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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11일 05시 03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12일 14시 12분 KST

알파고 단상 | 인공지능에 대해 인간으로서 생각하는 것들

인공지능의 발전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술 발전으로부터 소외되는 계층은 없을지, 정보와 기술의 격차 및 불평등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칠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대해 어떤 권력과 이득을 가질지, 이러한 전반에 대한 윤리적 이슈는 어떻게 통제될지 등등, 첨단기술의 사회 속 인간에 대한 이해가, 기술의 발전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곤 한다.

연합뉴스

이세돌 9단 Vs. 구글 알파고 대국을 둘러싸고 수많은 글이 이미 나왔으며, 특히 두번 연속 이세돌의 9단의 불계패 이후 수많은 이야기가 있어, 또 무엇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모두가 이야기 할 때 한마디 거드는 것도 논의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바둑에 문외한이며 인공지능 전공자도 아니지만, 첨단기술과 정신건강 융합연구센터장을 맡아 관련 연구를하고 있어 어느 정도는 주제에 관여된 사람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우선 들어가기에 앞서, 많은 이들이 결과에 주목하고 있으니, 나의 관전포인트를 짧게 밝히는 것도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감정조절능력"이 승부를 가르는 핵심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2013년 서울의대 권준수 교수팀에서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바둑전문가의 뇌에 대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 결과, 정서적 처리 및 직관적 판단 기능이 일반인에 비해 더 활성화 되어 있음이 발견된다. 프로기사들의 정서처리능력이 일반인과 차이 나는 특징이라면, 알파고에는 판단착오를 야기하는 감정적 동요와 실수가 본질적으로 없다는 점에서, 승부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각설하고. 이세돌 9단이 대국에서 진 것을 마치 인간 지능의 패배인 것처럼 확대해석을 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지나치게 축소해서도 안된다는 당연한 교과서적인 말을, 다시 한 번 환기하는 데서부터 시작하고 싶다.

사실, 도구와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앞선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예를 들면, 돌도끼가 인간의 손보다 강력해진 이후, 돌도끼에 의해 인간이 해를 입는 "반란"이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으며, 인간보다 빨리 달리는 자동차의 등장에 이은 교통사고라는 기계의 "반란"도 이미 오래된 일.

물론, 알파고의 경우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의 획기적인 차원이 있었음은 분명하나, 그러한 기계의 혁명적 발전과 부작용은 계속되어 왔다는 점에서, 마치 인간의 패배이자 기계의 반란인 것처럼 지나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가지는 공포는,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등의 영상 이미지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화 속 극적 상황과 현실을 지나치게 혼동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물론, 과거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라 생각되었던 부분, 특히나 지능과 학습이라는 고차원적인 부분까지, 기계가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것을,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함은 물론이다. 알파고의 승리를 애써 폄하하고 간과해서도 안된다는 생각도 물론.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니, 더 반복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인간과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우리가 너무 무지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즉, 알파고와의 경기결과에만 집중한다든지, 인공지능의 기술적 발전만 강조한다든지 하는 초점이 보다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술 발전으로부터 소외되는 계층은 없을지, 정보와 기술의 격차 및 불평등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칠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대해 어떤 권력과 이득을 가질지, 이러한 전반에 대한 윤리적 이슈는 어떻게 통제될지 등등, 첨단기술의 사회 속 인간에 대한 이해가, 기술의 발전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곤 한다.

또한, 평소 (바둑을 비롯한) 인간의 지적 활동에는 큰 관심이 없던 우리시대가, 너무 민감하게 부화뇌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역시 고민거리다. 우리 사회의 합리적 지적기능이 파괴된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사회의 합리적 판단기능 마비, 독해능력 상실, 인지왜곡, 최근의 역사적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기억상실 등등의 인간지능 손상에 대해선 문제의식을 못느끼고, 바둑분야 인공지능의 발전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일종의 현실회피인지도 모른다.

끝으로, 지극히 감상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바둑의 목표를 승리로만 설정했다는 점도 아쉬운 면이다.

승패라는 경기결과를 떠나, 바둑 두는 자체를 즐기는 것, 바둑돌의 감촉을 느끼고, 바둑 두는 시간의 고요함에 취할 수 있는 것, 적막을 깨는 바둑돌의 경쾌한 소리를 즐기는 것, 바둑판을 사이로 앞에 있는 상대와 소통하고 교통한다는 것... 같은 중요한 것들을 현재 인간이 향유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잊고 있는 게 아닐지.

알파고의 인공지능과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모두가 과학기술에 대해서만 말할 필요는 없다 생각하여 감상적인 느낌의 몇 마디를 덧붙였다. 이 참에 바둑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도 처음으로 문득 든다. "바둑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세돌 9단 말마따나, 그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도 근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