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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06일 07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06일 14시 12분 KST

긍정적 역사관의 경제학

경제학개론 수업에서 다음과 같은 간단한 게임을 합니다. 네 명의 게임 참가자에게 각각 $50을 줍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가진 돈에서 얼마를 기부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면 저는 총 기부금액을 두배로 만들어서, 기부 여부 및 금액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어 줍니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는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서비스를 경제학에서 공공재라 부릅니다. 네 명의 참가자 모두가 $50을 기여하면, $200이 모입니다. 여기에 2를 곱해서 $400이 되면, 모두에게 $100씩 나누어 주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모두가 $50불의 이득을 얻습니다.

몇 학생은 머리가 똑똑합니다. 기부를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합니다. 한 사람이 기부를 하지 않으면, 총 모금액은 $150이 됩니다. 그리고 2를 곱한 $300을 각 사람에게 $75씩 나누어 줍니다. 기부를 하지 않은 똑똑이는 원래 가지고 있던 $50에다가 $75을 받아서 $125를 갖게 됩니다. 기부를 하지 않고 무임승차를 선택하면 더 큰 이득을 얻습니다. 하지만 $50을 기부한 다른 세 사람은 $75만 갖습니다. 이 실험을 한 번 더 반복하면, 거의 대부분이 기부를 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기부를 하는 우직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반복할수록 이들의 우직함도 꺾이고 맙니다. 아무도 기부를 하지 않습니다.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시장실패, 공공재의 문제입니다. 간단한 게임을 통해서 자유시장의 중요한 한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인 저는 우리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공공재의 문제로 이해합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 속에서, 독립 운동을 할 것인가, 일제의 협력자로 살 것인가. 서슬퍼런 군사독재의 시대에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할 것인가, 권력의 시녀로 살아갈 것인가. 이러한 선택은 공공재의 문제에서 기부자가 될 것인가, 배반자가 될 것인가라는 선택과 닮아 있습니다.

공공재 게임의 결과가 암시하듯, 우리의 처지는 우울합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 매국을 하면 3대가 떵떵거린다' 말의 증거가 넘쳐납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고, 일제의 협력자들은 여전히 부와 권력을 누리고 있습니다. 탈세, 병역면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넘쳐나고, 탐욕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 총리와 장관이 되고, 세상을 호령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어서, 우직하게 역사를 만들어 가는 영웅들은 점점 사라져갑니다.

몇 명의 연구자가 공공재 실험을 조금 바꾸어 보았습니다. 앞서 설명한 공공재 게임을 펼친 후, 또 하나의 게임이 펼쳐집니다. 실험 참가자는 배반자를 징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징계 행위에도 비용이 수반됩니다. 배반자의 소유를 $3 줄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돈 $1를 써야 합니다. 실험의 결과, 사람들은 배반자를 징계하기 위해 기꺼이 소유의 일부를 포기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입니다. 배반자를 처벌하는 것에도 무임승차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배반자를 처벌하는 행위에 적극적으로 동참합니다. 결국, 사람들의 기부는 급격하게 증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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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TBC 뉴스

박근혜 정권은 학생들에게 긍정적 역사관을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했습니다. 배반자들이 득세하게 된 것을 긍정이란 이름으로 덮으려고 합니다. 긍정적 역사관이 미래지향적이고 국민통합을 가져온다고 합니다. 경제학 이론은 정확하게 정반대의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배반자들로 가득했던 역사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것, 이러한 처벌의 가능성이 사회적 협동과 국민통합, 나아가 더 풍요로운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 소시민들은 영웅들의 희생과 배반자들의 무임승차 사이에서 우물쭈물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역사를 기억하고 성찰하며, 배반자들을 징계할 때는 강한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영웅들이 우리에게 기억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습니까.

"알려줘야지,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