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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26일 06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27일 14시 12분 KST

고문 같은 5일 간의 돌고래 사냥 그리고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1. 이백 마리의 돌고래, 어망에 갇히다.

시작은 1월 20일, 금요일 아침이었다. 2백에서 2백75마리 정도로 보이는 거대한 돌고래 떼가 일본 다이지 앞바다에 나타났다. 사냥배들은 곧 일렬로 늘어서 추격을 시작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돌고래 떼는 만(灣), '코브(cove)'에 갇히고 말았다.

이 돌고래들이 가족임은 누가 보아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서로 애타게 부르는 소리, 가까운 곳에 머무르려 애를 쓰는 움직임이 코브를 가득 메웠다. 수면 밖으로는 어미 옆에 붙은 새끼들의 작은 등지느러미가 보였다. 얇은 그물 하나 너머에 삶과 자유를 두고, 돌고래 무리는 혼란 속에 갇힌 밤을 보냈다.

이튿날인 21일 토요일 아침, 다이빙복을 입은 조련사들이 배를 타고 도착했다. 전시용 돌고래를 고르는 작업이 시작됐다. 제일 먼저 꼬리를 잡아 건져 올려진 네 마리는 아직 몸이 채 자라지 않은 어린 새끼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돌고래들은 평생 처음으로 사람의 손길을 경험했다. 손으로 밀고, 끌어당기고, 잡아 올리는 동안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돌고래는 낚싯배에 긁히고 부딪혔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돌고래와 서로 소리치며 필사적으로 돌고래를 잡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지켜보면서 불안감에 술렁이는 돌고래들. 생지옥의 모습이 따로 없었다.

이렇게 돌고래 서른 마리의 운명이 바뀌었다. 24시간 만에 가족과 떨어져 평생을 콘크리트 수조 안에서 살아가야 할 돌고래들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 악몽 같은 경험은 단지 사람의 '즐거움' 때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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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용 돌고래를 포획하는 모습. 뒷줄 오른 편에는 아직 몸이 채 자라지 않은 새끼돌고래가 보인다. (사진:Dolphin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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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될 때 경험하는 폭력은 돌고래에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다. (사진:Dolphin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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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걸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돌고래 (사진:DolphinProject.com)


2. 탈출한 돌고래는 그물을 떠나지 못했다.

23일 일요일. 48시간 동안 아무 먹이도 먹지 못한 돌고래들은 극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 굶주림에 지쳐 저항하는 힘도 약해졌다. 조련사를 태운 낚싯배가 들어오고, 오늘도 어제와 같은 일이 반복됐다. 이날까지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납치된 돌고래는 총 53마리였다.

4일째가 된 월요일에는 결국 굶주림과 상처,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돌고래 두 마리의 사체가 물 위로 떠올랐다. 죽어서 물 밑으로 가라앉은 돌고래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살아남은 돌고래의 모습도 처참했다. 옆으로 비스듬이 누워 힘없이 둥둥 떠 있는 돌고래, 입가에 토사물을 물고 있는 돌고래도 보였다. 스트레스로 머리를 낚싯배에 계속 부딪혀 피투성이가 된 돌고래, 어망에 몸이 감겨 있는 돌고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없었다. 이날 총 29마리의 돌고래가 생포됐다. 3일 만에 총 82마리, 무리의 절반에 달하는 돌고래가 잡혀간 것이다.

운이 좋게 그물 밖으로 탈출한 돌고래가 있었다. 그러나 4일 동안 겪은 고문 같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멀리 도망가지 않았다. 미처 나오지 못한 가족을 떠나지 못해 그물 가까이에서 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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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밖으로 탈출한 돌고래가 떠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 DolphinProject.com)


5일째 되던 25일 화요일. 이제 잡을 만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주문' 들어온 마릿수를 다 채웠는지 모르지만, 이날 드디어 낚싯배들은 그물을 걷고 남은 돌고래들을 다시 바다로 내보냈다. 대규모 사냥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두려워서인지, 이번 사냥에서는 바닷물을 핏빛으로 물들이는 도살은 일어나지 않았다. 돌고래 사냥이 다이지 마을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식문화, 전통이라는 것이 핑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어망에 갇힌 지 5일 만에, 거대한 돌고래 떼는 반 동강이 난 채로 바다로 돌아갔다. 그러나 남은 돌고래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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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살아남은 돌고래들. 그러나 가족을 잃은 이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진: DolphinProject.com)


3. 사냥 마지막날, 울산에서는 '다이지 돌고래 수입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는 2015년 일본 다이지에서 포획된 돌고래 전시를 금지하는 방침을 정했고,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에 배몰이 방법(drive hunt)으로 잡은 돌고래를 들여오는 것을 금지하지 않으면 제명하겠다고 경고했다.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는 투표를 거쳐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 잔류를 결정하고, 다이지에서 잡힌 돌고래를 더 이상 들여오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지의 돌고래 사냥은 계속되고 있다. 2016-2017년 사냥철 동안 총 132마리의 큰돌고래, 1마리 파일럿고래, 18마리의 알락돌고래가 산 채로 포획됐다. 그 과정에서 459마리가 도살됐다. 일본 안에서 거래할 수도 없는 돌고래를 계속해서 잡아들이는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와 같은 돌고래 수입국이 있기 때문이다.

사냥 마지막 날인 25일. 돌고래 떼가 산산조각이 나버린 그 순간 우리나라 울산에서는 남구청이 일본 와카나마현 다이지에서 돌고래 두 마리를 수입할 것임을 밝히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울산 남구의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는 현재 수컷 1마리와 암컷 2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장생포가 1986년 고래잡이 금지 이후 쇠락하다가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개관을 계기로 고래관광 도시로 도약중"이라면서 "현재 수족관 돌고래가 3마리뿐이고, 추정 나이도 18살과 15살로 늙어 돌고래 추가수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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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포획하려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돌고래.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사진: DolphinProject.com)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2009년 개장 이후 총 5마리의 돌고래들이 죽어 나갔다. 개장할 때 들여온 암컷은 2개월 만에 폐사했고, 2012년 추가로 들여온 돌고래 2마리 중 1 마리는 몇 달 후 전염병으로 죽었다. 심지어 죽은 돌고래를 화단에 묻어 죽음을 은폐하려다 발각되기도 했다. 암컷 돌고래가 새끼를 출산할 때마다 언론에서는 '경사'라고 떠들었지만, 새끼 한 마리는 태어난 지 3일 만에, 다른 한 마리는 6일 만에 죽었다.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은 지자체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전시업체를 대변하는 이익집단인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조차도 포획 과정의 잔인함 때문에 자발적으로 다이지 돌고래 수입을 금지한 마당에, 우리나라 지방정부는 수입 신청을 하고, 환경부는 허가를 내주고, 그 사실조차 입을 맞춰 쉬쉬하는 모습은 돌고래 포획만큼이나 시대에 뒤떨어져 보인다. 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24일 성명을 통해 '울산 남구는 돌고래 수입을 철회하고, 환경부와 해수부는 전시 목적의 고래류 수입을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돌고래 보호운동가인 돌핀 프로젝트의 릭 오바리(Ric O'Barry)는 25일 통화에서 "수족관 돌고래 다섯 마리를 바다로 돌려보낸 한국이 잔인한 돌고래 사냥사업의 처리장(dumpster)가 되는 모습이 너무나 슬프다. 내가 만난 한국은 환경과 생명을 존중하는 나라"라며 탄식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와 함께 일본에서 돌고래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아직 1월이다. 사냥철이 끝나는 봄까지 몇 번의 사냥이 더 있을지 모른다. 새끼돌고래가 어미 돌고래와 함께 바다에서 헤엄치며 사는 것. 어린아이가 생각하기에도 당연한 이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결국 돌고래의 삶을 빼앗는 것도, 살릴 수 있는 것도 우리다. 우리나라 돌고래 수족관 관람석이 하나 채워질 때마다 어미에게서 떨어지는 새끼돌고래의 숫자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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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핫핑크돌핀스)


* 이 글은 돌핀프로젝트(DolphinProject.com)의 다이지 사냥 현장 중계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