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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25일 09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25일 09시 17분 KST

1인 디자이너에게 알려주는 영업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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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디자인 기업으로 10년 먹고살기]

독립한 디자이너들의 가장 큰 고민이 영업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고객이 찾아줘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영업에는 두 가지가 있다. 신규 고객 영업과 기존 고객 관리. 둘 중 어떤 것이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기존 고객관리라고 말한다. 물론 신규 고객의 유치도 중요하겠지만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1인 디자인 기업은 시간이 없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다면 기존 고객 관리라는 집토끼 양육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앞선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나는 따로 영업활동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 13년째 혼자 일하는 디자이너로써 영업활동을 따로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축복받은 일일 것이다.

별도의 영업활동 없이 꾸준히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비결은 고객감동에서부터 시작된다.

고객감동이 영업의 시작이자 끝이다.

디자인일을 의뢰받으면 디자이너는 일단 이렇게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멋진 디자인을 뽑아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이건 자기중심적인 생각이고 이걸 고객중심으로 바꿔보면

어떻게 해야 고객 맘에 쏙 드는 디자인을 뽑아낼 수 있을까?

가 된다. 일단 디자인을 대하는 디자이너의 마인드 세팅부터 바꾸는 것이 좋다.

나는 디자인을 의뢰받으면 의뢰한 고객사의 TF팀이 된다. '고객사'가 아닌 '우리 회사'가 된다. 일단 우리 회사로 마인드 세팅되면 없던 애사심도 막 생겨난다. 애사심이 바탕이 된 프로젝트는 프로젝트의 성공확률을 높여준다.

한 번 맡게 된 디자인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잘 끝나면 두 번째, 세 번째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나는 사실 동물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동물복지면에서 동물원을 반대하는 입장에 더 가깝다. 하지만 에버랜드의 로스트밸리는 참 좋아한다. 물론 나의 오래된 고객사다.

체험형 사파리인 로스트밸리가 처음 오픈할 때부터 기자간담회 프레젠테이션을 의뢰받아 제작했고 1주년 기념으로 스페셜 투어가 오픈했을 때도 기자간담회 자료의 디자인을 맡았다. 그리고 로스트밸리의 디자인 이야기를 담은 영상과 프레젠테이션까지 제작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를 의뢰받지 않았거나 디자인적으로 실망스러운 작업물을 납품했다면 이 같은 추가 기회들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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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로스트벨리 기자간담회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선물이나 뇌물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기도 하고, 친분을 쌓아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본질에 주목한다.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으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본질인 디자인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다른 어떤 관계보다 더 확실한 고객사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고객의 마음속에 한 번 들어가면 고객은 꾸준히 재의뢰를 하게 되며, 디자이너가 필요한 주변 지인에게 '나'라는 디자이너를 소개하여준다. 이것이 내가 13년간 별다른 영업활동 없이 사업을 유지해온 가장 확실하고 편리한 방법이다.

서두에 말했듯이 신규 고객 유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별도로 진행하는 영업활동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고객이 소개한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디자인을 서비스한 후 다시 기존 고객화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객관리구조는 디자이너로 10년을 먹고살게 만들어주는 베이스가 될 것이다.

부르면 간다.

몇 달 전부터 패널로 참여 중인 방송이 있다. '나는 1인 기업가다'라는 팟캐스트인데 매주 새로운 게스트와 함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제목처럼 주로 1인 기업을 하는 대표님들을 주로 모신다. 얼마 전 게스트로 출연했던 정진호 대표라는 분이 있는데, 생각정리 기법인 비주얼 싱킹을 강의하시는 분이다. 그분과 방송에서 나눈 이야기 중에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부르면 간다 라는 내용이다.

정대표 님의 고객사 중에 지방 소도시에 있는 학교가 있는데, 이런 고객사의 경우 책정된 강연료가 적어 특강을 기획해도 강사를 구하지 못해 고민한다고 한다. 그런 실정을 잘 알고 있기에 정대표 님은 비용이나 거리에 상관없이 부르면 간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흔쾌히 승낙을 하는 것 자체가 담당자의 마음에 일단 감동 한방을 먹여주고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감동스러운 마음은 이웃 학교의 특강 담당자에게의 소개로 이어지고, 그 주변의 모든 학교가 고객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도 홍보영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던 첫 의뢰 때 만약 못한다고 거절했다면 지금 나는 어떤 디자인을 누구와 하고 있을까? 나뿐 아니라 그 고객사도 다른 제작사를 찾느라 고심 좀 했을 것이다. 나는 의뢰가 오면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는다. 스케줄이 맞지 않는다면 맞는 스케줄을 역 제안하여 조율을 하고 그렇게 해도 안될 때만 어쩔 수 없이 거절한다. 내가 못하는 일을 의뢰받았을 때는 그 일의 전문가를 섭외해 협업하거나 다이렉트로 연결을 시켜준다. 물론 거절을 안 해서 생기는 문제점도 있기는 한데 추후 재의뢰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지기에 문제의 상당수는 상쇄된다.

디자인의 완성은 납품이다.

페이스북에 가끔 어디로 납품 가고 있다고 포스팅한 적이 있다. 인쇄물을 제작했다던가, 영상을 DVD로 제작했다면 고객사에 제작물을 납품해야 하는데, 나는 택배로 보내기보다는 직접 납품하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 납품할 물건이 너무 많아서 트럭으로 보내야 한다던가, 급한 스케줄이 겹쳐있다면 모를까 대부분의 납품은 직접 처리한다. 사업 초기부터 그래 왔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고, 그냥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납품 관련 포스팅을 본 다른 회사 대표님이 나에게 고객관리 잘한다며 칭찬을 해줬다. 그때 알게 되었다. '아 이런 것도 고객관리가 될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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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의뢰가 프로젝트의 시작이라면 납품은 마무리다. 첫 단추를 잘 끼웠는데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해야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기억에 남을 것 아닌가. 물론 납품하는 그 순간이 화기애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과정 또한 순탄해야 하며 납품한 디자인물의 퀄리티도 고객이 만족하기에 충분해야 할 것이다. 고객이 만족하지 못하는 디자인을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납품한다면 작업한 디자이너나 납품받은 고객이나 모두 찝찝한 마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고객으로부터 재의뢰나 소개가 있을 수 있을까?

납품을 직접 가게 되면 느낄 수 있는 재밌는 현상이 하나 있는데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는 그렇게 까칠하게 크리틱을 하던 고객들이 납품을 받을 때는 정말 친절한 동네 이웃 같은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엄청 고마워하기까지 한다. 나는 돈을 받고 일을 한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작업물을 납품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런 당연한 일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워하다니... 아마 고객에게 나는 납품하는 그 순간을 계기로 고마운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물론 좋은 디자인을 납품하는 것은 기본이다. 거기에 좋은 감정까지 느끼게 만든다면?

화룡점정일 것이다.

내가 맡은 디자인을 최선을 다해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끝내는 것. 디자이너의 본질인 디자인 자체에 집중하는 것. 이것이 바로 영업의 시작이자 끝이다. 어떻게 하든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내자. 영업은 고객이 대신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