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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26일 11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26일 14시 12분 KST

[인터뷰]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

"우리 교육이 제일 잘못되기 시작한 게 1995년 대학교 설립이 준칙주의로 바뀌면서다. 갑자기 대학이 300개가 됐다. 입학정원이 65만 명이 되니까 학생이 부족한 상황이 됐다. 그런데 65만 명이 해마다 졸업해서 갈 직장이 있나? 없다. 보통 한 나이대에 65만 명 내지 70만 명이 태어난다. 그 중 대개 35%, 많으면 40% 정도 대학을 가는 게 일반적인데, 60만 명이 태어난다고 하면 한 20만 명이다. 그 정도가 대학교육을 받은 후 갈 일자리가 있는 건데, 우리는 입학정원이 65만 명이니까 반은 취직이 안 된다. 대학을 나온 역할을 못하는 데로 취직을 하게 되어 있다. 돈과 시간을 많이 버리게 되는 것이다."

한겨레

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산업화 시기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동력이었다. 그러나 2015년, 우리교육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있다. 교육을 통해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가고, 교육이 세대 간 계층 대물림의 수단이 되고 있다. 사교육비는 중산층마저 빈곤의 딜레마에 빠트렸으며, 무한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으로는 창의적 인재 육성은커녕 어떤 미래 시민도 살려낼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의 깃발을 올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때로는 병증을 더욱 악화시켰다. 하지만 교육이 우리사회의 골칫거리가 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도려내고 다른 무엇으로 그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교육은 사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사회의 반영인 동시에, 사회의 모습을 통해 그 공동체의 교육이 어떠한지를 엿볼 수 있다는 뜻이리라. 지금 한국교육의 위기는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질적으로 나빠진 것에 기인한다고 보아야 옳다. 그렇다면 위기의 한국사회를 구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 답 역시 '교육'을 통한 변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는 교육 문제에 천착해온 교육 현장, 학계, 정치, 시민사회 전문가들의 지혜를 듣는 '교육만이 대안이다' 시리즈를 통해, 위기의 한국을 구할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방향을 큰 그림으로 조망해줄 전문가와의 만남으로 교육 시리즈의 문을 연다. 교육부의 수장을 지냈고, 총리로서 국정 전반과 교육의 종합적 관계까지 조율해본 이해찬 의원을 만나,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대한민국 교육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고 해법은 없는지 물었다.

- 우리나라는 유난히 교육열이 놓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교육의 의미, 역할이란 어떤 것인가?

= 나라마다 교육의 국가적 역할이 다르다. 자원이 많은 나라는 대체로 교육의 역할이 크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분단이 되면서 자원은 없고 인구는 많은 나라가 되어버렸다. 순전히 인적자원에 의존하는 나라가 됐다. 그러니까 교육에 기대하는 역할이 굉장히 크고 국가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 높은 교육열만큼이나 교육 분야에서 논쟁과 이견도 많다.

= 우리 같이 자원 없이 오천만이 먹고 살려면 기술 개발하는 R&D와 인재 개발하는 HRD가 중요하다. R&D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많지 않는데, HRD에서는 차이가 크다. 인성이 중요하냐 지식이 중요하냐부터 논쟁거리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학력을 가진 인재들이 가장 많이 모인 직업 집단이 교육분야다. 성인 50명 중에 하나꼴로 교육계 종사자일 것이다. 말도 잘 하고 글도 잘 쓰고, 제일 뛰어난 사람 35만 명이 모여 있으니 논쟁거리도 많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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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하면 모두 대학입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고등학교는 대입을 위해, 중학교는 고등학교 선행학습, 초등학교는 중학교 선행, 이런 식이 되어버렸다.

= 대개 초등, 중등, 고등으로 나눠보면 역할이 다 다르다. 근데 우리는 대개 중등에서 대학교 들어가는 입시 교육을 중심으로 사고를 한다. 그러다 보니 교육이 아니고 입시가 교육인 것처럼 인식이 된다.

우리가 교육을 통해서 계층 상승을 하는 나라였기 때문에 입시로 집중됐던 것이다. 그런데 계층상승 사다리는 90년대쯤 들어와서 끊어진 것 같다. 이미 다 기득권을 차지해버렸기 때문이다.

- 이제는 계층상승은 커녕 대학을 나와도 취업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다.

= 우리 교육이 제일 잘못되기 시작한 게 1995년 대학교 설립이 준칙주의로 바뀌면서다. 갑자기 대학이 300개가 됐다. 입학정원이 65만 명이 되니까 학생이 부족한 상황이 됐다. 그런데 65만 명이 해마다 졸업해서 갈 직장이 있나? 없다.

보통 한 나이대에 65만 명 내지 70만 명이 태어난다. 그 중 대개 35%, 많으면 40% 정도 대학을 가는 게 일반적인데, 60만 명이 태어난다고 하면 한 20만 명이다. 그 정도가 대학교육을 받은 후 갈 일자리가 있는 건데, 우리는 입학정원이 65만 명이니까 반은 취직이 안 된다. 대학을 나온 역할을 못하는 데로 취직을 하게 되어 있다. 돈과 시간을 많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남자는 군대까지 갔다 와야 되니까 다른 나라에 비해 사회진출 전 5년은 낭비하는 셈이다.

- 문제 있는 제도가 왜 도입된 것인가?

=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도입된 게 김영삼 대통령 때다. 돈을 좀 벌었는데 증여세나 세금을 안 내도 되는 교육재단을 만들고 싶어 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교육부가 굉장히 반대를 했다고 한다. 나중에 공급과잉이 된다고. 그런데 기업들이 육영사업 하겠다는데 못하게 하느냐고 대통령에게 강하게 어필을 한 것이다. 그렇게 제도가 도입됐다.

그런데 준칙을 또 너무 낮은 수준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러니까 교수는 안 뽑고 시간강사로 채우고, 교육의 질은 떨어졌다. 좋은 대학은 교수 숫자가 학생당 7명을 넘으면 안 되는데, 사정이 제일 낫다는 서울대도 그 정도는 안 된다. 교수 1명당 학생숫자가 몇 십 명 되는 대학도 많다. 그러니까 그 교육이 좋을 수가 없다. 지금 우리 대학은 고등교육이 아니라 대중교육이다. 몇 백 명 모아서 마이크 대고 강의하는 학원교육이다.

-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은 늘었는데, 중등교육의 질이 높아졌는가는 의문이다.

= 입시제도를 잘못 운영한 게 문제다. 고등학교에서 수능 위주로 획일화된 교육을 하고, 컴퓨터까지 보급이 되다 보니 사지선다형 교육이 되어버렸다. 창의력 없는 교육이 됐다. 논리적으로 추론해 들어가는 게 아니고 수학문제도 답을 문제에 대입해보는 식으로 푼다. 네 개 중에 어차피 답은 하나 있으니까. 수능을 가지고 뽑다보니까 문·이과도 없고, 적성도 없다. 모의고사 시험지를 받아다 쓰고, 채점도 거기서 해 와서 등수대로 나눠줬다. 선생님이 채점을 안 해보니까 아이가 이해하고 있는 정도를 모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서 고등학교 교육이 아주 파행으로 흘러가게 됐고, 학원에서 그 문제를 먼저 풀어주는 선행교육이 나오게 됐다.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잘못되게 만든 것이다.

- 입시제도 개혁은 교육부장관 시절에도 하셨다.

= 그래서 교육부장관 시절 그걸 많이 뜯어고쳤는데, 고치다 보니까 교육이 굉장히 복잡해졌다. 입시제도가 대학마다 각각 달라졌다. 그러면 선생님들이 그런 입시에 맞게끔 아이들 상담을 해줘야 되는데, 그 역할을 못했다. 그 상담을 학원이 대행해주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방향은 잘 잡았는데 그 부분을 간과했다.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안 되니까 주도권이 시장으로 흘러가 버렸다.

우리 중등교육의 가장 큰 맹점이 사교육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가면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비중이 더 크다. 특히 강남 같은 데는 학교가 100개라고 하면 학원은 한 500개 쯤 된다. 학교가 학원의 바다에 떠있는 섬처럼 됐다. 아이들은 밤 늦게까지 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낮에는 학교 와서 자고,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학원은 경쟁력이 있으니까 우수한 선생님을 많이 확보한다. 잘 가르치는 사람을 확보하니까 실제 교육의 내용도 학원이 더 세다. 그렇게 돈 번 스타강사들 많이 있지 않나. 그러니 고등학교 교육의 파행이 온 것이다.

- 그보다 좀 아래, 초등교육의 문제점은 뭘까?

= 학급당 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 수행평가가 안 되는 것이다. 좋은 교육은 선생이 관찰을 해서 아이에 맞춰 풀어주는 것, 바로 대화다. 옛날 교육이라고 하면, 공자나 플라톤이나 죄다 대화체로 되어 있지 않나. 학생이랑 소통이 되어야 교육이 되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지식과 논리와 가치를 가르쳐주는 국민기본교육이 있고, 또 사람마다 다른 특기와 적성을 살려주는 영역이 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잠재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ēdŭcátĭo라는 교육의 라틴어 어원은 인-아웃(in-out), 입출(入出)이란 뜻이다. 요소를 투입해서 더 많은 잠재력을 현재화시켜주는 것이다. 마중물을 펌프에 넣어서 지하수를 뽑아내듯이, 교육을 통해서 지식이란 마중물을 넣어가지고 잠재력을 끄집어 낼 수 있는, 말하자면 창의력이다. 그게 교육의 핵심이다.

기술이나 지식을 운영하고 조합하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려면 창의력과 기획력이 있어야 되는데, 그렇게 하려면 선생님과 학생들과의 대화가 많아야 된다. 인원수가 좀 적어야 아이한테 맞는 교육을 시킬 수가 있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초등학교는 많이 좋아졌다.

- 결국 투입되는 예산 문제 때문 아닌가?

= 교육에 국가 예산을 너무 적게 투입한다. 지금 교육예산이 한 40조 조금 넘지? 그러니까 GDP의 4%가 안 된다. 대개 교육에 아주 역점을 두려면 GDP의 6%가 넘어야 하는데, 우리가 한 4% 정도 밖에 안 되니까 나머지 2%p를 사교육이 채우는 것이다.

학원 시장이 한 30조 정도 될 것이다. 국가 예산을 적게 투입하니까 학원시장에 학부모들이 내는 것이다. 그래서 학원이 창궐하게 된다. 이걸 공교육으로 자꾸 전환을 시켜야 한다. 우리 교육에서 아주 아쉬운 부분들이다.

- 사교육에서 잘 나간다는 스타강사를 만난 적이 있는데, 학교 선생님들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한다면서 교원 역량을 비판하기도 하더라.

= 교사 연수도 우리가 아주 취약한 편이다. 교수들은 논문으로 평가를 받고 학생들도 교수들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다. 그런데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은 아무 평가가 없다. 그러니까 재훈련이 안 된다. 우리교육에서 제일 취약한 분야다.

초등학교는 교실마다 보조교사를 넣어서 아이들 수행평가를 잘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우리는 교생실습을 한 달밖에 안하는데, 일 년 이상 보조교사를 하면서 아이들 가르치는 법, 다루는 법을 배워서 담임을 맡아야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인력이 적으니까 바로 투입해버리지 않나. 그러니까 좋은 교사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초등교육의 경우 교사 연령도 좀 낮아져야 한다. 인터넷 보급 이후 교육 방법도, 내용도 많이 달려졌다. 지금 세종시에서는 스마트 교육이라고 해서 태블릿 피시로 수업을 받는다. 수학문제를 풀어서 전송하면 화면에 답이 딱 뜬다. 칠판이 없어졌다. 집에 갈 때는 USB만 빼간다. 그런데 그걸 하려니까 선생님들이 익숙치 않아 어려워했다. 지금은 굉장히 훈련이 많이 되었다. 세종시에 부임하려면 이걸 다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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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정보화를 시작한 교육부장관이기도 하다.

= 이해찬 세대가 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운 첫 세대다. 98년 교육부 장관할 때, 정보화 사업이라고 학교에 PC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30대 중후반쯤 됐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이 세대가 회사의 중추가 되어서, 그거 못하는 사람들이 자꾸 밀려나고 있다.

그런 시대로 가고 있다. 사고방식도, 생활방식도 변해가고 있다. 그런 변화에 맞는 교육을 시켜줘야 된다.

인터넷 상의 자료 중 70%가 영어라고 한다. 그 다음 20%가 중국어, 스페인어가 5%다. 나머지 언어는 전부 1% 미만들이다. 그 언어로 논문을 써서는 검색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다. 그러니까 영어를 기본으로 해야 된다. 이런 인터넷 상의 언어 때문에 우리 때보다 지금 영어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진 것이다. 영어조기교육이 문제는 있지만, 영어 교육을 안 시켜서는 글로벌한 21세기에 살아남을 수가 없다. 좋은 영어교육을 시켜야 한다. 정보를 얻기도 하고 나중에 자기 성과물을 또 세계에 내놓을 수 있도록 말이다.

- 시대가 많이 변했다.

= 우리가 (만 나이로) 일곱 살에 초등학교 입학, 여섯 살에 유치원을 다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요즘 애들이 굉장히 빨라져서 입학년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내가 보기에는 일 년 정도 당겨도 될 것 같다. 다섯 살에 유치원을 보내고, 초등을 여섯 살에 보내고, 중·고등학교 교육을 5년으로 압축하면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가 2년이 빨라진다. 사회생활 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질 것이다.

- 제한된 예산 범위에서 지출을 하는 건데, 오히려 대학보다 취학 이전 단계에 집중적으로 쓰는 것이 좋은 인재를 양성하고 교육의 원래 목적을 이루는 데 나은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 그렇다. 그걸 우리는 복지라고 생각하는데, 복지가 아니고 투자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SOC(Social Overhead Capital)는 인적자원투자다. 사회 기반 시설은 거의 다 갖췄지 않나. 지금부터는 HRD에 투자해야 된다. 보육은 인적자원 선행투자로 봐야한다. 나무 심는 거랑 똑같은 것이다. 이십 년을 길러야 그 사람이 좋은 인적자원이 되는 거 아닌가.

그러려면 아동수당제 같은 걸 빨리 도입해야 된다. 다른 나라 같은 경우에는 아동수당을 18~19세까지 준다. 그걸 가지고 어린이집을 보낼 거냐 자가 교육을 할 것이냐, 부모가 선택을 하는 것이다. 아동수당을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주니까, 그 돈으로 급식비도 낸다. 우리 무상급식이니 무상보육이니 하는 논란은 굉장히 유치한 논란이다. 처음에 우리가 잘 못 쓴 거다. 의무교육, 의무급식이다. 군인보고 도시락 싸서 군대 가라고 하며 가겠나? 공짜라는 복지개념이 아니고 국가가 선행하는 투자라고 봐야 한다.

총리가 되고 보니까 보육예산이 4~5천 억밖에 안됐다. 그 때 담당 부처인 여성가족부에 예산을 빨리 늘릴 테니 전달체계를 바로 잡으라 했다. 2005년에 보육예산을 2조원으로 늘렸다. 지금은 최소한 5~6조는 되어야 하는데, 한 2조 5천억 정도 되는 모양이다. 그거보다 배는 되어야 한다. 누리사업이라고 교육청에다가 떠넘겼는데, 법률상 권한은 복지부가 가진 희한한 구조다. 옛날엔 여성가족부 업무였는데 예산이 커지니까 보건복지부가 가져가고, 요즘 와서는 교육청에다 예산을 떠넘기고 있는 것 아닌가.

아동수당제를 빨리 도입해서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보내든 집에서 잘 기르든, 부모의 선택권을 강화시켜야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도 더 많이 지어야한다. 일본 같은 경우 국민연금 기금 같은 데서 어린이집 지을 때 많이 장기융자를 해준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돈이 부족하니까. 우리로 말하면 국민연금기금에서 빌려다가 장기 리스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식으로라도 많이 확충을 해서 강화해줘야 한다.

- 보육교사의 근무조건이 열악하다. 최저임금 수준이다. 역량을 갖춘 인력이 일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때문에 보육교사 공무원화 얘기도 나왔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해법을 갖고 계신가.

= 보육교사 월급이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 괜찮은 일자리가 아니니까 자꾸 떠나는 것이다. 숙련이 안 되니까 좋은 교육이 될 수 없다. 그저 탁아소인 것이지, 보육-교육이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걸 공무원화 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대신 부모한테 아동수당을 줘서 부모들이 선택하도록 하면, 민간 어린이집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그런 곳들은 보육교사들도 서로 가려고 한다.

- 민간어린이집도 순번이 줄을 서고, 너무 비싸기도 하다.

= 그걸 개인이 부담하면 비싼데, 아동수당을 아이 한 명당 30만 원을 준다고 하면, 자기 돈 20만 원 정도 보태서 50만 원짜리 어린이집 가면 좋지 않나.

-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너무 적어서, 가고 싶어도 못 간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 꾸준히 만들긴 했는데, 한꺼번에 많이 늘릴 수가 없다.

- 엄마들 사이에선, 매번 30%까지 국공립 비율을 늘리겠다고 공약하면서 실행이 안 되는 건 기존 민간어린이집의 입김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도 한다.

= 예산이 문제다. 100명 규모 어린이집을 하나 지으려면, 땅 사고 건물 짓고 하는 예산이 200~300억 정도 들어간다. 그럼 한 구청에서 몇 개나 지을 수 있겠나. 구청 예산이 몇 천 억 수준밖에 안 되는데, 1년에 하나 지으면 잘 짓는 거다. 그래서 한꺼번에 늘릴 수는 없고,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하위는 정리해나가고, 상위 50% 안에 드는 곳을 집중 지원해 국공립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자꾸 어린이집을 대형화시키려 하는 것도 잘못된 방식이다. 지역구였던 관악구에서 신규 아파트 단지 건설 때 1층 양쪽 두 집을 분양을 안 하고 어린이집으로 만들었다. 노인정 같은 것은 분양을 안 하지 않나. 필수시설이다. 그런데 어린이집은 필수시설이 아니어서, 1층 두 개를 분양하지 말라 하고 시에서 매입을 했다. 그리고 민간 어린이집에 싸게 임대해서, 한 개 어린이집에 10명씩 스무 명을 수용할 수 있게 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노란차 타고 보낼 필요 없이 가정어린이집에 맡기면 되니까 가깝고 편한 거다. 그런 것들을 지역에 잘 만들면 훨씬 더 친밀하게 할 수 있다. 이제는 시설비 투자를 최소화시키는 대신 운영비를 잘 돌리는 개념으로 하면 할 수 있다. 가정어린이집이 서울에서 생긴 후, 지방에도 이제 많이 늘고 있다.

- 교육문제가 잘 안 풀리니까 교육행정 거버넌스에 대한 비판도 많다.

= 교육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지금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있듯이 교육도 아예 헌법기관처럼 국가위원회를 만들어서 입시제도라든가 교과서라든가 이런 걸 정권에 따라서 자의적으로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상관없는 거버넌스 기관을 하나 만드는 것이다. 위원회에는 국회뿐 아니라 교사, 부모, 교수, 교육감, 그리고 학생들도 참여해서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교육부는 실행을 하면 된다. 교육부 장관도 위원회에 멤버 중에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대학교와 중·고등학교 간에 협의가 안 되는 나라다. 입시요강을 만들 때 시도교육감하고 대교협 총장들이 협의를 안 하는 나라다.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영국 국가교육위원회는 대통령과 임기를 엇갈리게 해놓았다. 지금은 모르겠는데, 내가 들었을 때는 임기도 없었다. 한번 교육위원장 맡으면 종신으로 한다. 안정되게 집행을 할 수 있도록 임기를 한 10년으로 하면, 세 정권 동안 정권 차원에서의 왜곡된 교육은 없어질 수 있다.

총리 때 이걸 만들려고 했는데 반대도 많고 각 대학에서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 해서, 결국 못 만들었다.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 잘 안 됐다.

- 국공립대학을 통합하고 거점대학을 양성해서 학벌을 평준화하자는 제안도 있다.

= 우리나라 국공립 대학이 사년제만 50개쯤 된다.

- 교육부 소관으로 하면 38개, 카이스트나 경찰대까지 50개 쯤 된다. 노동부도 가지고 있고, 폴리텍까지 하면 좀 더 많다.

= 그 중에 서른 개 정도는 교육내용이 비슷비슷한데, 질적인 차이는 또 크다. 지방 국립대가 굉장히 질이 낮아졌다. 과거에는 서울대를 못가는 사람 중에는 서울의 사립대를 안 가고 지방 국립대학을 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든 서울에 가려고 한다.

국립대 서른 몇 개가 유사한 과를 다 가지고 있는데, 대학 하나하나를 지역에 맞춰 특성화 시켜야 한다. 구미공단이 가까운 경북대학교는 전자공학 쪽으로 특성화를 했다.

종합대학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 대학이 어느 분야에서 강하냐, 이게 중요하다. 옥스퍼드는 경제학, 케임브리지는 역사학이 강하다. MIT는 기계공학과 건축학이 강하다. 스탠포드는 기계공학하고 통계학 이런 게 강하다.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같은 것은 이름을 통일 시키자는 것인데, 오히려 특성화가 중요하다.

- 다양한 특성화 재정지원이 있다. 초기에는 대학들이 지원 받아 특성화를 하는 것 같았는데, 여러 재정지원 사업들에 '묻지마 공모'를 해서 문어발식이 되었다.

= 교육부가 관리를 잘 해야 한다. 그러려면 장관이 안정되어야 한다. 교육장관이 제일 수명 짧다. 대개 1년을 못 넘긴다. 그러니 관리가 안 된다. 아까 말한 국가교육위원회하고, 교육부장관이 제일 안정되어야 한다.

특성화 방향을 잡았으면, 그게 정착될 때까지 프로젝트를 길게 줘야한다. BK21이 성공한 건 7년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책 중에서 긴 정책이 별로 없다. BK21이 1단계, 2단계 해서 14년을 갔다. (현재는 'BK21+'로 이름을 바꿔 3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처음에 7년으로 사업기간을 잡은 것은 다음 정부가 들어와도 계속 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다. 효과를 봤다. 특성화는 한두 번, 한두 회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시간이 걸린다.

외대, 홍대 같은 곳은 참 안타깝다. 외대가 어학전문대학으로, 홍대도 미술, 건축, 디자인 분야로만 갔으면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대학이 되었을 것이다. 과거엔 미국에 있는 디자인대학보다 홍대 학생들이 훨씬 더 좋았는데, 지금은 one of them이 되었다.

- 그럼 왜 특성화를 안 하고 종합대학의 길을 간 것인가?

= 정부가 잘못했다. 종합대학이 되려면 (단과대학에 상응하는) 학부가 6개 이상 있어야 했다. 종합대학이어야만 총장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게 했다. 그 제도를 해방 후부터 90년대까지 유지해왔다. 전부 총장 하려고 종합대학을 만든 거다.

종합대학 육성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내가 교육부총리 당시 그 규제 기준을 없애버렸다. college든 university든 '총장'이라는 명칭을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했다.

- 학령인구도 줄고 대학들이 경영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생존 차원에서도 '특성화' 추진이 유리해진 조건이라고 봐야 할까?

= 꼭 그렇지도 않다. 재단 입장에서는 자꾸 학교를 유지하려는 쪽으로 가다보니까, 옛날보다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 같다. 입학생은 줄고 등록금도 적지, 이제는 막 인상도 못하지. 그러니까 상위 50위 밖의 대학들은 교육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학교 규모를 키울 생각보다 이 분야로만 특성화하겠다 하는 대학들만 살아남을 것이다. 성공한 케이스가 서울시립대학이다. 조순 시장이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시립대학을 도시 전문 대학으로 키우자고 했다. 연구를 하다가 "도시에 관련된 학과를 만들자", 도시에 필요로 하는 유사한 과가 있으면 키우고, 없으면 만들었다. 300억 원을 한꺼번에 투입해서 입학 정원을 추가로 100명 할당해 뽑고, 학과 졸업생 중 한 명씩을 서울시에 5급이나 7급으로 특채했다. 5급으로 치면 행정고시 합격한 것과 마찬가지다. 당시 기숙사도 만들었고 학비도 싸니까, 우수 학생이 많이 오면서 발전을 했다. 서울시립대학이 이제 거의 톱10 안에 든다.

서울시립대학은 돈이 있으니까 새로운 분야에 300억을 넣으면서 성장을 한 건데,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립대학 재단이 많지 않을 것이다.

- 마이스터고(高) 같은 특성화고등학교도 이명박 정부 때 만들었다.

= 중요하다. 그런데 학교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몇 가지 조건이 따라야 한다.

그 학교를 나와서 받을 수 있는 생애임금이 대학을 나와서 받는 임금보다 조금 더 많아야 한다. 독일은 마이스터고 나오면 일찍 사회에 진출하는 만큼, 사회적 신분은 조금 낮더라도 생애 총 수입은 좀 더 많다.

또 하나, 베이커리, 미장원, 자동차정비소, 식당, 양복점 같은 자영업은 마이스터가 아니면 못한다. 이름만 빌려줘도 안 되고, 직접 경영을 해야 한다.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마이스터가 사회에 나와서 보수도 잘 받고 영역도 보장이 되는 제도가 따라줘야 한다. 우리는 그것 없이 학교만 만들어 교육을 시킨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태여 대학 갈 이유가 없지 않나? 독일은 대학교육이 무상인데도 진학률이 30%밖에 안 된다.

지금 대기업이 분야별로 종사 못하게 하는데, 다 변경해서 또 하지 않나. 그러니까 아예 마이스터만 할 수 있는 분야를 보호해줘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산다. 독일은 마이스터 자격이 있는 사람만 창업할 수 있는 분야가 40가지 정도 될 것이다.

- 명퇴당해도 치킨집은 못하겠다. (웃음)

-자기 이름의 세대를 가진 전무후무한 교육부장관이다. "건국 이래 최저 학력"이라는 오명을 가진 '이해찬 세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 장관 당시, 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나. 그래서 김영삼 정부 시절 수립된 5.31 개혁안을 그대로 집행했다. 7차 개혁안이라는 것이 한 번 만들어 놓은 것을 잘 집행만 하면 그런대로 괜찮겠다 싶었다. 거기에 입시 제도까지 다 나와 있다.

그런데 왜 '이해찬 세대'라는 말이 나왔느냐? 한 번은 저녁에 집에 갔더니 팩스가 한 30분 걸려서 수북이 들어왔다. 그리고 전화가 왔다. 자신이 촌지를 준 사람들의 명단이라는데, 1000명 정도 됐다. 그 사람이 중앙고시학원 영업사원이었다. 시험문제 팔러 다니는 사원이다. 채택이 되면 그 돈을 준 거다. 교장은 50만원, 교감은 30만원, 어떤 교사는 20만원 이런 식으로. 명단에 기자도 있었다. 잘 아는 기자라 그 다음 날 연락을 해봤더니, 뭐가 문제냐고 하더라. 그 때는 다들 촌지를 받았다. 그렇게 시험을 볼 때마다 돈을 주니, 한 달에 한번 씩 시험을 계속 보는 거다. 특별 모의고사라고 해서 또 보고. 그래서 내가 시험을 네 번으로 줄이라고 했다. 그만큼 선생들의 잡수입이 줄었다. 기자들 잡수입도 줄었을 거다. 그러니 그 기자가 시험 횟수가 줄어들어서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졌다고 기사를 쓰더라. 그렇게 '이해찬 세대'가 나온 거다.

- 교육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 법인세율은 높은 편인데 실효세율은 낮다. 이름만 걸어 놓고 감면해줘서 실효세율이 18% 정도밖에 안 된다. 감면 조항만 일몰시켜도 아마 1년에 10조 이상은 충분히 들어올 것 같다. 그 방법밖에는 없다.

교육예산이 지금 한 40조 정도 되고 사교육예산이 30조 정도 된다. 그 갭을 한꺼번에 메울 수는 없지만, 거기다가 한 5조만 줘도 많은 것이 개선된다. 보육 쪽 예산도 지금 2조 5천억에서 3조원 정도 될 것인데 거기에도 한 3조 정도만 더 지원해도 많은 것들이 해결 될 거다. 교육 쪽에 한 5,6조, 보육 쪽에 3,4조 넣어주면 많은 것이 해결된다. 지금 우리 GDP가 한 1조 2천억불된다. 그 중에 6% 잡으면 한 70조원 되는데 그 중에서 40조는 국가예산으로 하고, 30조는 사교육으로 빠진다. 그 30조를 15조 정도로 반만 줄여도 부모들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그러려면 입시제도를 한 번 더 바꿔야 한다. 사교육이 창궐하지 못하도록. 입시 제도를 내가 98년도에 바꾼 이후로 16년 동안 한 번도 안바꿨다.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 사교육을 억제하는 쪽으로. 문제를 고등학교 교육하는 사람들과 협의해서 내고, 대교협과 중고등교육 사람들이 협의해서 입시 요강을 만들도록 다시 한 번 교육제도를 바꿔야 한다.

- 지금 그게 안 되는 이유가 뭘까?

= 교육감은 자꾸 바뀌지만 대학교 이사장은 안 바뀌지 않나.

- 메이저 대학 총장들에게 대학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권한을 주면 결국 나머지는 따라 오게 되어 있고, 다만 그것을 결정하는 총장들이 어떠한 사람들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 그렇게 하면 대학교육 위주로 생각하게 된다. 대학을 발전시키려면 그렇게 해야 하지만, 교육을 정상화시키려면 학생을 공급하는 공급자와 뽑는 대학의 공통점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는 이렇게 교육을 하니까 이런 범위 내에서 출제를 내달라고 하고, 우리는 이런 사람을 원하니깐 이런 교육을 해달라고 하는 접점을 찾아줘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이 국가교육위원회다.

인터뷰 및 정리: 서누리, 최해선, 심나리, 성치훈 선임연구원

* 이 글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