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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01일 12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8월 31일 14시 12분 KST

알고 보면 훨씬 재미있는 페널티킥의 심리학

이스라엘 심리학자들이 311개의 표본을 분석한 결과 키커가 찬 공은 왼쪽, 가운데, 오른쪽으로 정확히 3분의1씩 향했다. 하지만 골키퍼들은 무려 94%나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다이빙했다. 가장 막기 쉬운 가운데를 포기한 것이다! 정작 공은 똑같은 빈도로 날아오는데. 실제 통계를 기반으로 분석할 때 페널티킥에서 골키퍼가 행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은 먼저 예측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이라고 한다. 허나 최근엔 변화의 기미가 있다. 연구결과가 널리 알려진 이후 차는 걸 보고 뛰는 골키퍼들이 실제로 좀 늘었다고 한다. 이번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의 승리를 이끈 줄리우 세자르도 그런 축이다.

연일 명승부가 이어지고 있는 브라질 월드컵이다. 토너먼트에 돌입한 만큼 자연히 살 떨리는 승부차기도 빼놓을 수 없는 흥밋거리인데 페널티킥 이면의 심리를 알면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해서 관련 연구를 소개한다.

축구에서의 페널티킥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심리학의 영역에 접어든다. 실제로 미하엘 바렐리(Michael Bareli) 등의 심리학자는 이를 두고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그 내용이 자못 흥미롭다. 키커와 골키퍼 모두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회적 존재임이 여실히 드러난 덕분이다.

먼저 키커. 바렐리가 286번의 페널티킥을 분석한 결과 위쪽 3분의1 영역으로 찬 경우는 100% 골이었다. 즉 높은 쪽으로 차면 골키퍼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히 그쪽으로 많은 공을 보내는 것이 키커의 합리적 선택일진대 실제론 겨우 13%만이 높게 찼다. 실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키커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래요, 낮게 차면 골키퍼에게 막힐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무조건 내 책임이라고 말할 순 없어요. 골키퍼가 잘 막은 것이기도 하죠. 하지만 높게 차는 건 달라요. 그렇게 차다가 크로스바를 맞히거나 넘기는 건 골키퍼의 선방과 관계없는 명백한 내 실수죠. 전 이게 훨씬 부담스러워요. 더 큰 비난을 받을 테니까요." 요약하자면 대중의 시선이 두려워 더 확률이 높은 코스를 지레 포기한단 뜻이다.

비합리적 선택은 골키퍼 역시도 마찬가지로 행한다. 이스라엘 심리학자들이 311개의 표본을 분석한 결과 키커가 찬 공은 왼쪽, 가운데, 오른쪽으로 정확히 3분의1씩 향했다. 하지만 골키퍼들은 무려 94%나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다이빙했다. 가장 막기 쉬운 가운데를 포기한 것이다! 정작 공은 똑같은 빈도로 날아오는데.

실제 통계를 기반으로 분석할 때 페널티킥에서 골키퍼가 행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은 먼저 예측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가운데에 몰린 공을 보고 쳐내는 건 높낮이에 관계없이 모두 가능하지만 좌우측을 향하는 공은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약간 엄밀히 해보자.

한쪽을 예측해서 점프했을 땐 막을 수 있는 범위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일단 반대로 오는 건 전혀 막을 수 없다. 가운데 높은 쪽도 이미 점프한 이상 못 막는다. 요행히 방향을 제대로 읽었을 경우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높게 오는 건 애초부터 인간의 반응속도와 운동능력으론 막을 수 없고 낮게 오는 것도 구석에 근접하면 어렵다. 심지어 손에 걸릴 법한 코스도 공이 빠르면 그냥 뚫고 지나간다. 실제로 점프해서 막아낸 경우를 살펴보면 그 상당수가 가운데에 몰린 공임을 알 수 있다. 반면 좌우측으로 치우친 공을 신기에 가까운 능력으로 막아낸 사례는 극히 드물다. 즉 골키퍼가 막은 걸 분석해보면 거의 전부가 가운데에 몰린 공이기에 키커가 차는 걸 보고 뛰는 편이 훨씬 유리하단 소리.

그렇다면 골키퍼들은 왜 기다리지 않고 꼭 예측한 후 점프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그들은 다음처럼 답한다. "그랬다간 다들 이렇게 말할 거예요. 쟨 뭔데 점프를 안 해? 왜 저렇게 무성의해? 포기한 건가? 가만히 서서 골을 허용하면 죄다 저를 욕할 게 분명해요. 점프해서 못 막으면 으레 그러려니 하겠지만." 즉 키커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선택 역시 대중의 시선에 의한 것이라는 뜻.

심리학에서는 이를 '행동편향(action bias)'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긴장되는 순간에 무엇이라도 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틀리거나 소용이 없을지라도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는 심리로서 페널티킥을 마주한 골키퍼가 정확히 여기에 해당한다.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뭐든 일단 해보자는 성향을 갖게 되고 그 결과가 바로 94%라는 비합리적인 다이빙 확률.

재미있지 않은가? 높게 차면 들어간다는 걸 알지만 무서워서 차지 못하는 키커와 차는 걸 보고 뛰는 게 최적의 선택임을 알지만 무서워서 먼저 옆으로 뛰는 골키퍼. 흔히들 11미터 살얼음 승부의 주인공을 키커와 골키퍼 단 둘로 간주하지만 이면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제3자가 존재한다. 바로 우리처럼 공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축구팬들이다.

허나 최근엔 변화의 기미가 있다. 위 연구결과(2007년)가 널리 알려진 이후 차는 걸 보고 뛰는 골키퍼들이 실제로 좀 늘었다고 한다. 이번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의 승리를 이끈 줄리우 세자르도 그런 축이다. 보고 뜀으로써 가운데에 몰린 두 개를 멋지게 막아냈다. 높은 구석을 정확히 향한 세 번째 키커의 슈팅엔 아예 점프 시도조차 않고 제자리에서 구경만 했다. 못 막을 건 깨끗이 포기하고 가운데 몰린 것만 확실히 막으려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딱 한 번 옆으로 다이빙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공은 한가운데로 왔다. 서 있었으면 그냥 품에 안길 공. 이렇듯 위 연구결과를 토대로 페널티킥을 감상하면 흥미를 더할 수 있다.

추신1) 글은 이렇게 썼지만 사실 난 비합리적 선택이 난무하는 지금의 페널티킥이 훨씬 좋다. 만약 모든 골키퍼가 공을 본 후 움직이고 모든 키커가 양쪽 높은 코너만 겨냥한다면 무슨 재미로 페널티킥을 보겠나? 다들 그러면 2006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지단이 절묘한 칩샷으로 이탈리아의 부폰을 농락한 그런 명승부는 결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추신2) 최근에는 좌우 코너를 정확히 향하는 비율이 과거에 비해 조금 올랐다는 통계도 있다. 아무래도 여러 이유가 복합된 것 같다. 보고 뛰는 골키퍼가 조금이나마 늘어서 더욱 구석을 겨냥하는 탓일 수도 있고 축구공과 축구화의 진보에 힘입었을 수도 있다. 더 빠르고 더 강하고 더 정확하게 차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건 사실이니.

추신3) 일련의 경제학자는 위의 행동편향이 주식시장에도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냥 들고 있는 게 가장 이득인데 괜히 불안해서 사고팔다가 손해를 본다는 것. 실제로 주식거래가 빈번할수록 수익률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서 남녀 간의 차이도 관찰된다고 한다. 남자가 45% 더 잦은 빈도로 거래하지만 정작 수익률은 여자보다 2.7% 뒤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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