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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17일 09시 23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18일 14시 12분 KST

힘내요, 주빌리 은행 | 도덕적 해이의 경제학

대출시장에서 돈을 갚지 않는 이가 있다면 누구의 책임입니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채무자의 책임을 묻습니다. 저축은행, 카드사, 대부업체들이 돈을 갚을 수 있는 사람들을 선별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이는 이들은 돈을 빌려 쓰는 서민이 아니라, 돈을 마구 빌려주고 있는 금융권입니다. 상환 능력에 대한 검토 없이 대출을 남발합니다. 미남 미녀가 등장하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해 주겠다는 광고가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정부까지 나서서 빚 내서 집을 사라고 설득했습니다.

주빌리은행

그녀는 4년 전 남편과 별거를 시작했다. 생계형 맞벌이 부부였으나 어느 날 남편이 실직을 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그 사실을 숨겼고 그 사이 카드 빚은 크게 늘었다. 몇 개월간 남편이 카드 돌려 막기로 키운 빚은 아내가 보증을 서서 대부업 대출로 갚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렇게 갚아도 카드 빚은 다시 생겼다. 부부 싸움이 잦아졌고 결국 별거로 이어졌으며 빚은 연체 상태가 되었다. 아내는 홀로 일용직과 식당 일을 병행하면서 되는 대로 조금씩 갚아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저기 쌓여 있는 빚은 갚는 속도보다 연체이자가 불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카드 빚은 가까스로 줄여 가고 있었지만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은 연체이자가 붙어 원금의 3배 쯤인 2,000여만 원으로 불어났다.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니 집 안 가재도구들에 빨간 딱지가 붙어 있었다.

에듀머니 제윤경 대표가 쓴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의 일부입니다. 많은 이들이 약탈적 대출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연체를 피하기 위해 카드 돌려 막기를 하거나 고금리 대부업체를 이용합니다.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 갚지도 못할 돈을 빌려 썼는냐, 왜 빚을 빚으로 해결하느냐, 결국 빚의 늪에 빠지지 않았느냐고 말합니다.

약탈적 대출의 늪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뮬라이나탄은 프린스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어진 시간 내에 일련의 문제를 풀게 하였습니다. 참가자들을 둘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50초의 시간을, 다른 그룹에게는 15초의 시간을 줍니다. 이들은 같은 방식의 게임을 반복할 예정입니다. 참가자들은 다음 라운드의 시간을 빌려 올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자를 지불해야 합니다. 지금 1초를 더 쓰기 위해서는 다음 라운드에서 2초의 시간이 단축됩니다.

50초가 주어진 부자 그룹 사람들은 미래의 시간을 빌려올 것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대다수는 빌려오지 않는 결정을 내립니다. 15초가 주어진 가난한 그룹 사람들의 다수는 미래의 시간을 빌려오는 결정을 합니다. 결핍 상황에 놓인 이들은 더욱 긴장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높은 성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게임이 반복될 수록 이들의 성과는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갚지도 못할 돈을 왜 썼느냐, 빚을 빚으로 갚느냐는 비판은 개인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실험의 결과는 가난한 상황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결핍 상황은 사람들로 하여금 돈을 갚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게 만듭니다. 빚을 갚기 위해 다시 고금리 대출을 하는 것은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됩니다.

도덕적 해이는 을의 힘

주빌리 은행을 이끌고 있는 제윤경 대표는 담대합니다. 빚을 갚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지적하며, 빛의 속도로 비판을 쏟아낼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돈을 갚겠느냐는 지적입니다.

저는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의 주인-대리인 모델은 도덕적 해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갑이 을과 어떤 계약을 맺을 때, 갑은 을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 없고, 계약서에 모든 내용을 담아낼 수 없습니다. 이때, 갑의 이해에 반하는 을의 행동을 도덕적 해이라고 합니다. 도덕적 해이는 거의 모든 상황에 존재하고, 갑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입니다.

도덕적 해이가 벌어지면 누구의 책임입니까. 을을 탓해야 합니까. 방지하지 못한 갑을 탓해야 합니까. 경제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는 갑이 어떻게 을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하는가입니다. 갑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같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길을 가다가 강을 만나면 건너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강을 탓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강을 건널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고, 강만 비난하면 어떻게 합니까.

대출시장에서 돈을 갚지 않는 이가 있다면 누구의 책임입니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채무자의 책임을 묻습니다. 저축은행, 카드사, 대부업체들이 돈을 갚을 수 있는 사람들을 선별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이는 이들은 돈을 빌려 쓰는 서민이 아니라, 돈을 마구 빌려주고 있는 금융권입니다. 상환 능력에 대한 검토 없이 대출을 남발합니다. 미남 미녀가 등장하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해 주겠다는 광고가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정부까지 나서서 빚 내서 집을 사라고 설득했습니다.

사실 도덕적 해이는 을이 자기를 지킬 수 있는 힘의 근원입니다. 도덕적 해이는 자기 이익 추구의 다른 말일 뿐입니다. 갑이 지배적 협상력을 가지고 있고, 을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약서에 담아낼 수 있다면, 을은 경제적 잉여를 얻을 수 없습니다. 을이 도덕적 해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갑은 을에게 어느 정도 경제적 이득을 제공해야 합니다. 게다가 약탈적 대출이 이루어지는 금융시장에서는 을의 도덕적 해이가 갑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기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을의 도덕적 해이만 지적하는 이들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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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빌리 은행

부실 채권을 매입해서 탕감을 해주는 곳이 있습니다. 제윤경 대표가 이끌고 있는 주빌리 은행입니다. 금융기관들은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을 손실 처리하고, 대부업체에 팔아 넘깁니다. 원금의 10% 이하, 심지어 1% 이하로 팔리는 부실 채권도 있습니다. 이렇게 싼 가격에 채권을 구매한 대부업체들은 전문 채권추심업체를 통해서 빚 독촉을 합니다. 끊임없이 전화하고, 직장을 찾아 오기도 해서, 좌절감과 실패감에 사로 잡히게 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주빌리 은행은 부실 채권을 대신 구매해서 탕감해 버리고, 빚의 늪에 빠진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형편이 되는 이들에게만 원금의 7%를 기부 형태로 갚아줄 것을 부탁하고, 이를 통해 다른 고통받는 이들의 채권을 매입합니다.

성서는 하늘의 아들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포로 된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눈 먼 사람들에게 눈 뜸을 선포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 주고, 주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주빌리는 바로 빚을 탕감해 주는 "은혜의 해", 희년을 의미합니다. 주빌리 은행은 하늘의 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