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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10일 05시 2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11일 14시 12분 KST

문재인의 '언론 통제' 때문에 기자들이 성명서를 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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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보도한 문재인 취재 기자들의 언론통제 주장 성명서 관련 기사. 이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이다. ⓒ조선일보 캡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캠프가 기자들의 취재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를 전담으로 취재하는 정치부 기자 일부가 "8일 오후 성남 현장상황에 대한 현장 기자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캠프 측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성명서를 보면 "문 전 대표의 성남 ISC 방문 일정 뒤 있었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상황에서 일자리 공약 등에 대한 질문이 현장 스태프로 인해 저지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라며 "이날 현장 기자들은 공통적으로 현장 스태프가 문 전 대표에게 기자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문 전 대표에게 질문을 할 때 '여기까지 하실게요'라는 말로 기자들의 추가 질문을 막으면서 문 전 대표에 대한 질문기회를 차단하려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언론인들이 질문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며 "언론통제 시도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재인은 일부러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나?'

기자들은 문재인 전 대표가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고, 캠프 관계자들이 질문을 막고 문 전 대표를 이동시켰다면서 성명서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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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고 하는 상황. 이동하는 복도에서 지지자들과 기자들이 뒤엉켜 있다. ⓒ채널A 캡처

기자들이 질문했다는 상황을 보겠습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성남 ISC에서 간담회를 하고 나오는 복도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부인의 법정구속 관련 질문이 쏟아졌고, 문재인 전 대표는 '제가 그 부인을(전인범 사령관) 자문역으로 모신 바는 없습니다.'라고 답변을 합니다.

복도 내에서는 문재인 지지자들의 사진 촬영 요청이 계속 있었고, 기자들도 뒤엉켜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만약 문재인 전 대표가 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을 통제하거나 받지 않았다면 기자들이 성명서를 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은 질문을 충분히 받을 시간적 여유와 장소가 되기는 부적절해 보였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수 있는 브리핑룸도 아니었거니와 기자들이 서 있을만한 공간도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복도에서 질문을 계속 받고 있기 힘들었고, 너도나도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모든 질문을 받아야 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이동 중이었습니다.

'언론 통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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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서 이동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문재인 전 대표와 청와대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

기자들이 정치인을 따라다니며 질문을 한다고 모두 답변해주는 정치인은 없습니다. 행사나 차량 대기 등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해주기도 하지만, 사람이 뒤엉켜 복잡한 상황일 때는 보좌관 등이 빨리 이동을 시키거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동하겠습니다'라며 자리를 옮기기도 합니다.

정치인이나 대통령이 언론과 소통을 하지 않거나 언론을 통제한다고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 기자간담회나 대국민성명 발표 이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는 경우

2. 사전에 질문을 조정하거나 선정해 자신에게 유리한 질문만 받는 경우

3. 질문을 하지 못하거나 취재하지 못하도록 취재 장비 반입을 금지하는 경우

4. 취재한 내용을 방송하지 못하도록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해서 압력을 넣는 경우

5. 정권에 반하는 뉴스를 보도하거나 취재하는 기자를 해고하도록 언론사에 지시하는 경우

이동하는 도중에 질문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언론 통제니 언론에 재갈을 물게 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부에서는 민감한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민감한 질문을 한꺼번에 정리해서 명확하고 길게 전달될 수 있는 장소에서 대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전 대표는 기자들이 성명서를 낸 다음 날 기자들을 만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부인 관련 질문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정치인을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는 상황이 되는 한 기자들의 질문에 최대한 답변을 많이 하는 정치인 중의 한 명입니다. KBS, MBN, 연합뉴스, 주요 일간지 기자들이 볼 때는 답변이 충분치 않거나 질문을 받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성명서를 낼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성명서를 언론에 공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캠프 측에 전달하려고 했는데, 조선과 채널A 등에서 보도를 하면서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기자들이 성명서를 내거나 적극적으로 취재하겠다는 모습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그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무조건 '언론 통제'라는 식으로 몰아가거나, 문재인 전 대표 이외에 다른 정치인에게는 질문하지 않는 편파적인 취재 방식만을 우려할 뿐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아이엠피터'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