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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14일 10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14일 14시 12분 KST

위기의 정치, 인재 영입에 환호할 수 없다

자수성가형 기업가와 전문가, 성공한 청년 디자이너, 유리천장을 이겨낸 여성과 명사 등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정작 그들에게서 정당에 입당하기 이전의 삶에서 공동체를 위한 '정치적 견해'를 들어 본 일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분명 개인적 삶에 있어서 노력했고, 성실했으며, 평범하지 않은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특징을 가진 정치인들은 과거 한국 정치에도 많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정치권의 때가 묻은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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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요즘 여야를 막론하고 총선 대비 인재영입이 한창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인재영입 경쟁을 보며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이 인재영입 현상은 대한민국 정치와 정당, 유권자 사이의 구조적 문제들의 종합적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최근 정치권에 영입된 인물을 두고 '참신함'과 '신선함'을 이야기합니다. '때 묻지 않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되돌아가보면 우리는 '미래를 바꿀 이념과 정책을 갖춘' '청렴하고 투명한' 정치인을 원한다는 사실입니다. 유권자들의 욕망은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유권자의 입장으로 되돌아가서 정치권에서 영입되는 인재들을 보면서 '왜?'라는 질문을 해봅시다. 불행하게도 우리들은 이 인재들에게서 '변화'의 근거를 찾아내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자수성가형 기업가와 전문가, 성공한 청년 디자이너, 유리천장을 이겨낸 여성과 명사 등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정작 그들에게서 정당에 입당하기 이전의 삶에서 공동체를 위한 '정치적 견해'를 들어 본 일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분명 개인적 삶에 있어서 노력했고, 성실했으며, 평범하지 않은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특징을 가진 정치인들은 과거 한국 정치에도 많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정치권의 때가 묻은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대표적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있겠습니다. 한때 안철수 의원 또한 '신선함'과 '참신한' 사람으로 유권자에게 평가되어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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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캐나다의 43세의 젊은 총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캐나다 총리인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를 보며 우리나라의 반응은 활력 넘치고 개방적인 젊은 정치인을 배출한 캐나다가 부럽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사실 젊은 정치인의 등장은 정치 문화 선진국에서는 일상적 일이 된지 오래입니다. 과거 독일에서는 18세의 여성 연방 하원의원이 등장한 일이 있었습니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에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당선한 의원들도 사례도 많습니다. 중앙 정치가 아닌 지방의회로 눈을 돌려보면 더 많은 사례가 목격됩니다.

이러한 정치 선진국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생애 최초 정치 참여 연령이 매우 낮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한때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노르웨이 우토야 섬 총기 난사 사건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건의 발생 현장은 노르웨이 노동당의 청년 정치 캠프 개최지였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당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었고, 그 정당 활동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던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 국가의 정당 시스템에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왜 그들은 인재를 길러내기 시작했을까요?"

그 이유는 한국 정치에서 이따금 논란이 되는 '망언'과 '부패'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영입되어 정치 입문을 한 사람들은 분명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성취를 이뤄냈을지 모르지만 정치적 견해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정당의 이념이나 시대정신과 상반되는 견해를 가지고 삶을 살아왔지만 선출직 공직자나 또는 후보자 신분이 되어서야 비로소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를 우리는 '망언'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정치권에 영입되기 이전에 비교적 자유로웠던 개인의 삶과 선출직 공직자의 도덕적 기준의 격차 또한 있습니다. 과거에 '참신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영입 인재들이 공직자로 선출되었지만 과거 행적들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낙마한 사례들이 그러합니다. 이런 이유로 정당들은 정당의 이념과 가치에 부합하고 공직자의 도덕성에 부합할 수 있도록 인재들을 내부 통제가 가능한 형태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길러내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선출직 공직자를 꾸준한 정당 활동으로 육성하는 이유는 바로 정치 실무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회의 모든 직종에는 실무자가 있으며, 관리자가 있고, 마지막으로 의사 결정자가 있습니다. 조직이라는 것은 분업과 협업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아는 정당과 정치권인 국회(입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정 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의정 절차와 실무에 밝아야 하는데, 영입 인사는 사실상 새롭게 배워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준비되지 못 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하게 되고 이때 대중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줍니다. 게다가 단계별로 정치 경험하지 못 한 사람들은 기존의 관행적 업무에 있어서 비판적 사고를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일단 기존의 일을 배우는 것에 급급하게 되는데, 신선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정치권에 진입하여 기성 정치인처럼 바뀌는 까닭은 이런 이유입니다.

핀란드에서 12년간 집권했던 여성 정치인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은 20대 청년 시절에 평당원과 의회 담당 비서로 정치권에 입문했습니다. 오늘날 엄마 리더십으로 유명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또한 평당원부터 대변인을 거쳐 단계를 밟아간 사례입니다. 정당과 정치권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성공한 정치적 리더십의 원천이었던 셈입니다. 정치 선진국에서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보다 정당 내부에서 '육성'하는 것을 선택한 이유는 앞서 말한 이유들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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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유권자들과 정치권 모두의 잘못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정치권에 분노를 표시하지만 정작 의정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잘 모릅니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지역구 정치인과의 접촉을 '의정 활동'의 평가로 이해하기도 하며, 언론 노출 여부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유권자 스스로 정치를 혐오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정당에 가입하는 것을 꺼리고,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을 주저합니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정치가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것보다 정치는 멀리 해야 하는 것으로 가르치기도 합니다. 국정교과서 논란처럼 미래 세대가 주체적으로 판단하여 스스로 개척하는 것보다 기성세대의 인식을 전파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수성가형 신인 정치인을 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수사가 붙습니다. '기존 정치권에 때 묻지 않은....'

이러한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인재관만 문제는 아닙니다. 아직도 우리나라 사회에서 선출직 공직자들이란 평범한 시민들의 자리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마지막 목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개인적 성공에 있어서 마지막으로 쟁취해야 할 트로피 같은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명사들이 인생의 정점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공동체와 타인을 위해 희생과 봉사하는 정치를 꿈꿉니다. 이런 인식에서는 공동체와 약자를 위한 정치가 탄생할 수 없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인재 영입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런 인식들의 극단적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정당은 잦은 합당과 분당으로 인재를 길러낼 기반마저 포기한 모습이며, 정치권전체는 스스로의 한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하지 못 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유권자들에게서는 우리의 선출직 대표자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 부족한 것 아닐까요?

최근 '헬조선', '수저론', 'N포세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등의 신조어를 보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가 평범하고도 일반적인 삶들의 고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결혼을 못 하니?"라는 질문은 이제 개인적 문제가 아니게 된 지 오래입니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 사이로 그 무엇도 포기해본 적 없이 성취를 해온 사람들이 이해하고 해결한다는 것만큼 모순적인 장면도 없습니다.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주말마다 자신의 직업 활동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부 출신 국회의원이면 주말마다 자신이 해오던 어업에 종사하며 평범했던 자신의 삶 속에서 사회적 문제를 발견합니다. 노르웨이의 정치인들은 때로 불출마를 선언한 뒤 대학으로 가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다른 직업을 경험한 뒤 다시 정치권으로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역시 한때 고등학교 연극 교사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평범한 시민으로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손수 자녀들 식사 준비와 등교를 도와주기도 합니다. 학부모 모임에도 참석하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정치는 '목적'이 아니라 평범한 삶 속에서 탄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수단'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치인들에게 특별한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사회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정치인을 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정치인들은 특권을 원하게 됩니다. 사회 경제적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이 그 성취들을 포기하고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정치에 투신하는 장면은 얼핏 아름답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경우는 도박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백에 한 명이라도 그런 사람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정치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스페인의 프로축구 리그인 프리메라리가에는 빅 클럽 두 팀이 있습니다. 하나는 레알 마드리드이고 하나는 FC 바르셀로나입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한때 지네딘 지단과 데이비드 베컴, 브라질의 호나우두를 대거 영입하여 '갈락티코'라고 불렸습니다. 하지만 투자에 비해 우승 성과는 크지 않았고, 조직력 문제로 전성기는 매우 짧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라이벌 팀인 FC 바르셀로나는 '라 마시아'라고 불리는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주축선수들을 키워냈습니다. 리오넬 메시와 안드레 이니에스타, 샤비, 피케 등은 이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그 결과 FC 바르셀로나는 클럽 이상의 클럽과 '티키타카'라는 자신들의 철학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권와 정당, 그리고 유권자들 모두 인재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PRESENTED BY 여성가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