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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9일 09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20일 14시 12분 KST

청년을 위한 기본소득

StockFinland via Getty Images

대선이 다가오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기본소득 공약으로 가장 주목받는 대선주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그는 국민 2800만명에게 연간 100만원을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는 정책을 일찌감치 내세워 '기본소득=이재명'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재명 표 기본소득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본소득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계층이 정작 수혜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재명 시장이 꼽은 기본소득 수혜 대상은 유아(0~5살), 아동(6~11살), 청소년(12~17살), 청년(18~29살), 노인(65살 이상), 농어민, 장애인이다. 즉 30~64살의 도시거주자가 빠져 있다. 이 연령대는 한창 일할 나이이므로 기본소득이 필요 없다고 본 것일까? 아니면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울 나이이므로 자녀 앞으로 나오는 기본소득을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 공약은 일을 하는데도 여전히 빈곤한 사람들, 특히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또는 포기한) 청년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요즘은 30대도 '청년'이다. 이 '늙은 청년'들은 부모의 도움을 받을 나이가 지났기 때문에 더욱 국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도시에 사는 30~64살 가구주의 입장에서 보면 이재명 표 기본소득은 일종의 자녀수당이다. 자녀가 없으면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한다. 가난하면 평생 혼자 살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는 사회에서 이런 정책에는(역차별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히 맹점이 있다. 이재명 표 기본소득에 대한 청년층의 반응이 예상만큼 뜨겁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아직 대표 공약을 정하지 않은 대선 주자 중 누군가가 '주거수당'을 들고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일정 규모 이하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에게 월세의 일부를 보조해주는 것이다. 이 정책은 현금을 직접 통장에 넣어준다는 점에서 기본소득 정책과 유사하지만,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혜택이 집중되므로, 소요되는 예산에 비해 빈곤을 개선하는 효과가 크다. 인구구조상 부동산 폭등의 시대가 끝나고 '전세의 종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미 주거수당 제도가 있는 나라가 많아서 정책을 설계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프랑스의 경우 주거수당 제도는 청년, 학생, 자녀가 없는 가구, 노인, 장애인을 주요 대상으로 삼으며, 소득과 자산, 가구원 수, 월세를 고려해서 액수를 책정한다(자녀가 있는 집은 자녀수당을 받는다). 흥미로운 것은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주거에 대해서는 주거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 좁거나 기본적인 설비가 안 되어 있거나 안전하지 않은 집은 주거수당 지급 대상이 아니다. 대신 이런 집을 임대한 집주인은 집을 수리하거나 임대료를 낮추거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즉 프랑스는 이 정책을 세입자를 보호하고 불량주거를 퇴출하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이 정책은 또 임대소득을 파악하고 세원을 확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우리나라의 경우 월세세입자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어서 비슷한 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소득공제는 소득이 없거나 면세점 이하인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 경제는 더 이상 고도성장이 불가능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말은 '파이를 키우자'는 말로 복지를 미루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파이는 더 커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잘 나누기만 하면 모두에게 행복한 밥상을 차리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