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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03일 11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03일 14시 12분 KST

호모 커넥티쿠스에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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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커넥티쿠스, 들어가기에 앞서]

호모 커넥티쿠스, Homo Connecticus.

연결되어 있는 인간, 연결을 추구하는 인간, 연결되어 있기를 갈망하는 인간.

그 어느 때보다도 촘촘히 그리고 멀리까지 연결되어 있는 초네트워크 세상에서, 마치 우리는 모두와 연결되어 더 이상 외롭지 않아도 되는 듯한 착각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넘치는 관계 속에 가볍고 희박해지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

가까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각자 스마트폰을 귀에 댄 채 무심하게 교차하고,

마주 보고 곁에 앉아있는 가족과 연인들은 각자 카톡과 SNS로 제3의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

몸은 물리적 현실 속에 존재하나 마음은 가상공간에 있는 일상.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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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사에서 아이팟에 전화기능을 결합시킨 제품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믿기 어려웠던 게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일이고, 국내에 아이폰이 소개된 것이 불과 5년 남짓한 일인데, 현재 스마트폰 보유 가구비율이 80%를 넘게 되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생활과 관계는 놀랍도록 변해온 것을 발견한다.

첨단기술 환경은 인간의 생활을 전방위에서 변화시키며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으나, 그를 위해 우리 삶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에 대해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기억력은 스마트폰으로 옮겨간 지 오래되어 더 이상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나 정보는 드물며,

공간지각능력은 지도앱과 네비게이션으로 옮겨가 버렸다.

게다가, 어느새 양심이라는 내적규제는 CCTV와 디지털 기록의 외적규제로 대체되었다.

사라진 느낌들은 얼마나 많은지.

공중전화기 앞에서의 두근거리는 설렘, 잡지 뒷면 펜팔란에서 본 미지의 대상에 대한 궁금함, 헤어진 오랜 친구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은, 즉각적인 연결과 검색기능으로 사라져 버렸다.

알고 싶은 것, 찾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기다림의 소중함 없이, 즉각적이고 소비적인 만족을 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환경에 대한 선명한 정의, The environment is everything that isn't me. 즉, "환경이란 내가 아닌 모든 것"이라는 정의를 생각해 본다. 이 시대, 인간을 제외한 모든 것이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으며, 그 환경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반응은 아직 부족한지도 모른다.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마케팅에 이용할 것인가, 과거 알코올/약물 중독의 패러다임을 똑같이 적용해 인터넷 중독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등에 머물러 있을 뿐, 엄청난 속도로 변해가는 첨단기술의 환경 속에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기술의 변화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호모 커넥티쿠스, 연결의 인간이 오히려 호모 디스커넥티쿠스, 단절된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 새로운 시대의 인간관계와 갈등부터 생명과 자살 등에 이르기까지, 삶의 많은 주제에 대해 이 공간을 통해 나누고자 한다.

 

성찰할 여유 없이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이 시대, 삶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젠가 우리가 생각하지 않은 그곳에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놓여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 | 송인한 (연세대학교 미래융합연구원(ICONS) 부원장, 첨단기술과 정신건강 융합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