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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2일 06시 5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22일 14시 12분 KST

그들이 부끄러워 하지 않는 이유

농민 백남기씨는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살수차 운영에 문제가 없었고, 과실치사 여부도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생명에 지장이 없다며 지엽적 사고로 일축했습니다. 이완영 의원도 미국이라면 총을 쏴 죽여도 당당한 공무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공권력 남용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어떻게 사람에게 이럴 수 있는냐고 질문합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부끄러움의 감정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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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TBC 뉴스룸

시카고대의 심리학자 니콜라스 이플리는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외근 중 친구와 먹은 식사 비용을 회사에 청구하는 것은 비윤리적인가', '휴가 목적으로 병가를 내는 것은 비윤리적인가', '비정품 소프트웨어를 쓰는 것은 비윤리적인가' 등의 질문입니다. 각 질문에 대해서 비윤리적이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수는 절반 이하였습니다. 흥미로운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입장일 것 같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자기와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질문인 식사 비용 청구에 대해서, 14%의 사람들만 비윤리적이지 않다고 답했고, 이들은 60%의 사람들이 같은 답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상 상대적으로 윤리의식이 낮은 사람들은 소수이지만, 이들은 자신이 다수의 그룹에 속해있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김용남,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과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이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미국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행해진 물고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을 때, 공화당 하원의원이었던 미첼 바크만은 코 위에 물을 떨어뜨리는 것을 불편하기는 하지만 고문이라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익 방송 진행자 맨카우 뮬러는 직접 체험을 해보겠다고 나선 적이 있습니다. 해군 장교인 클레이 사우스는 보통 사람도 15초 정도 버틸 수 있다고 거들었지만, 그는 6초까지만 견디고 포기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경험해 보면, 자신의 천박한 윤리의식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용남,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님, 구은수 서울경찰청장님, 늦가을 하늘이라도 찬찬히 둘러보십시오. 잎새에 이는 바람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