환경부, 정치인, 국민의 인식 수준이 아직 국립공원을 유지, 관리할 수준이 안 되면 억지로 국립공원이라는 것을 유지하면서 사회 갈등을 만들 필요가 없다. 설악산이 국립공원이 아니고 동네 뒷동산이나 서울 근교 남산 수준의 용도로 지정된 곳이었다면 케이블카 건설 반대의 근거도 별로 없고 누가 상관하지도 않을 것이다. 박근혜정부나 환경부가 국립공원에 대형 시설물들을 만들고 싶으면, 국립공원을 모두 해제하는 것이 낫다. 국제사회에 거짓말까지 하면 국가의 품격은 그만큼 더 추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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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규장관, 정연만 차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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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최초의 국립공원을 지정한지 50여년이 되어간다. 그러나 국제기준에 맞는 국립공원을 처음 인증 받은 것은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조차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국립공원을 9개나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전부 이름만 국립공원이지 국제기준으로는 그 보다 훨씬 낮은 경관보호지역 수준에 불과했다. 그 후 국립공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면서, 2006년 설악산이 처음으로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기준의 국립공원 인증을 받았다. 이어서 2007년에는 지리산, 오대산, 월악산, 소백산, 그리고 지금은 총 15개가 IUCN 기준의 국립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이제는 국가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국립공원 분야에서도 국가의 체면이 좀 서나 했는데, 이번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승인은 그런 평가를 완벽하게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이번 윤성규, 정연만 두 사람의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사업 승인은 대한민국 국립공원 역사상 최대의 수치스러운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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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녹조(김종술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ebaekje)

조선말기 을사5적이 나라를 파는 조약에 서명하고 합병이 진행되는 동안 이를 반대하는 조선인들이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는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합방이 되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시민들이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고 무관심하게 있다가는 정부의 관리들이 어디까지 국토와 국가를 망칠지 모른다. 4대강에 22조란 돈을 퍼부은 결과 지금 모든 강이 녹조로 신음하고 있다. 전북을 살리는 사업이며, 미래의 농지를 확보한다던 새만금간척사업은 지금 어디 있는가.

환경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국민들의 피 같은 돈을 제멋대로 쓰고 있다. 어찌 국민들이 가만있는지 모를 일이다. 정부가 토건업자들의 앞잡이라는 말을 들어도 어떻게 변명할지 모르겠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복지 예산은 부족하다면서 토목사업을 위한 세금은 어디서 그렇게 줄기차게 잘 만드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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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아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ounganam

잘못된 정부의 질주를 막는 길은 시민들의 분노의 표출이다. 이런 일에 대해 모든 시민들이 분개하고 일어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잘못에 대한 시민저항을 국립공원에서 시작하자. 국립공원 훼손정책에 대해 항의하고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등산인들은 일부에서 시작한 대로 '근조 설악산', '근조 국립공원' 리본을 가슴에, 배낭에 붙이고 등산하자. 네티즌들은 사이버 상에서라도 외치자. 메일과 메시지마다 앞에 적자.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국립공원 팔아먹을 만큼 배고프지는 않다'라고. 그런 외침이 모여야 정부의 무모한 질주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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