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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7일 06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17일 14시 12분 KST

여전한, 자살예방 국가전략의 실종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이란 단순히 정부에 의해 주도되는 자살예방활동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자살예방활동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체계를 말하며, 효과적 자살예방을 위해 국가전략은 국가적인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하고, 자살의 원인을 분명하게 파악하며, 효과적으로 개입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 평가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할 자살예방 종합대책이, 1년 반 이상 여전히 부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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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한의 호모 커넥티쿠스 첫 번째]


I.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약칭: 자살예방법)"에 의해 정부는 5년마다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2004년 제1차 자살예방종합대책(2004-2008)이 시작된 후, 2013년 제2차 종합대책(2009-2013)이 종료되었다. 2014년 시행되었어야 하는 제3차 종합대책은 발표되지 않은 채로 2015년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필자는 작년(2014년) 9월,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자살예방 국가전략의 실종"이라는 글을 통해 자살예방을 위한 정부의 주도적 역할의 중요성과, 그러한 정책이 부재한 현실에 대하여 지적하였었다.

지난 기고문을 다시 요약한다면,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이란 단순히 정부에 의해 주도되는 자살예방활동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자살예방활동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체계를 말하며, 효과적 자살예방을 위해 국가전략은 국가적인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하고, 자살의 원인을 분명하게 파악하며, 효과적으로 개입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 평가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할 자살예방 종합대책이, 1년 반 이상 여전히 부재한 상태다. 


II. 숨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우리사회의 많은 충격적인 뉴스들에 때론 묻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자살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OECD 국가중 자살률 1위를 2003년 이래 유지하고 있다는 표현은 이젠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할 정도로 무감각해졌다. OECD 국가비교라는 표현으로 인해, 마치 선진국과 비교하였을 때 높은 듯 착각하기 쉬우나, WHO의 전 세계 국가통계에서 살펴볼 때도, 남미의 가이아나가 1위(인구 10만명당 44.2명), 북한이 2위(38.5명), 우리나라가 3위(28.9명)라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가이아나는 인구 80만명의 작은 국가이므로 자살 케이스 몇 건 만으로도 자살률이 영향받을 수 있고, 북한의 통계에 대해선 여러 전문가들이 통계의 정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결국 우리나라는 OECD 1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실질적인 최상위라고 봐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65세 이상 노년층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0명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숫자를 보이고 있다.

자살 "증가율"로 볼 때도, 2000년과 2012년의 자살률 변화를 분석한 WHO 보고서에 의하면, 키프로스(약 2.7배, 1.3명=>4.7명)가 가장 높은 자살률 증가를 보인데 이어, 두 번째로 우리나라는 약 2.1배(13.8=>28.9)의 자살증가율을 전 세계에서 기록하고 있다.

어떤 통계수치에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자살문제와 관련하여 국가적 재난 상태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II. 물론 제3차 종합대책이 지연되는 데는,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 정국으로 인해 보건복지부의 업무가 집중되었던 상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할 때 자살예방 정책수립과 실행을 위한 고유의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여전히 문제라고 하겠다.

또한, 올해 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정신건강증진 마스터플랜 안에 자살예방과 관련된 정책이 포함될 것이라는 점이 종합대책 지연의 이유일 수 있다. 물론 국가마스터플랜 안에 자살예방의 주제가 들어가지 않을 수는 없으나, 여전히 특별한 무게가 실린 독자적인 정책으로 자살예방 정책을 만들도록 되어있는 자살예방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IV. 자살이라는 거대한 문제의 해결이 온전히 정부의 책임만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수립하는 것만으로 이 심각하고 뿌리 깊은 문제가 단순하게 해결될 리도 만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그것도 법으로 정해져 있는 정책의 수립을 간과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소한 자살예방법이 규정하는대로, 5년마다 새로 정비하는 국가전략의 수립은 필수적이며, 정부는 이를 통해 자살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

연간 약 15,000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에 앞서 정부의 책임감 있는 대응을 강력히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