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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17일 12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18일 14시 12분 KST

'청년비례'라는 선악과

'청년비례대표'라는 선악과는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청년들을 서로 물어뜯게 만들었다. 청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보수여당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과의 투쟁에 쏟아야 할 힘을, 때로는 당내 기성세대를 상대로 한 투쟁에 써야 할 힘을 '청년비례'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기 위해 서로를 물어뜯는데 쓰고 있다.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도 의석에 대한 약속이행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총부리는 권력자가 아닌 서로를 향하고 있다. 이 싸움은 청년들의 잘못이 아니다.

연합뉴스

글 | 선임연구원 성치훈

'청년비례대표'라는 선악과는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청년들을 서로 물어뜯게 만들었다. 청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보수여당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과의 투쟁에 쏟아야 할 힘을, 때로는 당내 기성세대를 상대로 한 투쟁에 써야 할 힘을 '청년비례'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기 위해 서로를 물어뜯는데 쓰고 있다.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도 의석에 대한 약속이행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총부리는 권력자가 아닌 서로를 향하고 있다. 상호비난과 치열한 경쟁 속에 전혀 '청년스럽지 못한' 행동들도 자행되고 있다. 싸움에서 빗겨나 있는 후보자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모두가 피해자인 이들의 상처는 누가 보듬어줄까. 내가 아는 이 당은 책임을 지지 않을 것 같다.

이 싸움은 청년들의 잘못이 아니다. 제한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당연한 것이다. 그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불안정한 룰에 대해 끝까지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 책임은 그 경쟁의 공정함을 담보하기 위한 룰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무책임하게 내버려 둔 기득권 세력에게 있다. 난 이 사태의 책임이 김종인 비대위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들에게 권력자의 잣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어설픈 제도를 넘겨 준 자들의 탓이 더 크다. 2012년 이 제도를 자기가 만들었다고 말하고 다닌 수많은 사람들은 그 이후 무엇을 했고 또 지금은 무슨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원내에 진출한 몇몇은 그 이후에도 청년비례를 자기가 만들었다고만 말했을 뿐 청년정치의 확대를 위해 무엇인가를 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청년비례 출신 김광진 의원만이 홀로 청년비례제도 옆에 서 있었다.

2012년 민주통합당에 처음 도입된 청년비례제도는 당외 인사들도 참가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일부 당외 출신 인사들이 당내 인사들의 내정설을 주장하며 당내 인사들을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아갔고, 많은 당내 인사들이 조기에 탈락했다. 당내 인사들에게 남겨진 그 트라우마는 청년비례를 당내 선출로 제한하는 당헌변경으로 이어졌고, 그 이후 당내 투쟁의 움직임들이 포착되었다. 당을 이끌어갈 청년위원장 선거에서 청년비례 출마여부가 논의되는 등 당내 청년 세력은 갈라지기 시작했다. 당내 인사들끼리의 경쟁에서도 내정설은 불거졌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내정설의 주인공은 외부 인사였다.

청년비례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당내에 청년인재 '교육제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유럽의 정당에서 20대의 국회의원과 장관이 나올 수 있는 것은 각 정당들이 갖고 있는 '당 교육시스템'에 비롯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청년비례 제도가 당내에서 제대로 교육받은 인재들을 위한 제도가 될 수 없다면 이 제도는 의미가 없다. 초중교 교육은 버려두고 대학교만 만든다고 국가교육이 바로잡히지는 않는다. 당내 교육제도가 제대로 갖춰진다면, 그 교육 속에서 서로를 알고 자연스럽게 경쟁해 나가면서 당내 청년인재들 속의 리더십도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리더십을 갖춘 사람들이 선전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춘다면 굳이 당의 문을 걸어 잠그지 않아도 좋은 인재들이 당내로 들어와 함께 경쟁하게 되지 않을까.

* 이 글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