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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05일 11시 09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06일 14시 12분 KST

'현수막 전쟁' 자기 말만 하는 야당,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여당

4.13총선이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습니다.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거리 곳곳에는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현수막은 적은 제작 비용이지만 효과는 높은 선거 운동 방식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선거 현수막을 보면 여당과 야당의 차이가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똑같은 야당 현수막, 지역마다 다른 여당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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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에 맞춰 춘천 시내 거리 곳곳에 걸려진 선거 현수막

#총선아바타 팀이 춘천 시내에 걸린 각 정당 현수막을 찍은 사진입니다. 차이점이 무엇인지 알아보시겠습니까?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는 '늘 시민 곁에 허영, 시민을 모시는 첫 번째 국회의원'이라고 적힌 똑같은 현수막이 춘천 시내에 걸려 있었습니다. 정의당 강선경 후보도 '야당은 야당답게 정의당이 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같은 현수막을 거리에 있었습니다.

야당과 다르게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는 어느 곳에는 '제2경춘국도 신설', 다른 곳에는 '경춘전철 청량리역 연장 확대'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또 '퇴계,석사동 학교 신설'이라는 현수막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여당 후보는 지역마다 다른 현수막을 사용하고, 야당 후보는 지역마다 같은 현수막을 사용합니다. 야당 후보들이 지역 특성을 살리지 못한 안일한 생각으로 현수막을 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네마다 다른 현수막을 내건 부산 사상구 배재정 후보'

#총선아바타 팀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보니, 여당 후보는 지역마다 다르게, 야당 후보는 똑같은 현수막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유독 부산 사상구의 더불어민주당 배재정 후보는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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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다른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내건 더불어민주당 배재정 후보 (부산 사상구) ⓒ배재정

배재정 후보가 출마한 사상구는 총 12개의 동이 있습니다. 배 후보는 현수막의 크기도 달리하고, 지역마다 문구가 다른 현수막을 제작해 동네마다 걸었습니다.

사상구 덕포동은 '아이들과 오래 살고 싶은 덕포구를'이라는 문장 밑에 '교육특구 추진, 초등 앞 옐로카펫 설치,의무보육실현,교복값 30%인하'라는 구체적인 공약을 적어놨습니다. 교육열이 높고 학생들이 많은 덕포동 유권자의 특성을 파악한 맞춤형 공약과 현수막인 셈입니다.

사상구 감전동에는 '감전초 출신,감전을 키우겠습니다'라고 적고 '감전초 (5회)졸업, 도시철도 감전새벽시장역 유치, 감전초 생태하천복원 국비 27억 원 확보'라는 문장을 통해 감전 출신으로 감전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모라3동에는 '부모님과 백양그린 삽니다. 늘 여러분 곁에'라면서 백양그린 주민을 내세웠고, 부모님을 위한 '소득하위 70%어르신께 2018년까지 기초연금 30만 원 지원'이라는 공약도 밝혔습니다.

지역 유권자로서는 단순한 문구로 똑같은 현수막을 보는 것보다 배재정 후보의 현수막이 더 쉽게 와 닿을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배재정 후보의 현수막은 선거 전략상 아주 뛰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대구에 걸린 비슷한 현수막,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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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김부겸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현수막, 현수막 내용이 비슷하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의 현수막에는 '어린이회관 본관 재건축, 직업체험관 조성'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위에 걸린 김문수 후보의 현수막에도 '대구시와 함께 어린이회관을 확 바꾸겠습니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범어동에는 김부겸 후보 측의 '범어1동 수성구민운동장 개방시간 연장, 시설 개선' 현수막과 김문수 후보 측의 '수성구민운동장 주민개발 시설 확 바꾸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두 후보 모두 지역마다 비슷한 공약을 내걸고 있습니다.

김부겸 후보 측은 김문수 후보가 자신들의 공약을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문수 후보 측은 이미 대구시와 관련이 있고, 동네 민원이 들어와 반영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김부겸 후보의 주장이 맞는다면 김문수 후보가 김부겸 후보의 지역 공약을 유권자가 더 좋아한다고 판단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 김문수 후보와 김부겸 후보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지역 유권자가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앞다퉈 행동으로 옮겼다고 봐야 합니다.

'자기 말만 하는 야당, 유권자가 듣고 싶은 말만 하는 여당'

사실 부산 사상구의 배재정 후보나 대구의 김부겸 후보의 사례는 야당으로 드문 케이스입니다. 야당 후보들의 현수막은 대부분 '정권 심판, 새정치,국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이런 현수막 문구는 야당 지지자는 좋아할지 몰라도, 중도층이나 보수 지지자를 사로 잡지는 못합니다.

말도 안 되는 공약을 내거는 새누리당을 따라가는 것이 올바른 정치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재정 후보가 내세운 옐로카페 등의 공약은 이미 서울에서 시행되는 정책입니다. 큰 예산이 들지 않습니다. 의지만 갖고 있으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큰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허무맹랑한 공약을 제외하고도 지역 유권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동네 맞춤형 공약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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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시내에 걸려있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현수막

현수막이 선거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러나 가장 손쉽게 유권자들이 볼 수 있는 홍보 수단이라고 본다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봐야 합니다. 기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후보가 막강한 여당 후보를 이길 수 있을까요?

30% 미만의 야당 지지자들은 이미 정권 심판의 필요성이나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 사람에게 똑같은 얘기를 해봤자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를 사로잡을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자신들이 뭘 하겠다는 얘기로는 유권자의 마음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 진짜 유권자가 듣고 싶은 얘기가 뭔지 그들의 편에서 생각하고 말해야 합니다.

뻥 공약을 해도 당선되는 후보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야당은 유권자가 속았다고 합니다. 야당은 질 때마다 외부로 패배의 원인을 돌립니다.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상품이 팔릴 수 있도록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상품을 잘 만들고도 대기업 횡포에 무너지는 일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기술력과 상품성이 없다면 그마저도 공허한 외침이 됩니다.

야당은 소통을 강조합니다. 항상 자기들 말만 하는 야당은 먼저 유권자의 말부터 듣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설득력이 부족한 정치력을 가진 야당은 콘크리트 지지율을(나라를 팔아먹어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지지층) 탓하기보다 나머지라도 투표하게 하는 실력을 보여 줘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아이엠피터'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