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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7일 08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07일 14시 12분 KST

우리는 가오가 없다 | 권한 위임의 경제학

연합뉴스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교장 훈화의 어투로 읽어 내립니다. 국무위원들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대통령의 연설을 받아 적기에 바쁩니다. 대통령과 국무의원 사이의 토론을 볼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정책심의기관, 국무회의의 풍경입니다.

심리학자 레프콜트는 통제권 소유 여부와 업무 능력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퀴즈 풀기, 오탈자 교정같은 업무를 수행합니다. 한 그룹의 사람들은 무조건 소음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다른 그룹은 소음 차단 버튼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버튼을 누르고, 소음이 없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실험 결과, 버튼을 제공받은 집단이 더욱 우수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흥미롭게도 버튼을 누른 사람은 없습니다. 통제권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급자는 왜 권한을 위임하지 않을까요. 최근 조직경제학에서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볼튼과 드와트리퐁트의 논문에 따르면, 권한 위임 여부는 두 가지 요소에 달려 있습니다. 하나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이해 관계가 어느 정도 일치하는가, 다른 하나는 하급자의 능력 수준입니다. 둘 사이의 이해 관계가 일치하면,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권한을 위임합니다. 반면 이해관계가 다른 경우, 통제형 구조를 원합니다. 특히 하급자의 능력이 뛰어날 때, 완전통제형 조직 구조를 선호합니다. 능력이 뛰어난 하급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실행하려고 들기 때문에, 상급자는 직접 의사결정을 하고 하급자에게 명령만 내립니다.

깨알지침과 받아적기로 요약할 수 있는 국무회의는 의심할 것 없이 완전통제형 구조입니다. 국무위원들을 나무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관이나 된 사람들이 받아쓰기 할 정도의 능력밖에 없냐, 다들 박근혜의 사람이냐는 지적입니다. 앞서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지적은 잘못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국무위원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상당히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무위원들의 능력도 뛰어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깨알지침을 통해 완전통제를 해야 합니다. 이처럼 권한위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똑똑한 하급자들은 관료주의를 선택합니다. 상급자에게 의도적으로 혼란스런 정보를 제공하고 무사안일을 추구합니다. 이들이 무능해 보이는 것은 원인이라기보다 증상입니다. 반면 문고리 삼인방, 십상시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권한을 완전히 위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는 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권위구조가 업무 스트레스 및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흔히 무거운 책임감을 요구받는 사람들, 대통령, 경영자, 스포츠 팀 코치같은 리더들이 스트레스에 더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리더보다 명령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더 높습니다. "당신은 업무 내용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스로 업무 내용을 통제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심장질환 및 사망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가오를 가지고 살아야 할 이유입니다. 완전통제형의 박근혜 정부에서 가오 없이 일하는 국무위원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살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