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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3일 11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14일 14시 12분 KST

민주당 문건유출 논란과 '사쿠라 니쿠(櫻肉)'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의 '개헌 관련 보고서'를 둘러싼 내홍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아마도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사정에 대한 문제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 시킨 것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수권세력이자 원내 1당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논쟁을 보면 우리 사회의 한 가지 적폐가 보인다. 바로 '조직보위론'이다. 이 문건이 처음 동아일보에 보도된 후, 내용상의 문제보다 '유출자 색출'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물론 해당 문건은 '비문 연대'를 포함하여 '민주당 내 비주류' 등 당내 세력을 타자화하거나 '특정 후보의 부담 완화', 그리고 결선투표제에 대해 왜곡된 조언까지 내용상 문제도 많았다.

"영·미 정치학계에서는 결선투표제에 대해 "독재와 친근한 정치제도이고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조작적 정치제도"라고 평가하는 게 정설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임"

- 해당 문건 내용 中 -

그리고 결론은 동아일보의 보도 이후 그 문건에 대해 언급한 정치인들이 '유출자'라는 의심은 그야말로 의심일 뿐, 그 어떤 근거도 없다. 시기적 정황에 의해 '합리적 의심'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핑계일 뿐이고, 본래 화제성이 있는 이슈는 동시적이고 즉각적일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내부에서 해결할 일'을 '외부로 유출했기 때문에 잘못'이라는 논리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에서 내부 고발자를 대하던 우리 사회의 태도의 데자뷰 같다. 그리고 이런 논리는 즉각적으로 '조직 보위론'으로 변형되어 내부 문제를 은폐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주장을 기반으로 이의를 제기한 대권 후보와 의원들에게 '해당행위'라는 딱지를 붙여서 실제로 공격을 가한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청와대 홍보 수석을 역임했던 조기숙 교수는 이러한 지지자 혹은 외부인들의 공격을 '참여 민주주의의 발현'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 하는 발언에 불과하다.

분명 정치인은 비판 혹은 비난에도 열린 태도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최소한의 사적 공간마저 부정되는 신분은 아니다. 적어도 정치인이 위법한 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이상 가족과 주거지, 휴대전화번호와 같은 개인 연락망은 '사적 공간'에 해당한다.

또한 이러한 행위들은 민주주의 이전에 '위협적 상황'이 되며 개인들의 발언을 억제하는 기제가 된다. 정치적 항의는 엄연히 공적 영역에서만 허용된다. 고대에는 그곳을 '포럼'이라고 불렀고, 오늘날에는 의원들의 공식 온라인 계정, E-mail, 사무실 전화이며, 광장을 통한 집회와 시위이다.

이 일로 많은 사람들이 해당 문건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들에게 '해당 행위' 그리고 '내부 총질'이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해보고 싶다. 과연 해당 행위는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가? '내부 총질'은 어떻게 규정하는가?

정치는 총성 없는 전쟁과도 같다. 즉, 당내에서는 당론을 결정하는 헤게모니 싸움을 하며, 공천 후보자를 결정할 때에도 내부 싸움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당 정치의 필연적 과정이고, 정치의 자연스러운 형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 내용적 검토를 통한 문제의식을 도외시 한 채 '불필요한 다툼'으로 치부하며, '해당행위', '내부총질'이라는 모호한 프레임을 거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해당행위'는 '당에 해를 끼치는 행위'인데, 여기서 '해(害)'에 대한 기준은 "당론과 당의 철학에 위배되는" 혹은 "부도덕한 스캔들로 당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행위로서 지지율과 평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유발했을 때만 적용되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

본디 모든 조직은 다수와 소수의 이견 차이가 발생하고, 이것은 주류와 비주류의 다툼이기도 하다. 여기서 비주류가 주류와 합의되지 않은 내용, 혹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행동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한다고 '내부 총질'이라 단정하는 것은 매우 획일적 관점에 해당한다.

어쨌거나 모든 조직에서는 전 구성원들이 합의한 '내규' 형태의 자치 규율이 있다. 그러한 프로세스에 의해 처리되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는 외부에 폭로한다고 비난을 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왜 내부에서 해결하지 않느냐?"라는 질문들은 우리 사회의 수많은 적폐를 생산한 전례가 있었다.

그리고 매우 재미있는 장면이 발견되었다. 해당 보고서와 관련해 당과 산하 연구원 측에 이의를 제기했던 정치인에게 '해당행위'와 '윤리위 회부'를 이야기했던 조기숙 교수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당원도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조기숙 교수는 "문건 유출자를 색출하라"고 주장했는데, '보고서 원문'을 읽어봤으며, '당원'이 아니라는 조기숙 교수 스스로의 고백에 의하면 그녀 역시 '외부자'였다. 즉, 조기숙 교수는 '문건 유출자를 색출하라'고 주장 해놓고서 스스로 또 다른 '문건 유출'을 한 셈인 것이다.

그리고 혹자는 문건과 관련된 정치인에게 "문자 폭탄과 18원 후원금을 보낸 사람들이 전부 '민주당 지지자'가 아닐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부자들이 마치 내부자인 것처럼 '해당 행위를 통한 윤리위 회부' 요청을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좋아하지 않는 단어이지만 흔히 정치에서 '사쿠라'라는 말이 쓰인다. "다른 속셈을 가지고, 조직에 들어와 결국 변절하는 사람"의 의미는 원래 '사쿠라니쿠(櫻肉)'에서 온 말이었다. 벚꽃처럼 연분홍색 말고기를 가리키는 이 말은 소고기인 줄 알고 샀는데, 먹어보니 말고기라는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번 민주연구원 문건 파동에서 정치인들은 '문건 내용'과 '작성 목적'의 '부적절성'을 지적한 것이었다. 적어도 당의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 심지어 공식 출마 선언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앞서 말한 '사쿠라 니쿠', 문건을 만든 측도 이의를 제기한 의원들은 모두 '내부자들'이었다. 그러나 요상하게도 이의를 제기한 그들에게 징계를 요구하는 '외부자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치지 말라"라는 속담이 있지만 그걸 핑계로 합리적 의심을 운운하며 '공격'과 '징계'를 하는 외부자들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자신들이 말하는 그 '사쿠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