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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13일 09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15일 14시 12분 KST

시장으로 가는 길 2

영화 '써니'를 기억하시는지, 영화 초반부에 여고생들이 패싸움을 하던 장면이 있다. 그 패싸움을 하던 배경이 바로 제물포시장이다. 도로와 나란히 있는 점포들은 아직도 영업을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제물포시장은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자리를 뺀 점포들을 철거하면서 더욱 더 을씨년스러워졌다. 인천이 계속 개발되고 확장되면서 숭의동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 사이 인천에는 계속 백화점들이 들어오고 마트가 들어왔다. 제물포시장은 잊혀졌다.

* 이 글은 <시장으로 가는 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인천의 전통시장을 몇 군데 더 둘러보도록 하겠다. 시장에 대해서 얼마나 더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잘되는 시장을 보여주기보다는 안되는 시장을 더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실 새로 만들어 사람들이 많은 북적북적한 동네들은 마트들만 잘되지 않고 전통시장도 같이 잘된다. 구도심을 되살려 보려고 야심차게 기획되고 입점한 마트들 중에 실패한 사례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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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시장>

제물포시장에 가보자. 인천 남구 숭의4동에 있는 전통시장이다. 숭의동은 1동에서 4동까지 있었다. 인구가 제법 많은 인천 남구의 터줏대감 같은 동네다. 지금은 1동과 4동이 통합되서 1・4동이 됐다. 이 동네도 이제 구도심이 되었다. 그러니 시장도 같이 쇠락할 수밖에...

1970년대 초중반에 만들어진 이 시장은 가로중심형이 아니고 블록중심형, 즉 상가로 만들어진 시장이다. 시장의 배후지역에 인구가 많던 시절이었으니 예전부터 여기서 장사한 상인들에 의하면 정말 잘되는 시장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시장을 떠난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대부분 돈을 벌어서 나간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고 전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사실 확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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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시장 내부>

영화 '써니'를 기억하시는지, 영화 초반부에 여고생들이 패싸움을 하던 장면이 있다. 그 패싸움을 하던 배경이 바로 제물포시장이다. 도로와 나란히 있는 점포들은 아직도 영업을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제물포시장은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자리를 뺀 점포들을 철거하면서 더욱 더 을씨년스러워졌다. 시장의 시설이 노후화하면서 시장의 상인들은 재건축에 대한 논의를 하기 시작하였다. 1997년도에 중소기업청으로부터 50억을 지원받아서 이를 기반으로 시장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문제는 보상을 받고 상인들이 이전한 후에 시공을 맡았던 업체가 도산을 했다는 거다. 그 여파로 아직까지 시장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당시 상인들 사이에서 재개발을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갈렸는데, 현재도 영업을 하는 상인들은 당시에 재개발에 반대했던 상인들이다. 인천이 계속 개발되고 확장되면서 숭의동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 사이 인천에는 계속 백화점들이 들어오고 마트가 들어왔다. 제물포시장은 잊혀졌다. 더 시간이 흐른 뒤에 부동산시장마저 침체되기 시작했다. 이거보다 훨씬 더 큰 재개발/재건축이 서울에서도 진행이 안된다. 인천에서 개발이 시작된다고 해도 아마 앞 순위로 서기 힘들 것 같다. 제물포시장을 어찌해야 할까?

이제 시장상인들도 너무 줄어들었고 남아있는 상인들을 대표할 만한 조직도 시설도 이제는 없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시행하는 시장현황조사에서도 제물포시장은 빠져 있다.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시장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20년이 되어간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건물이야 몇 년 더 버틴다고 해도 사람들이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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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평화시장 내부>

같은 숭의동에 숭의평화시장이라고 하나 더 있다. 이 시장도 가로중심형 시장이 아닌 블록중심형 시장이다. 역시 도로와 나란히 맞닿아있는 길가의 점포를 제외하고 시장 내부는 거의 영업을 하지 않는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방앗간 하나와 생선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다.

생선가게를 지키는 할머니도 30년 넘게 숭의평화시장을 지켜온 창단맴버시다. 100개 넘던 점포가 모두 영업을 하고 지금은 공터 같은 좌판에 장사하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던 80년대까지만 해도 같은 시장 안에 생선가게가 무려 8개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시장 바닥을 가리키며, 할머니는 선거 때마다 사람들이 오면 바닥 좀 고쳐달라고 말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숭의평화시장 건너편에는 지금은 아파트로 재개발된 고추도매시장(일명 고추깡)이 있었고, 앞에는 청과물도매시장이었던 숭의깡시장이 있었다. 도매시장이 있었을 때에는 이 시장에 유동인구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시장은 1997년도에 구월동에 만들어진 구월동도매시장으로 이전했다. 숭의깡시장의 경우는 2002년경에 문화청과라고 불리는 다른 도매상인들이 이전해와서 도매시장을 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전보다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고, 숭의자유시장은 이미 활력을 잃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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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깡시장 내부>

숭의평화시장의 위편에는 상인들 말고도 일반가정집들이 많았는데, 노후한 탓에 빈집도 무척이나 많다고 한다. 상가관리사무실에서는 이 빈 공간을 활용하여 예술인들을 유치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훈은 가깝게 그 유명한 배다리에서 찾을 수 있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할지, 얼마나 활발하게 작가들이나 활동가들이 입주할지는 알 수 없다. 양쪽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랄 뿐이다. 숭의평화시장은 뒤편에 공구상가가 있고, 앞에는 철길로 막혀있다. 유동인구 측면에서는 그렇게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다소 애매하다. 그에 맞는 문화공간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누가 들어와야 할까? 같이 고민해볼 문제이다.

인천시 남동구로 한번 가보자. 남구가 만들어지고 나서 90년대 들어와서 분구된 남동구, 인천에서는 비교적 만들어진지 얼마 안된 동네다. 그래도 오래된 동네를 꼽으라면 만수동과 간석동이라고 할 수 있다. 만수동에 가보자. 만수동은 대한주택공사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공아파트가 정말 많은 동네다. 인구도 많고 학교도 많다. 얼핏 생각하면 그래서 시장도 잘되겠거니 하고 그 동안 남동구에 있는 시장을 가보지 않았다. 그래도 지역균형차원에서 두어 군데는 가봐야지 않나 싶었다. 만수시장이 가보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여길 나왔기에... 익숙하기도 하고 지금은 어떻게 변했나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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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시장 입구>

만수시장이다. 사실 이 동네에서 3년이나 생활했지만 시장 안까지 들어가본 적은 없다. 시장 입구에 있는 떡복이만 먹었지. 굳이 안에 들어가서 물건을 살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시장 안에 들어가봤다. 시장을 보니 시설개선이 거의 안되어 있다. 개보수의 흔적이 없다. 아케이드 대신에 각기 다른 천막과 비닐만이 부조화를 이루면서 펄럭이고 있다. 사실 만수시장 일대는 시장 말고도 만수쇼핑센터와 호림상가가 붙어 있어 규모로만 보만 꽤 넓은 상업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에 저층이지만 많은 주공아파트들과 4개의 학교 그리고 뒤편 산동네에는 어마어마한 단독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지역의 한 가운데다. 좁은 길이지만 지금도 많은 버스들이 서고 지나간다. 괜찮은 자리다. 그런데 왜 시장은 이리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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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쇼핑센터>

앞서 언급한 만수시장의 입지조건 중에 하나 틀린 게 하나 있다. 시장 뒤편에 있던 산동네다. 정말 많은 집들이 있었는데, LH마크가 찍혀 있는 아파트들이 잔뜩 들어와 있다. 딱 두 단지로 깔끔하개 정리하고 가운데 큰 도로가 나있다. 시장에 꼭 이롭게만 작용되지는 않았나보다.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2004년에 철거가 시작됐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공사가 시작되지 않고 3년 빈터로 남아 있었고, 3년여 정도 공사가 진행됐다. 시장의 최대고객들이었던 사람들을 7년 정도 만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상인들은 이들이 이사가면서 근처인 모래내시장이 큰 이득을 봤다고 한다.

증거는 없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재개발에 따른 이주에 관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개발 때문에 이주하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서 만나야 하는데, 운이 좋게 난 이 일을 해본 적이 있다. 물론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서 정말 많은 공문과 협조가 있어야 한다. 물론 개인정보는 유출되지 않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아무튼 개발에 따른 이주를 이야기할 때, 세를 들어서 사는 가구들은 이주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만수동에 살았던 이들은 근처에 재개발이 일어나지 않은 빌라나 단독주택으로 만들어진 역시나 오래된 간석동과 구월동 어딘가쯤으로 이주하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 동네 한 가운데 모래내시장이 있다. 그러니 만수시장 상인들의 이야기가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게다. 혹시나 여기에 대해서 실증연구를 해보실 분들은 한번 심층적으로 파보길 권한다.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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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장이야기로 돌아와서 2011년에 입주한 이 아파트 단지에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 그런데, 시장상인들은 고개를 가로젖는다. 이들을 손님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거다. 아파트단지 앞에 큰 마트가 두 개나 들어와 있다. 더군다나 그렇게 많은 시간이 있었지만 시장은 이들을 맞이할 만한 준비를 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원래 만수시장도 아케이드를 달고 시설현대화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건물주들은 이를 반대했다. 만수시장은 원래 시장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아닌 건물과 건물 사이에 만들어졌다. 건물주들은 아케이드를 반대했다. 1층을 제외한 윗층을 가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장이 점유한 길은 소방도로였다. 시장은 활력을 잃어갔고 옆에 있는 만수쇼핑센터 1층 안에 있는 시장도 같이 침체했다. 만수쇼핑센터는 원래 재개발을 하려고 했으나 2~3층에 있는 다른 상점과의 협상에 실패해서 10년 넘게 1층은 방치되어 있다. 2~3층은 주로 병원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30년 넘게 만수동에서 장사를 하신 아주머니께 물으니 개발돼서 더 장사가 안된다고 정리해주신다. 연수동의 옥련시장이나 모래내시장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저 앞에 엄청난 단지의 주민들을 조금만 영입했어도 만수시장은 정말 엄청난 시장이 됐을 것이다. 상인회가 최근에 다시 아케이드를 만들려고 여러 가지 기획을 한다고 한다. 다른 시장들에 메달고 있는 아케이드를 한다면 또 건물주들이 반대할 거다. 난 건축전공은 아니지만 건축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보면 어떨까? 시장의 시설을 개선하는데, 건축가가 참여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장소의 주변환경에 맞게 건물을 설계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이들의 의견을 한번 들어보면 건물주들의 반대도 피할 방법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자꾸 시장의 침체된 모습만 보여주니 조금 그렇다. 다음번엔 활기 있는 시장의 모습도 한번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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