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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2일 09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23일 14시 12분 KST

입시제도 유감

요즘 내 주변의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의 주된 화제는 단연코 입시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어느 고등학교에 가는 것이 명문대에 들어가는 데 유리하며, 그 고등학교를 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이다. 정책당국은 현재의 입시제도가 반드시 자사고나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생각은 다르다.

서울에 있는 전국단위 자사고인 A학교는 2016년 서울대에 정시로 5명, 수시로 53명을 보냈다. 반면 같은 해 일반고인 B학교는 서울대에 정시로 12명, 수시로는 단 1명을 보냈다. 정시는 쉽게 말해 수능점수만 가지고 뽑는 것이다(내신도 반영하지만 비중이 미미하다). 정시 결과만 놓고 본다면 두 학교 학생들이 비슷하게 공부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두 학교의 수시 실적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대 수시가 학생부종합전형(예전에 입학사정관제로 불리던 것)으로 이루어지며 '비교과'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즉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꿈과 끼를 키운 인재를 우선적으로 뽑는다. 1년 학비가 1500만원에 달하는 A학교는 학생들에게 이런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 하지만 학비가 A학교의 5분의 1도 안 되는 B학교는 그럴 수 없다. B학교 같은 평범한 일반고 학생이 서울대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3년 내내 최상위 성적을 유지하고 전교회장을 도맡아 하고 경시대회를 휩쓴 다음, 학교장 추천을 받아서 수시 원서를 쓰는 것이다. 이것은 한 학교에서 한두 명에게만 주어지는 카드이다. 아니면 정시라는 극히 좁은 관문을 뚫는 것이다(현재 서울대는 정원의 25%만 정시로 뽑는다). 이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집과 학교와 학원을 시계추처럼 오가면서 공부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내 주위의 학부모들은 할 수만 있다면 자기 아이를 자사고나 특목고에 보내려 한다. 학력고사 한 번으로 모든 게 결정되었던 옛날이 차라리 나았다면서 한숨을 쉬기도 한다.

나는 물론 학력고사 시절-모든 학생을 한 줄로 세웠던-이 더 나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학력고사는 창의적 인재를 뽑는 데 적당한 제도가 아니다. 하지만 어째서 학생들의 창의성이 '비교과' 활동을 통해서 증명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학교 수업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창의성을 평가할 수 있고, 실제로 많은 선생님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마 서울대는 일반고의 평범한 교사들이 창의적인 수업을 할 리는 없다고 단정짓고 있는 듯하다. 수학에서 A를 받은 일반고 학생은 그저 기계적으로 문제를 잘 푸는 것일 뿐, 결코 수학적으로 창의적일 리 없다고, 그 학생이 창의적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직접 테스트해봐야 알 수 있다고.

불행하게도 이 생각은 서울대 교수들뿐 아니라 우리 학부모들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입시제도가 수없이 바뀌었지만 내신이 평가의 중심에 놓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우리는 수능성적, 논술, 면접, 심지어 학원의 레벨테스트에 대해서도 권위와 객관성을 인정하면서 선생님들의 판단만큼은 불신한다. 우리가 선생님들에게 맡기는 역할은 기껏해야 수능 성적이 잘 나오도록 돕는 것이고, 대학에 제출할 서류를 최대한 잘 써주는 것이다. 하지만 창의적인 수업은 선생님들이 자율성을 가질 때만 가능하다. 우리가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학교 수업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일반고의 '게토화' 역시 계속될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