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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09일 11시 2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7월 09일 14시 12분 KST

나는 거울을 보지 않아요

감정적인 분노를 음식을 통해 해소하는 경우,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이 들지 않아 폭식을 하기가 쉽다. 계속되는 폭식은 소화기능을 손상시키고 이로 인해 부종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여성들의 몸과 마음의 붓기를 정리해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소화기능을 쉬게 만드는 것이다. 쓰레기로 가득 찬 집은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 우선이지, 값비싼 가구를 들여놓는 게 중요하지 않다.

사진 이현주

그녀는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소리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채식해서 살 빠지면 나 바람 피울 거예요! "

평소 그녀 못지않게 잘 알고 지내온 그녀 남편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언젠가부터 남편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떤 줄 아세요? 더 이상 전 남편한테 여자가 아니에요...... 맨날 반복되는 게 지겨워요. 그 사람은 절대 안 변할 거예요. 애들이 나더러 불쌍하다고 해요. 나도 이제 내 인생을 살고 싶어요."

오랫동안 응어리져 있던 가슴속 우물에서 커다란 두레박을 길어 올려 밖으로 물세례를 퍼부은 듯했다.

"좋아요. 일단, 살부터 뺍시다. 내가 이혼법정에 같이 가 줄게! "

조금 어색해진 분위기를 깨며 아무렇지 않게 답을 했다.

"그것만으론 안 되요. 남자도 소개시켜 줘야지~ "

한 술 더 뜨는 그녀...

"좋아, 좋아, 우리 미팅 한번 합시다! 물 좋은 사람들로 한번 알아봐야겠네~! "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더 꺼내놓았다.

"언젠가부터 난 거울을 보지 않아요. 내가 없어져 버렸죠. 내게 어떤 스타일의 옷이 어울리는지조차 모르겠어요. 어쩔 때는 홧김에 백화점에 가서 질러버리기도 해요. 맨날 세일하는 옷들만 주워 입는 것 같아 불쌍해지더라구요. 작정하고 카드를 긁죠. 하지만, 아무리 비싼 옷이라도 내 몸을 가려주지는 못해요. 거울 앞에 서기가 두려워요. "

그녀는 정상체중보다 15kg 이상 초과한 비만 상태로 우울증과 식이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아침마다 얼굴과 손이 붓고 하루 종일 더부룩한 상태로 생활해왔다고 한다. 몸이 잘 붓는 사람들은 대개 많이 먹어서 살이 찐다기보다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경우가 많다. 수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관절도 좋지 않고, 늘 찌뿌둥한 기분이 들면서 아침에 일어나보면 얼굴이 부어 있고, 오후엔 발과 다리가 붓기도 한다. 부은 기분이 들면 우울해지고, 관절도 여기저기 쑤셔오는데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점점 체중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몸이 붓는다는 것은 마음도 어딘가 부어있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저는 가냘픈 몸매에 여성적인 편이었어요.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다녔지요. 부모님은 오빠나 언니, 저를 평등하게 대해주셨어요. 가족 내에서 성차별적인 대우는 없었어요. 막내여서 귀염을 많이 받고 자란 편이에요. 그런데 결혼 후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시어머니는 밥을 풀 때, 세 아들의 이름을 부르시며 세 공기만 담으셨죠. 저와 어머니는 아들들이 먹고 남는 밥을 모아 함께 먹었어요. 팥을 넣은 밥이 이틀 사흘 지나 벌겋게 퍼져버리고 냄새가 났어요. 어떤 때는 고춧가루가 묻은 밥을 먹어야 했어요. 백숙을 먹을 때도 아들들은 각자 한 마리씩 그릇에 담아주고, 저는 남는 것을 먹었죠."

그녀는 늘 시댁식구들이 자리를 비우고 나면, 새하얀 밥이 먹고 싶어 한 솥 밥을 지어 입천장이 데일 정도로 반찬도 없이 밥만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고 한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시어머니에 대한 분노는 아이들에게 쏟았죠. 너희들 때문에 죽고 싶다고 폭언을 하며 소리를 지르곤 했어요. 미친 듯이 북받쳐서 울면서 말이에요. 그러고 나면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그래서 보상을 해주기 위해 애들이 좋아하는 고기나 후라이드 치킨, 피자 등을 시켜주며 비위를 맞춰줘요. 애들의 식습관이 안 좋아진 건 다 제 탓이에요. "

감정적인 분노를 음식을 통해 해소하는 경우,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이 들지 않아 폭식을 하기가 쉽다. 계속되는 폭식은 소화기능을 손상시키고 이로 인해 부종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여성들의 몸과 마음의 붓기를 정리해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소화기능을 쉬게 만드는 것이다. 수분대사를 정상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아침에 부담스러운 음식을 먹는 대신 야채와 과일로 주스를 갈아 마시거나 부드러운 죽을 쑤어 먹는 방법도 좋다. 늦은 저녁 야식은 절대 금물이다. 가능하면 다음날 아침 식사까지의 간격을 12시간 이상 두고 저녁밥을 먹는 게 좋다. 충분히 휴식할수록 소화기능은 컨디션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맞는 채식 식단을 제안한 후, 일주일이 지나 연락이 왔다. 아침마다 붓는 증상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채식을 하면 기운이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몸이 가벼워져서 그런지 기운이 더 난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몸이 무겁고 처질 때, 자꾸 붓고 기운이 없는 원인은 우리 몸에서 대사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순환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몸에 독소가 쌓일수록, 노폐물이 많을수록 이런 상태가 된다.

쓰레기로 가득 찬 집은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 우선이지, 값비싼 가구를 들여놓는 게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고가의 럭셔리한 가구라 할지라도 들여놓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상태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청소를 깨끗이 하고 나면 저절로 윤이 나고 빛이 나는 법이다.

조금씩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방치되어지는 여성들의 몸, 더 이상 스스로를 매력적이라고 확인할 수 없을 때 고개를 드는 슬픔, 내가 매력적인 여자이기 보다는 밥 잘하고 살림 잘하는 주부일 때 편안해지는 관계들,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뱃살과 굵어지는 허리.

"남편의 시선이 당신을 잊어버리기 전에, 당신 스스로가 먼저 포기한 거예요. 늦지 않았어요. 당신 속의 여성을 찾으세요. 아니, 당신을 찾아요! 매력적인 당신을 스스로 확인해 보자구요. 거울을 열심히 보세요. 이제부터는... 매일 매일 매력적인 당신을 찾을 때까지 사랑해주란 말이에요."

그녀는 며칠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현모양처로 돌아가 있었고, 남편과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아마도 반복되는 일상의 장막을 걷어버리지 않는 이상 그녀에게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거울을 보기 시작했다.

오색과일채소를 얹은 통두부스테이크 ( 요리, 사진 이현주)

[그녀에게 제안한 식단]

1. 매일 식사일기와 생리일기를 적어서 충동적인 식습관을 체크한다

2. 평소식단에서 정제탄수화물(흰쌀, 흰설탕, 흰밀가루, 정제염)로 만든 음식 대신 통곡류(현미, 통밀)와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조청, 천일염, 자연발효식초)으로 조미된 오색야채 요리를 넣는다. 해조류와 견과류도 넣어 식단의 균형을 잡는다.

3. 음식을 만들면서 중간 과정에서 입에 넣거나, 남는 음식을 처리하기 위해 먹지 않는다. 모아 두었다가 다른 요리를 만들거나 그냥 버린다.

4. 간식으로는 율무와 현미를 이용한다. 볶은 현미와 율무를 차로 만들어 설탕을 넣지 말고 자주 마신다.

5. 너무 식욕을 억제하려고 애쓰지 말고, 평소의 식단에서 야채의 비중을 높이고 칼로리가 낮으면서 섬유질은 풍부한 미역, 다시마, 우무, 김 등의 해조류를 자주 섭취한다

- [기린과 함께하는 한방채식여행] 에 실린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