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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12일 14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25일 21시 26분 KST

놈코어는 죽지 않았다

2014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패션 트렌드는 '놈코어(normcore)'였다. 국내외 브랜드를 막론하고 놈코어 스타일의 옷들이 쏟아졌다. 지금도 거리에는 무늬 없는 흰색 티셔츠에 통이 넓은 검정색 바지, 흰색 운동화를 입은 젊은이들이 수두룩하다. 놈코어는 노멀(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을 뜻한다. 옷은 무난하게 입었지만 정작 그 옷을 입은 사람은 평범하지 않으며, 그렇게 입은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혁오 인스타그램

하지만 눈에 많이 띄는 패션은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닌 걸까? 2015년으로 넘어오면서 놈코어는 올해의 스타일 키워드로도 꼽혔지만 애석하게도 구글은 지난달 발표한 패션 트렌드 리포트에서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올해 1~2월 검색어를 분석한 결과 놈코어는 더 이상 뜨는 키워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놈코어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화중이다. 최근 10~20대에게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젊은 가수들의 패션이 예시가 될 수 있다. 랩퍼 오케이션, 키스 에이프가 속한 크루 '코홀트', 밴드 '혁오'가 인스타그램과 공연장에서 보여주는 패션은 하드코어 쪽으로 더 나아간 놈코어다. 티셔츠, 면바지, 체크무늬 셔츠, 폴로의 베이스볼 캡 등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의 실루엣은 지극히 전형적인 놈코어 패션이다. 하지만 길게 늘어뜨린 체인 목걸이, 피어싱, 그릴즈(랩퍼들이 종종 착용하는 금속 틀니 장식), 드로잉 타투, 자주 치켜세우는 가운데 손가락은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브랜드 '퍼킹어썸'의 티셔츠

디자인적 요소로도 새로운 놈코어 패션을 설명할 수 있다. 사진의 티셔츠처럼 로고와 사진을 단순하게 전사하는 방법이다. 앞에서 언급한 가수들도 이런 스타일의 옷을 종종 입는다. 패션 아이콘 클로에 셰비니의 얼굴에 브랜드 로고라니. '이정도는 나도 만들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이는 로우테크(low-tech, 낮은기술)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로우테크는 최첨단의 그래픽 기술이나 정교한 패턴을 과시하지 않는다. 코홀트의 뮤직비디오나 최근 나오는 패션 브랜드들의 컨셉비디오에도 로우테크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이는 '베이퍼웨이브(vaporwave)'라는 디자인 기법으로도 불리는데, 일부러 아마추어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고의적으로 한물간 기법과 이미지들을 사용하면서 90년대 모두가 윈도우 컴퓨터를 쓸 때의 디자인을 구현한다. 기술을 과시하지 않는 방법들이 음악과 패션에서 유행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키스 에이프(Keith Ape) - 잊지마 (It G Ma) 뮤직비디오

위의 분홍색 티셔츠는 평범하지 않은 태도와 로우테크가 결합된 옷이다. 유명 스케이트보더 제이슨딜이 만든 패션 브랜드 '퍼킹어썸(FUCKING AWESOME, 'X나 좋군'이라는 뜻)'의 제품이다. 사진을 프린팅하는 기법은 굉장히 로우테크적이고, 강렬한 문구는'쿨'함을 표방한다. 별거 없는 디자인처럼 보이지만 이래 봬도 연일 품절사태를 기록하는 옷이다. 옷을 입는 셀러브리티들이 한물간 인물들이 아니니 앞서 설명한 놈코어의 의미, '평범한 옷을 입지만 그렇지 않은' 것과도 맞아떨어진다.

놈코어는 현재진행형이다. 더욱더 볼품없고 뻔뻔해진 디자인, 그런 옷을 입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놈코어는 앞으로도 다양한 하위개념을 만들어내며 그 외연을 확장할 것이다. 놈코어는 아직 죽지 않았다.

uglykorean👿

SAVAGEHARING' 15⊕(@chrt_keithape)님이 게시한 사진님,

랩퍼 키스에이프

*이 글은 한겨레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