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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25일 06시 1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25일 14시 12분 KST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과 설악산 케이블카

나는 개인적으로 문재인을 모르지만, '인간 문재인'은 무척 좋아했다. 일찍부터 인권변호사로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성공과 출세의 길을 마다하는 모습, 정치와 거리를 두려고 애쓰는 그의 진정성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어쩔 수 없이 청와대에 들어가면서도 "제가 정치를 잘 모르니, 정무적 판단능력이나 역할 같은 것은 잘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원리원칙을 지켜나가는 일이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정치하라고 하지 말아 달라는 조건을 걸었고, 실제로 청와대를 나와서는 네팔로 트래킹을 떠나 잠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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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치를 멀리하던 문재인은 본인의 책 제목처럼 운명에 의해 정치에 참여하고,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섰다.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지금 다시 당대표로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자신의 인생철학대로 원리원칙을 지켜나가는 훌륭한 정치인이 되고 꿈을 이루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설악산 케이블카에 대한 문재인 대표의 태도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치인 문재인', 그리고 그가 대표로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심각한 회의와 배신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그깟 케이블카 하나로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는가', '강원도에서 우리 당이 처한 어려움을 좀 이해해 주면 안 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깟 케이블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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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를 방문한 문재인 대표 ⓒ연합뉴스

첫째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원칙과 상식을 저버리고, 법을 어기는 일이다. 국토의 극히 일부분만이라도 뭇생명과 후손을 위해 개발의 광풍에서 지키자는 것이 국립공원이고,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법이 존재하고, 국제적인 규약과 통용되는 상식이 있다. 이번 설악산케이블카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국립공원'에, 그것도 지구상 어떤 나라에서도 절대 금기시되는 '주봉 정상부'로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자연공원법과 국립공원의 원칙을 명백히 저버리는 일이다. 그것도 전경련 등 일부 개발만능주의자들을 위해서 말이다.

둘째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지지는 야합의 길이다. 국립공원을 개발하고 산정상에까지 호텔과 레스토랑을 짓자는 전경련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이며 최경환 경제팀의 '산지관광특구개발'이다. 그 첫 걸음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다. 이런 잘못된 국가운영에 대해 비판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다. 그래야 정치적 미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전혀 없이 잘못된 강원도의 일부 여론이 무서워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잘못된 박근혜 정부와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에 야합하는 것이고, 두 손 들고 투항하는 것이다. 

셋째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찬 사업이다. 오색케이블카만 설치하면 모든 것이 이뤄지는 양, 양양군 주민들을 장밋빛 전망으로 기만하고 있다. 탑승객을 지역 방문객보다도 많은 숫자로 부풀리고, 각종 통계적인 조작을 통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둔갑시킨 사업이다. 천연기념물을 비롯한 동식물, 환경가치에 대한 피해는 전혀 계산에 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무 측면만으로도 적자인 사업이다.

오색 케이블카는 사업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설악산을 올라 본 사람들과 기본 양식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생태적 보전가치는 매우 높지만, 설악산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외설악과 내설악의 아름다운 전망은 전혀 볼 수가 없다. 반대편의 밋밋한 점봉산만 보일 뿐이다. 절대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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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케이블카 범대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최문순 도지사는 정부 여당, 국회의장 등 힘 있는 사람들만 찾아다니며 거짓말을 일삼고 지원을 부탁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조차 권유하는 환경단체와 일체의 대화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최문순 도지사가 각종 의혹으로 환경단체의 비판에 직면하였으나, 오히려 문재인 대표는 직접 방문하여 격려해 주었다. 그러자 지역언론들은 문재인 대표가 케이블카 사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8월18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에서 당론으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단 한 줄의 해명도 하지 않았고, 환경단체가 사실 확인을 위해 면담요청을 하고 새정치민주연합 당사로 찾아가도 만나서 의견을 듣기는커녕, 시설보호 요청을 해서 경찰을 불렀다. 과거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 손을 잡고 사정을 듣던 문재인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었다.

문재인과 새정치민주연합는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지지층이 될 리가 추호도 없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매 현안마다 소수라고 무시하면서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지지세력이 다 떠나고 난 자리에 자기들만 홀로 남아 있음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정권교체라는 명분만을 자신들의 독점적인 전유물인 것처럼 내세워 '배신의 정치'를 합리화하려는 정당에게, 더 이상 아무도 속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미래가 있을 리 없다. 남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정치인의 말을 누가 들어줄 것인가. 정치혁신 백날 떠들어야 아무도 귀기울지 않을 것이다.

최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한 인터뷰에서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장 큰 메시지는 원칙과 상식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한 "우리 당은 정책과 노선, 그리고 국가운영에 대한 비전을 놓고 경쟁하고 국민께 호소해야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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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도지사 ⓒ연합뉴스

정치를 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권유를 뿌리치기 위해 잠적까지 했던 '인간 문재인'이 운명처럼 현실 정치에 뛰어 든 '정치인 문재인'이 되었다. 현실 정치라고 해서 원칙과 상식을 버리거나, '야합의 정치'와 '타협의 정치'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아직까지도, 뮨재인이 거짓과 기만에 가득찬 박근혜 정부의 '산지관광특구개발사업'에 대해 대안을 놓고 경쟁하고 강원도민에게 호소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은 포기하고, 단지 정치적 유불리만 따져 야합하는 정치인으로 변절했다고는 절대 믿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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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연합뉴스

어떤 이유로든 노 전 대통령을 비난했던 사람들조차,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절대 불리한 길도 옳은 길이면 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칙을 지키는 용기만은 인정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용기와 신념의 자취를 문재인 대표에게서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이런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면, 설악산 케이블카사업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은 자기들의 입장이 무엇이고, 그 이유나 근거는 무엇인지 더 늦기 전에 떳떳하게 밝혀야 한다. 문재인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침묵을 지키는 동안, 환경부는 자기들이 심사할 사업자들의 해명까지 정부 홈페이지에 올려 주는 만행을 마음 놓고 저지르는 등, 사업추진을 위한 온갖 불법, 조작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

정치가와 정당에게 묵비권은 없다. 시민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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