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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8일 05시 30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28일 14시 12분 KST

하늘이 감동할 만큼 노력하라 | 금수저와 흙수저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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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 대학교의 학생들이 두 명씩 짝지어 모노폴리 게임을 합니다. 갑은 을보다 두 배의 돈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갑이 사용하는 말은 롤스로이스이고, 을의 말은 낡은 신발입니다. 갑은 두 개의 주사위를 사용하고, 을은 한 개의 주사위만 사용합니다. 갑은 출발선을 통과할 때마다 두 배의 월급을 받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인 폴 피프는 몰래 카메라로 갑과 을의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갑은 종종 주먹을 불끈 쥐거나 두 손을 들며 환호를 하는 등, 승자의 몸짓을 보입니다. 불공정한 게임이므로 갑의 부는 점점 증가합니다. 동시에 갑은 점점 을에게 무례한 말과 행동을 보이고, 자신의 부를 과시합니다. 을의 처지에 무관심하고, 동정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폴 피프 교수는 독재자 게임 실험도 했습니다. 주어진 $10 중 얼마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지 살펴보는 실험입니다. 상대방을 알지 못하고, 다시 만날 일도 없습니다. 연 평균소득 $20,000 이하인 사람들이 $150,000 이상인 사람들 보다 약 44% 이상 많은 돈을 주었습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소득별로 얼마나 거짓말을 더 많이 하는지 살펴 보았습니다. 결과에 따라 $50의 상금을 받을 수 있는 실험이었는데, 부자일수록 더 거짓말을 많이 했습니다. 가진 자들이 더 무섭다, 더 인색하다는 속설이 통계적 경험치일까 궁금했습니다. 적어도 실험적 증거는 이제 존재합니다. 이런 점들은 좀 아니꼽지만, "발이 저린 사람들 좀 봐주기로 합시다."

금수저, 우리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금수저들이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모노폴리 실험에서, 주어진 15분의 게임이 끝난 후, 갑에게 게임을 하면서 느낌 점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였습니다. 폴 피프 교수는 이 대목이 가장 흥미롭다고 지적합니다. 갑은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을 했지만, 불공정한 상황에 대해서 무관심했고, 자신이 어떤 전략을 써서 이길 수 있었는지 자랑스럽게 설명했습니다. 금수저들은 자신의 성공을 환경적 요인 보다는 자신의 노력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두가 노력한다고 해서 금수저가 될 수 없다는 간단한 통계적 사실에도 무지합니다.

얼마전 메릴린치 수석부사장인 황웅성 씨는 미국 취업 멘토링 워크샵에서 "하늘이 감동할 만큼 노력"하라고 젊은이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는 삼성증권 미주 법인장으로 일하다가 메릴린치의 영업맨이 되어 많은 설움을 겪었습니다. 흑흑. 죽을 각오로 노력해서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짝짝짝. 황웅성 수석부사장은 삼성생명 사장과 삼성카드 부회장을 지낸 황학수 씨의 아들이고,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MBA 출신입니다. 허걱!

금수저는 여러 정부 정책에 대해서 흙수저와는 매우 다른 선호와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정치학과 벤자민 페이지 교수 연구팀은 대략 상위 1% 소득계층에 속하는 부자들과 일반 대중들 사이의 정책 선호도 차이를 연구했습니다. 최상위 계층과 일반 대중의 시각은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상위 계층은 사회복지 예산 감축에 우호적입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 근로소득 세제혜택 인상, 정부 일자리 창출 등에 반대합니다. 이들은 일반 대중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공교육 예산의 증가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사립학교에 대한 지원은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재산세 감소를 지지하고, 고소득 계층에 대한 세금 증가를 반대합니다. 월스트리트 금융 기업 및 대기업에 대한 정부규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법, 규제, 공공투자 결정에 심각한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장이 기울어졌지만, 이러한 구조적 결함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경기장을 개선해 보자고 해도, 일일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이한 의견을 조율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마저 금수저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표현되고 있는 양극화, 경제 불평등의 문제를 금수저들에게 해결하라고 맡겨둘 수 없는 이유입니다.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1997년 1억원에 불과했던 가업상속공제액은 이명박 정부를 지나며 30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다시 500억원으로 증가시켰습니다. 500억원을 상속해도 빵원의 세금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금수저들에게 제공했습니다.

흙수저, 우리만 생각합시다‬.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 부족은 흙수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생 조카는 만날 때마다 스마트폰에 머리를 묻고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면, 다들 대동단결한 모습입니다. 불안한 미래 때문일까요.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조카는 졸업 이후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합니다. 저는 조카가 친구들과 함께 서로를 걱정하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은 나라 걱정을 많이 합니다. 세월호와 메르스 때문에 나라 경제가 힘들다는 종편의 보도를 보면, 아버지는 기업인들을 걱정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는 박근혜 대통령이 힘들겠다고 안쓰러워 합니다. 평생 2번만 찍은 광주 출신의 일용직 건설 노동자인 아버지와 평생 가난한 어머니인데 말입니다. 부모님은 대통령을 걱정하고, 금수저들을 걱정합니다. 저는 부모님이 당신들만 걱정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