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5년 01월 24일 09시 2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26일 14시 12분 KST

담당자의 실제 증언으로 살펴본 정명훈 의혹의 내막

23일 오전 통신사들이 정명훈 의혹이 감사에서 확인되었다는 기사들을 송고했다. SNS 공유 및 다른 언론들의 받아쓰기로 이는 빠르게 퍼져나갔고 정 감독은 삽시간에 전횡을 일삼은 인물로 규정되어 버렸다. 그런데 음악계의 많은 인사들은 이에 대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쏟아진 언론 보도에 실제 내막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의혹 대부분 사실로 확인'이 전부다. 그래서 이 지면에선 문제시된 사안에 대한 실제 담당자의 의견을 허가를 얻어 전하고자 한다. 그는 서울시향의 공연기획 과장으로 정명훈 예술감독 보좌를 담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23일) 오전 통신사들이 정명훈 의혹이 감사에서 확인되었다는 기사들을 송고했다. 특히 뉴시스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향한 의혹 대부분 사실로>라는 강력한 제목으로 송고했다. SNS 공유 및 다른 언론들의 받아쓰기로 이는 빠르게 퍼져나갔고 정 감독은 삽시간에 전횡을 일삼은 인물로 규정되어 버렸다.

그런데 음악계의 많은 인사들은 이에 대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감사결과와 쏟아진 언론 보도에 실제 내막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혹 대부분 사실로 확인'이 전부다. 그래서 이 지면에선 문제시된 사안에 대한 실제 담당자의 의견을 허가를 얻어 전하고자 한다. 그는 서울시향의 공연기획 과장으로 정명훈 예술감독 보좌를 담당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실무를 처리하는 당사자이자 최측근이다. 아래의 내용은 페이스북에 그가 직접 올린 증언을 기반으로 내 견해 등이 곁들여졌음을 밝힌다.

긴 이야기에 앞서 하나 미리 밝혀두고 싶은 것은 이 글의 목적은 정명훈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면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해당 사안에 대한 판단을 돕기 위함이다. 잘못한 대목이 있다면 질책하는 게 맞고,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지적하는 게 맞다. 하나 그를 위해선 다른 무엇보다 사실관계에 대한 정보가 최우선이다. 수술을 위해선 정확한 검사가 선행되어야 하듯이 말이다.

정 감독 아들 피아노 선생 특채설의 진실

박현정 前 서울시향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정명훈 감독 아들의 69세 피아노 교사가 연봉 5700만 원을 받았다"고 밝히며 논란이 일었고 감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었다. 내막을 모르는 이들이 달랑 이것만 보면 전문성 없는 지인을 정 감독이 압력을 넣어 그저 친분만으로 채용한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정 감독 보좌역에 의하면 그는 한국 1세대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음악계와 정재계의 최상위 인맥을 가진 재원조성 전문가이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의 7년 동안 자신의 인맥을 기반으로 36억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는 실적을 올렸고, 법인 출범 이후 서울시향 후원회를 구성하고 후원금 유치에 혁혁한 공을 세운 장본인이라고 한다.

알려졌듯 정 감독 아들의 피아노 선생이었음은 사실이지만 서울시향이 그와 함께한 건 그가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크게 공헌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받은 급여의 열 배 이상을 유치해온 사람을 두고 위와 같이 말하는 것이, 그리고 이를 '정 감독 의혹 사실로 확인'의 문구로 내보내는 것이 온당한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그는 前 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해 지난해 퇴사했고 공식 사유는 '정년'이었다. 그러나 70세의 그는 역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다른 지방 오케스트라의 재원조성 전문위원으로 다시금 고용되어 일하고 있다.

위 뉴시스 기사에는 "정 감독 형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과장을 지낸 직원 역시 출범 당시 채용, 현재까지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문구도 있다. 이에 대해 정 감독 보좌역은 해당 직원은 특채가 아니라 공채라고 답했다. 당시 대표적인 클래식 기획사 중 하나였던 정 감독 형의 회사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2005년 서울시향 공채 1기로 입사한 것이라고 한다. 만약 이런 게 문제가 되면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 좁은 음악계에서 다른 공연기획사 경력이 있는 이는 아예 뽑지 말아야 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피아노 리사이틀 미승인의 내막

피아노 리사이틀 5회가 '결과적으로 미승인 상태'에서 공연을 한 것이라며 단원복무내규 위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보좌역은 이에 대해 자신이 승인완료 확인을 받고 정 감독에게 승인허가 보고를 했으며 정 감독은 이를 전제로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이해를 위해 시기 순으로 이야기하겠다.

2013년에 서울시향의 규정이 바뀌었다. 외부공연은 '서면'을 통해 승인을 받아야 하고 정 감독 역시 예외가 아닌 방향으로. 이전엔 구두로 승인이 가능했다. 규정의 변화로 인해 보좌역은 정 감독의 모든 일정에 대해 다른 부서와 조율해 서류 일체를 준비하곤 했다.

문제가 된 피아노 리사이틀은 2013년 말 또는 2014년 초에 보좌역이 보고했고 정 감독과 前 대표 사이에서도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작년 8월 중순에 前 대표는 피아노 리사이틀을 포함한 서류 일체(겸직 허가서 1건, 외부출연 허가서 5건)에 대해 최종결재를 진행할 예정이니 담당부서로 해당서류를 넘기라는 지시를 내렸고 보좌역은 그리했다. 10월 초엔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담당부서 팀장을 통해 서류 일체에 대한 대표이사 승인완료까지 확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건이 터졌다. 11월 13일 서울시 행정사무 감사장에서 박현정 前 대표는 정 감독의 피아노 리사이틀에 대해 신문기사로 처음 인지했다고 진술했다. 보좌역은 훨씬 이전부터 논의가 있었기에 이는 '허위 진술'이라고 확언한다. 문제의 감사 이후 보좌역은 해당부서 팀장에게 최종승인 결재 원본을 요청해 겸직 허가서 1건, 외부출연 허가서 4건만 결재 완료된 것을 확인했다. 문제의 피아노 리사이틀 승인서는 행방불명된 상태였다. 서류를 넘겼고 승인완료 확인까지 했는데 없어졌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승인'이라고 표현된 내막엔 위와 같은 사연이 있다. 위 증언이 사실이라면 정 감독은 최종승인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피아노 리사이틀을 진행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보좌역은 이에 대해 서울시향은 아무리 작은 외부공연이라도 불가한 경우 확실하게 통보해왔고 예외가 없었다고 말한다. 모두가 승인된 걸로 알고 있는 상황에서 결재를 거부한 前 대표가 그 사실을 알려오지 않은 행위가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순전히 절차적 관점만으로 따지면 이유가 어찌되었든 피아노 리사이틀이 미승인 상태에서 진행되었기에 이는 단원복무내규 위반에 해당하는 게 맞다. 하지만 위 내막을 송두리째 날려먹은 채 '정 감독 의혹 사실로 확인'이라는 식으로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만이 널리 공유되었다.

서울시향과 시민을 버렸다?

해외활동에 치중하기 위해 서울시향 일정을 임의로 변경했음이 지적되었다. 일단 일정변경 자체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악단을 사유화해서 독단적으로 운영한 행위라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따져보아야 한다. 감사관 역시 "일정 변경은 시향 사무국과 협의한 내용이며 그 외에 시향 일정에 차질을 빚진 않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실제 내막은 어찌된 것일까?

작년 9월 5일의 일이다. 세계 최정상 권위의 오페라좌인 빈 국립오페라단이 비상사태에 빠졌다. 음악총감독의 돌연 사임으로 인해 임박한 주요 공연이 대거 위기를 맞은 것이다. 정 감독은 빈 국립오페라단의 행정총감독으로부터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받았고 '기존에 계획된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는 절대 변동 없이 진행한다는 것을 대전제로 가능성을 타진해보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월의 일정이 관건이었는데 여기엔 서울시향뿐 아니라 베니스 극장,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피아노 리사이틀 등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2015-01-23-seoulphil3.jpg

협의 결과 서울시향의 일정은 위와 같은 형태로 조정되었다. 보다시피 중요한 정기공연은 모두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변화가 생긴 공연은 네 차례이다. 그중 크리스마스 직전의 둘은 기업에 의한 행사 성격으로 시민에게 표가 판매되는 공연이 아니어서 기업과의 협의 후 1월로 미뤘다. 지휘자만 교체된 SPO Day 역시 후원자와 시즌티켓 구매자, 그리고 추첨에서 당첨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갈라 콘서트로 표가 판매되는 공연은 아니었다. 정 감독 본인은 1월로 미뤄서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것을 제안했지만, 사무국은 논의를 통해 '새로 부임한 젊은 부지휘자에게 큰 무대 기회를 주는 쪽도 의미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정 감독 보좌역은 전한다.

일반에 표가 판매되는 공연 중 일정변경이 이루어진 것은 통영에서의 외부출연음악회 한 차례다. 새 일정은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이사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되었고 이때 정 감독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공연에 앞서 통영의 어린이를 위해 본인의 직접 해설을 곁들인 피아노 리사이틀을 추가로 진행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무료로. 리사이틀의 호응은 상당했고 공연 후 통영 측으로부터 감사 편지까지 받았다고 보좌역은 말한다.

보았듯 일정변경 자체는 사실이지만 정 감독이 해외활동을 위해 악단을 독단적으로 운영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감사결과도 그렇다. 한데 이를 두고 <정명훈, 공연일정 임의변경> 등으로 기사 타이틀을 뽑으면 내막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정 감독의 비리로 인식하기 십상이다.

보좌역은 정 감독은 서울시향과 서울시민을 도외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서울시향 정기공연 일정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실제 빈 국립오페라단의 해당 기간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일정을 보면 9회 중 7회만 정 감독이 지휘했고 2회는 다른 이가 지휘했다. 12월 12일과 27일로 서울시향 정기공연 날짜와 정확히 일치한다. 서울시향 정기공연이 먼저라며 고사한 것이다. 참고로 정 감독은 10여 년간 290여 회의 연주회를 지휘해왔지만 일정을 변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소 또한 허리부상이라는 피치 못할 이유로 단 한 차례만 있었다.

끊이지 않는 항공권 논란

감사에서 지적 받은 항공권은 2009년의 것으로 계약서에 명시된 매니저 대신 가족이 탑승했으니 1,320만 원을 반환 조치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 감독 보좌역은 당시 매니저가 건강상의 이유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예술감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가족이 매니저 역할을 대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항공권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 대신 사용했고 지금껏 단 한 차례 일어났던 일이라고 한다. 계약서에 명시된 이가 사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분명한 사실이고 환수 조치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지만 내막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간엔 시선의 간극이 있을 수 있겠다.

정 감독의 항공권은 예전부터 계속 문제를 빚어 왔다. 세계 음악계의 표준 내지 관례와 국내 정서 간의 괴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보좌역은 이에 대한 업계의 내막을 털어놓았다. 서울시향은 정 감독이 예술감독 업무를 위해 오갈 때 1등석 2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특혜'를 운운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세계 음악계 보편의 사항이라고 한다.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 및 심리적 안정을 요하는 지휘자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높은 등급의 표를 배우자는 물론 애인 등에게까지 다들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모든 지원을 할 테니 당신은 최고의 연주를 들려주시오'라는 식이다.

실제로 최근 빈 국립오페라단은 한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쉴 새 없이 오가는 정 감독과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자가용 비행기를 제공한 바 있다고 보좌역은 증언한다. '날아다니는 특급호텔'로 불리는 바로 그 녀석이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그들은 기꺼이 투자한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음악을 들려달라는 것이 유일한 요구사항이기 때문이다. 빈 국립오페라단 역시 세금의 지원을 받는 단체지만 이런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숙박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빈 국립오페라단은 정 감독이 짐을 싸고 푸는 것도 혹 피로하지 않을까 우려하며 숙박을 하지 않는 날조차 빈 소재 최고 호텔의 스위트룸을 그대로 제공하고 있다. 짐 정리하는 데 드는 사소한 번거로움조차 아껴서 최상의 연주를 들려달라는 의미다.

정서상의 괴리가 너무 크다. 정 감독은 그게 당연시되는 유럽 현지에서 그런 대우를 받으며 활동해온 사람이지만 우리사회에서 그런 대목들은 특혜 논란에 휩싸이기 딱 좋다. 심할 땐 전횡까지 거론되는데 몇 년째 반복되는 이 논란도 그 일례다. 허나 이를 두고 무작정 어느 한쪽만을 편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런 것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서와 서울시향의 쪼들리는 살림도 이해가 가고, 세계 음악계에 통용되는 사항을 마땅히 지원하는 것이라는 논변도 이해가 가니까.

달리 생각해보면 이 항공권 논란은 국내에선 비교 대상조차 없는 정 감독의 독보적인 위상과 입지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다른 한국인 지휘자의 경우 이런 논란이 일 가능성 자체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한국은 지구 반대편이라는 지리적 입지로 인해 유럽의 악단보다 항공료 비용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지휘자와 함께하기 위해선 자연히 대가가 한결 크다. 1등석 두 장 제공하던 것을 한 장으로 줄이는 정도로 합의를 볼 수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세계 음악계 보편의 기준에서 바라보면 그건 '특혜'를 철회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정 감독의 '양보'에 가깝다. 하지만 감사는 이를 두고 잘못되었으니 시정해서 개선하라는 결론을 내놓았고 언론에도 그리 보도되었다.

단원들의 강압적인 재능기부와 특정단원 특혜 의혹

정 감독은 1997년에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APO)를 창단해 지금껏 이끌고 있다. APO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출신의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1년에 한 번 모여 연주회를 치르는 단체인데 정 감독은 '올스타 팀'이라고 부른 바 있다. 단원들의 면면을 보면 쟁쟁하다. 베를린 필 악장인 다이신 카지모토와 시카고 심포니 악장인 로버트 첸 등은 명실상부 초일류다. 서울시향 단원들 역시 매년 20여 명씩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향의 전임 대표들은 해당 사업을 아예 서울시향이 출자하는 사업으로 전환하고자 검토하기도 했다고 정 감독 보좌역은 전한다. 단원들이 아시아 음악인들과 교류하며 앙상블을 제고할 수 있는 값진 기회인 동시에 아시아(베세토) 협력 프로젝트로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외려 '재능기부'와 엮이며 문제시되었다.

감사에서 문제가 된 건 2012년이다. 당시 한중일에서 네 차례 공연이 있었다. 그중 8월 4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공연이 'APO와 유니세프가 함께하는 북한 어린이를 위한 자선음악회'로 진행되었고 출연한 연주자 중 희망자에 한해 출연료를 기부했었다. 기부자는 서울시향 단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해외 단원들까지 모두 함께한 자발적 기부 행위였다고 보좌역은 전한다.

기부는 전적으로 자유였기에 기부를 한 단원도 있고 하지 않은 단원도 있다고 한다. 기부한 단원 중에는 공연 1회의 출연료를 기부한 단원도 있고 4회분 모두 기부한 단원도 있다고 보좌역은 밝혔다. 당시 기부자는 '재능기부자'로 간주해 희망자에게 기부금 영수증까지 발행했다고 한다.

감사는 이에 대해 "정 감독이 단원들에 갖는 권한을 고려하면 자발적인 성격을 띠었다고 해도 장기간 참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쳐 말하면 자신을 평가하는 위치에 있는 정 감독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단원들이 처세할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나름 일리가 있는 견해이긴 하지만 이를 두고 정 감독이 단원들 위에 강압적으로 군림한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또한 APO 참여가 갖는 다른 순기능까지 고려하면 이는 좀 더 논의해볼 대상이기도 하다..

아울러 뉴시스 기사는 "단원평가 결과 해촉돼야 할 단원이 재계약되는 등 특정단원에 특혜를 제공한 사례도 확인됐다"고도 전하고 있다. 전후맥락 없이 이리 보도하면 정 감독이 특정단원을 편애한 것으로 읽히기 딱 좋다. 그러나 실제 감사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 담당 직원의 잘못임이 밝혀진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정 감독의 연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재계약업무를 담당하는 경영조직의 업무소홀을 원인으로 보고 해당 직원을 문책하는 한편 시향 자체에도 기관경고가 불가피하다"고 이야기했다. 정 감독 보좌관 역시 "단원평가는 사무국의 규정해석과 이행과정에서 담당직원 '실수'가 맞아 보인다"는 견해를 내게 전했다. 하지만 뉴시스의 최초 보도엔 이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

닫으며

담당자가 직접 들려준 증언을 토대로 이면을 살펴보면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보도된 것과는 이야기가 상당히 달라짐을 알 수 있다. 만약 해당 증언들의 전부, 혹은 상당 부분이 사실관계에 부합한다면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향한 의혹 대부분 사실로'라는 기사 타이틀 자체의 적절성을 의문시하기에 충분하다. 실제 감사를 통해 정 감독 책임이 아님이 밝혀진 대목까지 기사엔 몽땅 묶여 있을뿐더러, 계약된 사안을 정확히 준수하지는 못했지만 이면의 해명을 들으면 이해할 법한 대목도 있다. 또한 前 대표와의 문제로 인해 '결과적으로 미승인' 상태로 진행된 항목도 있다.

정 감독과 서울시향에 별다른 흠이 없고 모두 옳다는 뜻이 아니다. 일처리에 빈틈이 있었던 것은 분명 사실이고 조직 내의 소통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 마땅히 지적받아야 하고 개선되어야 한다. 또 이유가 어찌되었든 계약된 사안과 다르게 처리된 부분에 대한 지적 역시 일리가 있다. 음악계 내에서 '공무원식 매뉴얼 감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고 실제 그런 면모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잘못된 것까지 뭉뚱그려 옹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한 자세 또한 논의를 망치고 사회를 퇴보시킨다.

결국 중요한 건 사안을 다루고 바라보는 자세에 달려 있고 그 열쇠는 다른 누구보다 언론이 쥐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사안을 전후맥락 없이 표면적으로만 보도한, 그리고 경쟁적이리만치 무책임하게 제목을 달아댄 현 언론의 풍토는 다시금 생각해볼 여지가 충분하지 않을까? 한 통신사가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기사를 송고하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썼고 실제 내막을 확인하려고 든 매체는 거의 없었다. 뒤질세라 발 빠르게 퍼뜨리는 게 전부였다. 이런 식이면 언론은 시민의 눈과 귀로 건강한 역할을 할 수 없다. 그저 조회수 장사만 할 뿐이다.

필자 홍형진 페이스북 주소 : https://www.facebook.com/hyungjin.hong.9

필자 홍형진 블로그 주소 : http://blog.naver.com/h5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