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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7일 06시 1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07일 14시 12분 KST

'퍼피독' 서비스에 대한 반감

한겨레

스테이크를 좋아해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끔 간다. 한데 갈 때마다 마음 한구석을 거북하게 하는 모습이 있다. 기이한 것은 고객인 나에게 극진한 예의를 차리는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는 대목이다. 서비스업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그런다니 이 무슨 모순일까.

원흉은 바로 '퍼피독(Puppy Dog)' 서비스다. 귀여운 반려견이 주인에게 애정을 갈구하듯이 직원이 고객 앞에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것을 뜻한다. 테이블 위에 고개만 보일 만큼 쪼그려 앉음으로써 고객이 직원을 한껏 내려다보는 구도가 된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숙일 수 있을 만큼 숙임으로써 고객에게 봉사하겠다는 의미인 모양인데 오히려 난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에 거북함만을 느낀다.

이는 직원 건강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매뉴얼이 아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한 이의 전언에 따르면 적지 않은 직원이 관절염 등을 앓고 있다. 온종일 선 채로 돌아다니며 무거운 그릇을 나르는 데다 주문을 받기 위해 쪼그려 앉기와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건강을 상한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그런 것도 다 운동이다', '젊을 때는 뭘 해도 괜찮다' 등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데 우리는 그런 이들을 두고 그냥 '꼰대'라고 부른다. 아니, 그렇게 불러줘야 한다.

퍼피독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프랜차이즈는 그것이 '세계 최초'이며 이후 항공사, 해외 프랜차이즈 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다. 자신들이 서비스의 새로운 표준을 확립했다는 것이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국내 항공사의 서비스 매뉴얼이 서구권 항공사의 그것에 비해 한결 엄격함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각종 서비스 관련 강의 등에서도 우수한 사례로 거론하며 수강생에게 이런저런 연습을 시킬 정도다.

대단히 한국적인 현상이다. 서비스업에 대한 우리나라의 통념에는 기형적인 측면이 다분하다. 시시때때로 불거지는 '갑질 논란'에서 드러나듯이 돈을 지불하는 입장(갑)이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을)에게 '섬김'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여기는 걸까? '고객은 왕이다'라는 전근대적인 표어만 봐도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이들의 육체적, 감정적 고충은 부차적인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동등한 개인으로서 수평적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갑을관계의 수직적 구도로 재편되어 육체적, 감정적으로 마모될 뿐이다.

세상에는 완전한 갑도 없고 완전한 을도 없다. 우리 모두 일할 때는 한 명의 직원이고 소비할 때는 한 명의 고객이다. 일종의 유기체와도 같이 알게 모르게 얽혀 있는 관계인 것이다. 한데 이런 순환적, 수평적 구도가 철저히 갑을관계로만 치환되어 수직적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흔하다. 일상화되다시피 해서 표준으로 자리 잡은 지경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이가 있으면 유난 떨지 말라며 외려 핀잔을 준다.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도통 모르겠다. 혹자는 소위 '진상 고객' 방지를 위해서 그런 매뉴얼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그런 과도한 매뉴얼을 마련해 직원을 마모시키는 게 아니라 진상 고객에게 서비스를 거부하고 때로는 법적 조처를 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옳지 않나 싶다. 물론 한국의 정서적, 법적 풍토에서 그것이 단기간에 구현될 것 같지는 않지만. '언젠가는'이라는 나약한 바람만을 조심스레 내비칠 뿐이다.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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