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5년 08월 25일 07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25일 14시 12분 KST

'유감 표명'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

연합뉴스

남북이 '무박 4일 43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남북 합의문'을 발표했습니다. 한반도의 전쟁 위험이 잠시나마 사라진 점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냅니다. 남북합의문이 새벽에 발표되자, 언론은 앞다퉈 기사를 쏟아냅니다. 기사 대부분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과 승부수가 통했다는 홍보입니다.

2015-08-25-1440467863-6353792-vlxj08252.png

'박 대통령, 도발 악순환 끊겠다. 대북원칙 통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 극적 타결, 여 원칙 지킨 협상 통했다'

'확고한 원칙에 북 유감'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

'박근혜 원칙, 김관진 강골, 새로운 남북관계 연다'

'악순환 끊겠다. 박 대통령 승부수 북에 통했다'

남북이 서로 합의해서 내놓은 남북 합의문은 각자의 정권에서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한국이 북한처럼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면서 마치 북한처럼 '맹목적인 찬양'을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남북 고위급 합의문 전문>

남북 고위당국자접촉이 2015년 8월22일부터 24일까지 판문점에서 진행되었다. 접촉에는 남측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의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참가하였다. 쌍방은 접촉에서 최근 남북 사이에 고조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

3.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 4.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실무접촉을 9월초에 가지기로 하였다.

6.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남북 고위급 합의문을 보면 이번 긴장 상황을 가져온 목함 지뢰 사건에 대한 '유감 표명'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장을 자세히 읽어보면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라고 되어 있습니다. 도발을 누가 했는지 주체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합의문 자체를 보면 도발에 대한 유감이 아닌 부상에 대한 유감에 불과합니다.

북한의 '유감 표명'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승리했으며, 원칙이 통했다고 주장하는 언론들이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 유감 표명 사례는 이번 말고도 많았습니다.

2015-08-25-1440467928-4647710-vlxj08251.png

1968년 청와대 무장공비 사건이 벌어지고 몇 해 뒤인 1972년 북한을 방문한 이후락에게 김일성은 구두로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었다'고 사과했습니다.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는 판문점에서 북한 인민군 총사령관의 '사건이 일어나서 유감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대독됐습니다.

'강릉무장공비 사건', '제2연평해전'.'연평도 포격' 때도 북한은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유감 표명'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남과 북이 대치한 상황에서 전쟁의 위험은 늘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유감 표명을 진정한 사과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의 이익을 꾀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에 불과합니다. 그정도만으로 전쟁의 공포가 사라진다면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유감 표명이 대단한 사과를 받았거나 대통령의 승리라고 보기는 무리가 따릅니다.

한국과 북한은 전쟁 위협과 공포를 각자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삼지 말고, 한반도의 영원한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이 언제까지 '뫼비우스의 안보' 속에서 살아야 합니까?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아이엠피터'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