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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26일 04시 52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27일 14시 12분 KST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인터뷰

박근혜 대통령은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운영하는 '정규재TV'와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을 중심으로 1시간 10분 정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규재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오래전부터 누군가 기획하고 관리해온 것 같다'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자세히 밝히기도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외국 언론과는 단독 인터뷰를 여러 차례 했지만, 국내 매체와 단독으로 인터뷰한 것은 처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1일 상춘재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만났고, 청와대는 '설 연휴 전에 추가로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25일 '정규재TV'와 단독 인터뷰를 했던 배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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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근혜 ⓒ정규재TV캡처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박근혜를 위한 인터뷰'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터뷰 직후 '거침없이 질문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1시간 1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는 본질보다 시중 루머를 중심으로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의 변명을 포장하고 옹호하는 자리에 불과했습니다.


① 시중 루머를 시작으로 본질을 흐리는 전략

정규재 주필은 '청와대에서 굿을 했느냐?', '정유라가 대통령의 딸이냐', '정윤회와 밀회를 했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루머 등에 '끔찍한 거짓말, 저질스런 거짓말'이라고 답했습니다.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렸다고 했지만, 이런 식의 시중 루머를 계속 물어보는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본질을 훼손합니다. 10%의 진실을 섞어 90%의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보입니다.


② 자신의 제기한 음모론을 대통령의 입을 통해 확인하는 이상한 인터뷰

정규재 주필은 '정규재TV'라는 인터넷방송에서 그동안 '국회,언론,노조,검찰' 등을 개혁을 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정 주필은 그동안 노조가 촛불집회를 지원했다면서, 탄핵 시위를 부정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정규재 주필의 생각은 그대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이른바 4대 개혁 대상, 즉 국회 언론 노조 검찰 등 4대 세력이 동맹군이 된 듯 대통령을 포위하고 침몰시키고 있습니다.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너무 많은 허황된 이야기가 떠돌다 보니 그걸 사실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있었고, 개혁추진에 반대세력도 있었고,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도 합류한 게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정규재 주필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본인의 입을 통해 이번 사태를 음모론으로 몰고 가기도 합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 누군가가 언론 뒤에서 자료를 주거나, 굳이 음모는 아니라 하더라도 누군가가 뒤에서 관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동안 진행 과정을 추적해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 기획이 누구의 것일까라는 심증은 있습니까.

"지금 말씀드리기 좀 그렇죠. 뭔가 우발적인 것은 아니라는 느낌은 갖고 있습니다."



③ 그림 사건을 강조함으로 여성동정표 전략

정규재 주필은 국회에서 열렸던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림 사건을 시작으로 여성동정표를 유발하는 질문을 주로 던집니다. 이미 정 주필은 탄핵 정국을 이끈 대한민국의 언론보도를 "독신여성을 향한 집단 광기이자 성희롱"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집요한 의혹 제기에는 여성 비하 의식이 잠재해 있다거나, 집단적인 짓궂은 관심들이라고 느끼십니까.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대통령이 아니면 그런 식으로 비하받을 이유가 없겠죠.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여러 나라를 다녔는데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나라가 많습니다. 여러 나라를 방문해 한국에서 여성 대통령을 냈다는 것에 놀라워하고 높이 평가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외국인들이 여성을 비하하는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한국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가 많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규재 주필의 질문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과거 후폭풍을 가져왔던 노인비하발언이 떠오릅니다. 그림 풍자 사건을 계기로 탄핵 자체를 불쌍한 대통령을 향한 잘못된 공격으로 비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극우 보수세력이 공격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왜 정규재와 인터뷰를 했을까?'

저널리즘을 기초로 한 인터뷰라고 보기도 어렵고, 자유로운 인터넷 개인미디어의 특성도 살리지 못한 인터뷰, 도대체 왜 박근혜 대통령은 정규재TV와 인터뷰를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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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TV는 한국경제신문이 지원하는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의 인터넷방송입니다. 정규재 주필은 보수논객이라고 불리며 극우세력의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인물 중의 한 명입니다.

정규재 주필은 '박정희기념재단 이사'로 박정희-박근혜에 이르는 독재 정권 연장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을 비판하기보다 수긍하고 인정해줄 만한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규재 주필은 상춘재 이전에 청와대에서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정규재 주필은 '국민경제자문회의 균형경제분과 위원'이기때문입니다.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습니다. 특히 국민경제자문회 위원의 3분 1은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 출신들이기도 합니다.

정규재 주필이 근무하는 한국경제신문은 삼성, 현대자동차,SK그룹 등 '전경련' 소속 대기업이 주주로 있는 언론입니다. 전경련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연루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불법과 비리보다는 여성 대통령을 향한 감정적 사건으로 만들어야 유리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른 매체가 아닌 전경련 기관지라는 비판을 받는 한국경제신문이 지원하는 '정규재TV'를 선택하고 인터뷰한 배경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을 받게 합니다.

정규재 주필은 거칠 것 없는 태도를 보이면서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결론을 내려 놓고 질문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소곳이 두 팔을 무릎에 올려놓고 '마녀사냥'을 당하는 여인의 모습과 심정처럼 답을 합니다.

차마 인터뷰라고 부르기 민망하면서, 왜 했을까라는 의문마저 듭니다. 하지만 이 인터뷰를 계기로 극우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카톡과 밴드에는 음모론이 등장할 것입니다. 설 연휴 기간에는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총 맞아 죽은 불쌍한 딸이 고생한다'라는 말이 차례상에 오를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규재TV는 설 연휴 이전에 보내는 메신저로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아이엠피터'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