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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06일 12시 2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06일 14시 12분 KST

지휘자 구자범에게 행한 언론의 인격살인

작년 5월 중순, 구자범 前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 필) 상임지휘자의 사퇴가 성희롱 파문으로 크게 얼룩진 바 있다. 한 여단원이 경기도청 감사관실에 성희롱 진정을 제기하며 이에 구씨가 사퇴한 것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된 탓이다. 그러나 반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후 사건은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다지 공론화되고 있지 않다. 사퇴 당시 거의 모든 언론사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서로 베껴 쓰다시피 하며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삽시간에 대서특필했던 것과 달리, 그의 무고함이나 억울함을 알릴 수 있는 '확인된' 사실엔 약속이나 한 듯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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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중순, 구자범 前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 필) 상임지휘자의 사퇴가 성희롱 파문으로 크게 얼룩진 바 있다. 한 여단원이 경기도청 감사관실에 성희롱 진정을 제기하며 이에 구씨가 사퇴한 것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된 탓이다. 이는 윤창중의 성희롱사건과 시기가 겹치며 극도로 험악한 여론을 형성했고 젊은 세대에서 가장 촉망받는 지휘자로 꼽히던 구씨는 무수한 포화 속에 결국 음악계를 떠났다. 변명 한 마디 없이.

그러나 반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후 사건은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았다. 작년 12월 3일 go발뉴스의 보도를 통해 진실이 애초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를 가능성, 좀 더 정확히는 일부 단원들에 의해 악의적으로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12월 17일엔 경찰수사를 통해 실제 그런 움직임이 확인되었음이 보도되었다. 이는 올해 4월 단원들에의 벌금형으로 확정되며 법적으로도 인정받은 사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다지 공론화되고 있지 않다. 사퇴 당시 거의 모든 언론사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서로 베껴 쓰다시피 하며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삽시간에 대서특필했던 것과 달리, 그의 무고함이나 억울함을 알릴 수 있는 '확인된' 사실엔 약속이나 한 듯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정정 보도를 낸 언론사 또한 지금껏 단 한 군데도 없다.

하여 이 지면에선 당초 알려진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이야기를 할까 한다. 지금부터 전할 이야기는 최모 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근거로 한 것이다. 그는 구자범 씨의 곁에서 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인물로서 그가 털어놓은 모든 내용은 go발뉴스의 심층취재, 한겨레와 구씨의 인터뷰, 디시인사이드 클래식 갤러리 등에 올라온 경기 필 단원의 익명 폭로경기도청 감사관실에 제출된 탄원과 전혀 어긋남이 없이 정확히 일치하며 그간 거론되지 않았던 세세한 정황이나 이면의 본질적인 문제들까지 망라하고 있다. (최씨의 신원과 신빙성은 당시 경기 필에서 실제 일하던 이를 통해 직접 확인했음을 밝히는 바이다.)

갈등의 본질은 밥그릇 싸움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선 구자범 씨 취임 이후 경기 필의 변화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 그가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2011년 이전의 경기 필은 대중적이며 평이한 프로그램을 주로 연주하던 악단이었다. 팝송과 가요의 비중도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그가 취임한 이후 정통 클래식, 그것도 도전적이라고 평가받는 어려운 곡들의 비중이 커지며 연습시간이 부쩍 늘게 되는데 이는 결국 갈등의 불씨가 된다. 많은 단원들이 연주와 레슨을 병행하는 현실에서 늘어난 연습시간은 곧 레슨으로 인한 과외소득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대부분 국내 악단의 고질병으로 종종 거론된다. 단원 명함은 레슨 홍보를 위해 필요할 뿐이라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즉 지휘자와 단원 사이 갈등의 본질에 밥그릇이 있다는 의미인데 경기 필은 여기에 다른 특수한 상황까지 더해졌다. 구씨 취임 이후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인기도 늘어난 게 오히려 갈등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예산이 늘며 단원 역시 25명 남짓 확대됐지만 이를 두고 "잘나가는 지금은 상황이 괜찮지만 언젠가 구씨가 떠난 이후 예산을 줄이는 일이 발생하면 누군가는 구조조정의 희생자가 되어야 한다. 그럼 누가 먼저 잘리겠느냐?"며 위협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씨는 학벌과 연공서열을 배제하고 오직 실력만으로 선발된 새로운 단원들의 실력이 기존 단원들보다 월등하기에 이는 신구 갈등의 성격도 갖는다고 말한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맞물려 경기 필 내에선 구씨의 반대파가 형성된다. 과거처럼 편하게 연주활동하며 레슨으로 소득을 높이길 바라는 일부 단원들은 악단이 성장하는 자체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달갑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 사건은 바로 이 배경 하에서 벌어졌다.

성희롱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작년 4월 경기 필은 모 장애인학교에서 네 차례에 걸친 자선음악회를 치렀다. 그중 첫날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는데 문제는 이튿날 벌어졌다. 한 여단원이 집중력을 잃고 지휘자를 보지 않다가 솔로 부분에서 제때 연주를 하지 않음으로써 소리가 끊긴 사고가 발생했다. 공연 후 지휘자 구씨는 "예술의전당이면 이렇게 했겠느냐? 장애인학교라고 우습게 본 거냐? 다른 건 몰라도 연주회 때 이러는 건 용납할 수 없다"라고 질책하며 그녀에게 연주정지 징계를 내렸다.

최씨는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성희롱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전한다. 이후 그 여단원이 "일전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지휘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그때의 성적 수치심에 차마 지휘자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니 연주정지 징계를 철회해 달라"는 의사를 피력하며 그때부터 경기 필 내부에서 논란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구씨는 "만약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다면 얼마든지 사과하겠고 앞으로도 주의하겠다. 하지만 공연 도중 발생한 일로 인한 연주정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기에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갈등은 증폭된다.

성희롱 의혹을 부인하는 목소리와 정황들

이후 이야기가 언론에 나오기까지의 진행과정을 말하기에 앞서 해당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먼저 풀어놓을까 한다. 그편이 독자가 사건의 진행 양상을 정확히 인식하기에 한결 용이하다는 판단이다.

여단원은 점심식사 자리에서 성희롱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는데 최씨의 말에 의하면 그 자리는 장애인학교에서의 첫 번째 연주회 전날, 그러니까 사고가 있었던 연주회 이틀 전 점심에 마련되었다고 한다. 당시 참석한 인원은 총 다섯 명으로 지휘자 구씨와 남자 단원 두 명, 여자 단원 두 명이었다. 그러니 사건의 당사자인 구씨와 여단원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이 당시 정황의 증인이 되는 셈이다.

한데 이들 세 명이 입을 모아 그 자리에서 성희롱적 발언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인터뷰는 go발뉴스의 보도를 통해 동영상으로 확인 가능하다.) 모두 법정에서 증언도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고 언론을 향한 소송에도 당사자인 구씨보다 이들이 더욱 적극적이라고 한다. 심지어 세 명 중 여자 단원, 즉 문제의 점심식사 자리에 함께했던 또 한 명의 여단원은 진정을 제기한 여단원과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는 물론 유학에 이르기까지 모두 직속 선배인 막역한 사이임에도 구씨의 편에서 의혹을 강경히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최씨는 전해왔다.

또한 최씨는 정말 성적수치심을 느껴 지휘자를 볼 수 없는 상태였다면 어떻게 같은 프로그램이었던 첫날 공연은 문제없이 진행됐고 연주 후 지휘자와 함께 흡족하게 웃기까지 했겠느냐고 묻는다.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점심식사 직후의 첫 공연은 대단히 원만하게 진행해놓고 갑자기 이튿날 사고 후 그리 말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소개팅을 둘러싸고 오간 이야기 또한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과는 정반대라고 한다. 구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여단원에게 친구 소개팅을 강요한 게 아니라 오히려 구씨가 그 여단원에게 자신의 지인을 소개해준 게 실제 사실이고, 사고가 발생한 장애인학교에서의 두 번째 공연날 새벽까지 서로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원만히 지냈다고 최씨는 이야기한다. (연주회 도중 흰 팬티를 봤다며 놀렸다는 대목은 go발뉴스의 보도에서 드러났듯 애초 경기 필의 모든 단원이 연주회에서 바지를 입기에 가능하지조차 않다.)

어떤 과정을 거쳐 언론에 나왔는가?

최씨는 여단원으로선 단지 연주정지 징계만 풀어보고 싶었을 뿐인데 이를 반대파가 악의적으로 활용했다고 이야기한다. 여단원으로 하여금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과의 면담도 갖고 경기도청 감사관실에 진정도 제기하는 등으로 진행하게끔 부추겼다는 것이다. 결국 사장이 직접 나서서 지휘자에게 "제발 연주정지 철회해 달라. 이번 딱 한 번만 내 말 들어달라"며 설득한 후에야 구씨는 연주징계를 철회했다. 그러자 여단원 역시 진정을 즉각 취하했다.

한데 진정이 취하됐음에도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격화된다. 여단원이 진정을 취하해버리자 반대파들로선 "그렇게 발을 빼면 이 난리를 피운 우린 뭐가 되느냐?"는 입장이 된 것이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협박 등이 오가는 와중에 여단원은 소위 왕따의 신세가 되었다고 최씨는 전한다. 지지파들에겐 자신의 징계를 풀기 위해 거짓으로 지휘자를 음해한 사람으로, 반대파들에겐 중간에 발을 빼서 자신들을 난처하게 만든 사람으로.

진정이 취하되자 구씨를 몰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던 반대파들은 절박한 상황에 몰린다. 그래서 이들은 앞선 여단원의 내용을 그대로 한 번 더 단체로 감사관실에 진정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정작 당사자인 여단원은 물러섰는데 반대파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그들은 언론까지 활용한다. 즉 제보를 한 것이다.

삽시간에 자행된 언론의 인격살인

이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건 뉴시스지만 최씨의 전언에 의하면 정작 단원들이 제보한 곳은 경기도 지역 언론인 중부일보다. 하지만 영향력이 약한 중부일보 측에선 뉴시스 측에 기사를 넘겼고 뉴시스는 이를 그대로 보도했다. (이후 중부일보는 일관되게 구씨와 경기도청을 공격하는데 이에 대해선 아래에 따로 이야기하겠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해당 언론사의 그 누구도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전화를 문제의 점심식사 자리에 있던 단원 중 누구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익명의 제보를 덜컥 믿고선 사실관계 확인 없이 그냥 기사화해버린 것이다.

뉴시스가 기사를 터뜨리자 이는 삽시간에 특종이 되었다. 윤창중 前청와대대변인의 사건으로 한창 뜨거울 때인지라 거의 모든 주요언론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대서특필해버렸다. 물론 그들 또한 진위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좋은 먹잇감을 뉴시스가 내놓으니 그걸 그대로 받아썼을 뿐이다. 여기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었다. 조선일보도 한겨레도 모두 똑같았다. 업계에서 말하는 소위 '우라까이', 즉 베껴 쓰기만이 존재했다. 우리 언론 수준이 딱 이만큼인 거다. (한겨레는 이후 구자범 씨에게 공식적으로 사죄의 뜻을 전하고 그의 인터뷰를 게재한 바 있다.)

이후 전개양상은 우리가 기억하는 그대로다. 무책임한 언론에 힘입어 모두가 한목소리로 구씨를 비난했고 그는 지위를 이용해 성희롱이나 일삼는 추악한 사람으로 철저히 매도됐다. 그들에겐 그냥 그게 사실이고 진실이었다. 모든 언론이 '똑같이' 보도했으니까.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던 단원들은 해당 언론사에 사실과 다르다는 항의전화를 몇 차례고 반복했다고 최씨는 전한다. 하지만 최초의 보도를 낸 뉴시스만이 기사를 조금 수정했을 뿐 나머지 언론사들은 "받아썼을 뿐이고 출처도 밝혔다"며 별달리 대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뉴시스의 최초 보도는 아예 삭제된 상태로 검색해도 뜨지 않는다. 문제를 일으킨 최초 보도는 사라지고 나머지 '우라까이' 보도들만 그대로 남아있는 기이한 상황인 것이다. 수정도 없고 정정보도도 없다.

그는 왜 사퇴했는가?

많은 이들이 성희롱 논란이 일자 사퇴한 것이라고 여전히 인식하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최씨는 전한다. 이는 실제 날짜로도 확인 가능하다. 언론을 통한 포화가 쏟아진 건 5월 17일인데 그가 사표를 낸 건 5월 15일로 공론화되기 이전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단원이 진정을 취하하자 반대파들이 집단으로 진정을 넣던 시점이라고 한다.

구씨는 이 모습에서 단원들, 나아가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에 사퇴한 입장이라고 한다. 평소 단원과의 교감 없이는 좋은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던 구씨는 이제부턴 기껏 연주를 해봐야 쇼에 불과하지 않겠느냐고 최씨에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교감 없이는 진실된 음악도 없기에 차라리 사퇴를 하겠다고 이야기했고 실제로 사표를 냈다. 따라서 구씨의 사퇴는 집단행동을 할 만큼 격한 대립각을 세웠던 그 단원들과 다시 눈을 마주치고 음악을 연주하는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지 그 일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즉 성희롱 의혹은 애초 사실이 아니니 사퇴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뜻.

최씨는 이에 대해 실제 내막을 알지도 못하는 언론이 단지 사퇴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구씨가 죄를 인정했다거나 켕기는 대목이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지레짐작하고 아무 의심 없이 기사를 뿌려댔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전후사정을 알지 못하는 대중들 또한 성희롱 문제로 사퇴했다고 쉽사리 믿어버렸던 게 사실이다.

이후 사표가 수리되기까지 정확히 20일이 걸렸는데 경기도와 전당 측에선 서너 차례나 사표를 반려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 내에서의 구씨에 대한 지지 또한 계속 올라 과반을 넘는 상황이었다. 5월 30일 투표에선 101명 중 85명이 참여해 48명 찬성, 33명 반대, 4명 기권을 기록했다.

하지만 구씨는 사퇴 의사를 꺾지 않았고 결국 20일이 지난 6월 4일에야 사표는 수리된다. 그러자 언론은 '성희롱 논란 지휘자 사표 수리'라는 제목으로 다시 한꺼번에 기사를 쏟아냈고 그를 향한 여론은 더욱 악화된다.

뒤늦게 밝혀진 단원들의 음해공작

결국 이 사건은 밥그릇 문제로 인한 악단의 분열, 때마침 일어난 (거짓일 확률이 높은) 성희롱 스캔들, 그를 활용한 반대파의 공세, 사실관계 파악에 무책임했던 언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단 깨끗이 물러나고자 했던 지휘자 등의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

그 시작점은 역시 악단 내부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도가 go발뉴스를 통해 작년 12월 17일에 이루어졌다. 일부 단원들이 사건이 발생한 작년 4월에 연관검색어를 조작한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포털 등의 검색창에 구자범과 나란히 변태, 성희롱 등을 몇 차례고 반복해 검색함으로써 '구자범'이라고 입력하면 자동으로 '구자범 변태', '구자범 성희롱' 등이 뜨게끔 조작한 게 그 내용이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구씨는 수사를 의뢰했고 놀랍게도 반대파 단원들의 소행임이 밝혀졌다. 정확히 1년이 지난 올해 4월에 벌금형이 선고되었으니 이는 법적으로도 확인된 사안이다.

즉 반대파의 음해공작이 실제로 존재했음이 증명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사는 아예 보도되지 않다시피 했다. 거의 모든 언론이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자극적 보도로 조회수를 높일 수 있는 건수엔 사실 확인 없이 마구잡이로 베껴대던 그들이, 정작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의 무고함이나 억울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 확인된 사안엔 침묵했다. 그건 특종이지만 이건 아니라는 것일까.

또한 경기 필 역시 이 판결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벌금형을 받은 단원조차도 악단 내에선 아무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최씨는 말한다. 수장에게 반기를 들고 음해한 잘못이 법정에서 입증되었음에도 최소한의 구두 경고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중부일보는 왜?

아울러 최씨는 이 사건에서 문제를 일으킨 언론의 한가운데에 있는 중부일보가 경기도청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구씨를 활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구씨는 여당의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공격하기 위한 꼬투리였을 뿐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경기도 지역 언론은 경인일보와 중부일보로 대변되는데 그들은 각각 보수와 진보로 분류된다.)

반대파 단원들의 제보로 기사가 쏟아진 이후 많은 단원들이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중부일보에 전화해서 이야기했고 실제로 기자가 와서 취재도 했다고 한다. 당시 점심식사 자리에 함께했던 단원들을 만나서 사실관계 파악까지 했지만 거기에 대해선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고 한다. 즉 사실관계가 아예 다를 수 있다는 정보를 얻은 상태에서도 한쪽 이야기만 계속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씨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사건을 다루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실제로 중부일보의 구씨 관련 기사를 보면 하나같이 그 화살이 경기도청을 향해 있다. 언론에 보도된 5월 17일부터 사표가 수리된 6월 4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비판 기사를 실었는데 사표가 즉각 수리되지 않는 게 구씨 지키기 혹은 감싸기가 아니냐며 공격하는 데 여념이 없다. 한 기사에선 "김문수 경기지사가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재현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이 구 단장을 추천했기 때문에 눈치를 살펴 고의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냐"며 에둘러 도지사를 겨냥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기사는 아예 정치면에 실렸다.)

중부일보가 내놓은 모든 기사에 경기도청에 대한 비판과 반대파 단원들의 목소리만이 가득하다. 반대파 단원들의 음해공작이 드러난 사건 또한 최소한의 정황만 간추려 전할 뿐 별다른 이야기는 전혀 없다. '끝나지 않은 성희롱 사건'이라는 제목이 그들 입장의 전부다.

항고를 거부하다

구씨 측은 뉴시스와 중부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는 재판에도 가지 못했다. 경찰이 '불기소처분 의견'을 검찰에 송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사는 단 한 번만 이루어졌는데 그 자리엔 증인도 참고인도 제보자도 없었다. 그저 해당 언론사의 기자들 몇 명 모아서 함께 이야기 나눈 후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다며 수사를 끝낸 것이다.

이에 대해 구씨는 한 달 전 개설한 블로그를 통해 항고하지 않겠다는, 아니, 항고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글을 통해 검찰과 경찰, 언론에 대한 불신을 여실히 드러내며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

"이 사건은 개인의 명예훼손에 관한 것일 뿐 이 건은 수십 년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진실을 법적으로 규명해야 할 무슨 역사적, 정치적 대의명분이 있는 중요 사안도 아니다. 단지 내가, 개인의 상처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를 향해, 누군가는 최소한의 양심적인 책임을 질 것을 요청한 것이 이 명예훼손에 대한 고소행위였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충분하다고 이야기했다.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묻고 싶다. 무엇을 위한 언론의 자유이고 누구를 위한 국민의 알 권리냐고. 언론의 자유라는 게 사실관계 확인 없는 베껴 쓰기로 마음껏 자극적인 보도를 내며 수익을 추구하는 그런 특권을 뜻하는 것이었던가? 권력 등에 억압받지 않고 소신껏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언론의 자유가 어쩌다 이런 의미로 변질되었을까?

국민의 알 권리라는 것도 그렇다. 국민이 알고자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진실'이다. 그런데 진실인지 아닌지 관심조차 두지 않고 확인 없이 베껴 쓴 그것들이 정녕 거기에 포함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연 그 안에 진실로 다가가기 위한 무언가가 있었던가? 만약 아니라면 그런 것들까지 우리가 알 필요가 있을까? 하물며 권리라니!

정말 충분한 걸까? 구자범 씨는 이 사건의 의미를 애써 개인적인 차원으로 축소하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사건은 한 개인의 명예는 물론이거니와 지금 대한민국 언론에 가득한 무책임한 행태 전반에 대한 사안이다. 여론, 그리고 언론이 갖는 사회에서의 비중과 기능으로 미루어볼 때 역사적, 정치적 대의명분 또한 충분하다는 게 내 소견이다.

최씨에 의하면 현재 사건이 법적으로 완전히 종결된 건 아니라고 한다. 구씨가 항고를 결심하면 다시금 진행될 수 있는 상태이지만 위에서 이야기했듯 스스로 항고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진실을 밝히자는 주변인들과 법정에서 증언을 해주겠다는 단원들을 뿌리치고.

현재 구씨는 음악계를 떠난 지 1년여 만에 다시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자막팀의 막내로 새 삶을 살고 있다.

필자 홍형진 페이스북 주소 : https://www.facebook.com/hyungjin.hong.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