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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14일 05시 40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5월 14일 14시 12분 KST

나는 앉아서 소변 보는 남자다

한번 상상해 보라. 매일 2300 방울의 오줌이 양변기 반경 40cm, 높이 30cm의 화장실 바닥과 벽에 튄다는 걸. 이렇게 튀는 오줌이 칫솔 같은 주변의 세면도구는 물론 화장실 슬리퍼에도 묻고, 문 앞에 있는 발판에도 떨어지며, 소변 보는 남성의 옷에도 묻는다. 그 옷을 입은 채 아빠는 아이들을 끌어안기도 하고, 아내와 함께 한 이불에 눕기도 한다. 좀 심하지 않은가?

MAPSU 홈페이지

나는 앉아서 소변 보는 남자다. 한국에서는 공공장소의 남자화장실에 소변기가 따로 있는 게 일반적이므로, 내가 앉아서 오줌을 누는 경우는 대부분 가정집에 있을 때이다. 보통 우리 사회의 가정집에는 흔히 '양변기'라고 부르는 서양식의 수세식 변기가 하나씩 있는데, 이것 하나로 남녀노소 모두가 대소변을 처리하기 때문에, 앉아서 소변을 보는 여성과 서서 소변을 보는 남성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남자가 앉아서 오줌을 눌 수 있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질문인가를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가정집에 있을 때 나는 앉아서 소변을 본다"라고 말하면 한국남자 중 십중팔구는 무척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위와 같이 되묻는다. 아니, 여자들도 상당수는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본인들은 항상 앉아서 소변을 보면서, 또 대변 볼 때를 떠올려보면 남자들도 당연히 앉아서 오줌을 눌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별로 익숙지 않아서인지 한국여자들은 앉아서 소변 보는 남자를 약간 이상하게 쳐다보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남자도 앉아서 오줌을 눌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진짜로 몰라서 저런 말을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남자가 왜 앉아서 소변을 보나?"

자 그러면, 이후에 나오는 질문은 바로 이거다. 지금부터 이에 대한 대답을 차근차근 해나갈 텐데, 우선 남성이 앉아서 오줌을 누는 게 전혀 별난 일이 아니란 걸 확실히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싶다. 일단 몇 가지 관련 사실들을 살펴보자.

- 유럽 남성들의 화장실 사용에 관한 통계: 앉아서 볼일을 본다는 남성의 비율 60% 이상.

- 남자화장실에 소변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은 물론, 이슬람 문화권 자체가 남성들에게 앉아서 오줌 누기를 권함(선지자 무하마드 역시 앉아서 소변을 보라고 권했다고 함).

- 일본 남성의 30~40%는 앉아서 오줌을 누고 있음.

- 2012년 8월, 대만 환경보호부 장관은 '남자도 앉아서 소변을 봐야 한다'는 발언을 해서 화제가 됐으며, 환경보호부는 남성들에게 앉아서 소변 볼 것을 요청하는 권고문을 공공화장실에 부착하라는 지시를 각 지방정부에 내리기도 했음.

보다시피, 유럽에서는 남자들의 절반 이상이 앉아서 오줌을 눈다고 한다(독일 유치원에서는 남자아이들이 앉아서 소변을 보도록 가르친단다). 이슬람 문화권도 그렇고, 우리나라 바로 옆에 있는 일본도 세 명 중 한 명은 앉아서 소변을 보며, 대만은 장관까지 나서서 독려하기도 했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남성이 앉아서 오줌을 누는 것은 무척 흔한 일인데,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앉아서 소변을 보는 남성의 비율이 상당히 낮은 것 같다(예전에 한 설문조사에서 채 15%도 안 되게 나온 적이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리고 다른 나라 남성들은 왜 앉아서 오줌을 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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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소변을 보는 이유 1. 위생

남성들이 앉아서 오줌을 누는 이유 중 제일 먼저 들 수 있는 건 바로 '위생'이다. 화장실 내 청결한 환경 유지를 위해서! 이 얼마나 합리적인 이유인가.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서서 소변을 보면 오줌이 많이 튄다. "그게 뭐 대수냐?"라고 말할지 몰라도, 아래 내용을 보면 이게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일본) 화장실 환경을 연구해온 가정용 세제 업체 존슨과 기타사토환경과학센터는 일반 가정의 좌변기에서 오줌을 눌 때 어느 정도나 튀는지를 측정했다. 남자가 서서 오줌을 누면, 바닥은 변기의 바로 앞부터 반경 40㎝, 벽은 바닥에서부터 30㎝ 높이까지 튀는 것으로 나타났다. 1개월 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변기(남자 혼자 사용)를 조사한 결과, 전혀 예상치 못한 곳까지 포함해 오줌이 사방으로 튀었다. 과학센터 관계자는 "튀는 범위가 상상보다 훨씬 넓었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업체 라이온의 실험에서는 남자가 일곱번 오줌을 누면(하루 평균 소변량에 해당) 약 2300방울이 변기 바깥으로 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설비 업체 INAX가 지난해 주부 103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선 가정의 남자수와 화장실 냄새의 상관관계가 잘 드러난다. '화장실에서 악취를 느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남자가 없는 가정에선 16.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런 대답은 1명 있는 가정에서 34.5%, 2명 있는 가정 49.6%, 4명 이상인 가정 66.7%로 늘어났다."

- 2006년 12월 5일 한겨레 <남자의 튀는 오줌 막아라> 기사 내용 중 발췌

한번 상상해 보라. 매일 2300 방울의 오줌이 양변기 반경 40cm, 높이 30cm의 화장실 바닥과 벽에 튄다는 걸(경우에 따라 소변의 일부가 3m 이상 튀기도 한단다). 단 일주일만 해도 16000 방울이 넘는데, 거기서 얼마나 안 좋은 악취와 세균이 창궐할지를.. 이렇게 튀는 오줌이 칫솔 같은 주변의 세면도구는 물론 화장실 슬리퍼에도 묻고, 문 앞에 있는 발판에도 떨어지며, 소변 보는 남성의 옷에도 묻는다. 그 옷을 입은 채 아빠는 아이들을 끌어안기도 하고, 아내와 함께 한 이불에 눕기도 한다. 좀 심하지 않은가?

비슷한 다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변기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변기 속의 수면에 맞아 튄 오줌이 변기 가장자리 뒷면에 들러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요석으로 변하기 때문"이란다. 이 조사에서는 최신 단백질 해석기계를 이용해 "세균이 칼슘과 결합하기 쉬운 산성단백질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과 함께 "이렇게 해서 생긴 요석이 냄새의 원인"이라는 점이 밝혀졌는데, "남자들도 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보면 냄새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나는 항상 서서 소변을 보는데 많이 안 튀게 조준을 잘하며, 우리집 화장실은 냄새도 별로 안 나고 깨끗하다"

위와 같은 말들을 하면, 일부 남성들은 이런 식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근데, 그게 왜 그런지 아는가? 같이 사는 여성들이 변기와 그 주변 청소를 계속해서 그렇다. 한 번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 그걸 청소하는 여성들이 얼마나 싫고 짜증나겠는가? 자기는 앉아서 소변을 보기 때문에 별로 책임도 없는데, 서서 오줌 누는 남성으로 인해 맨날 변기 밖으로 튄 오줌 방울들을 힘들게 닦아내야 한다는 게..

진짜 딱 한 달 만이라도 남자들이 직접 화장실 청소를 해보면, 절대 이런 소리를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혼자 사는 남성들은 어쩔 수 없이 느낄 텐데, 서서 오줌을 누면 한 2주만 지나도 변기 주위의 악취가 얼마나 심한지, 또 변기가 얼마나 심하게 누레지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다시 한 번 관련 조사의 결론을 말하자면, "남자들도 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보면 냄새를 줄일 수 있다." 이건 전혀 까다로운 것도 아니고, 결벽증도 아니다. 제발 본인을 위해서 그리고 함께 사는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서, 웬만하면 2014년부터는 좀 앉아서 소변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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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소변을 보는 이유 2. 배려

2012년에 대만 환경보호부 장관이 남성들에게 앉아서 소변 볼 것을 권하자(장관 자신도 앉아서 오줌 누는 습관을 들였단다), 수많은 대만 여성들이 환경보호부의 방침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고 한다. 이미 독일에서는 1980~90년대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앉아서 소변보기를 홍보한 뒤부터 화장실에 붙은 홍보 포스터가 익숙한 풍경이 됐다고 하며, 미국에서는 2000년에 '서서 소변보기에 반대하는 엄마들(Mothers Against Peeing Standing Up, MAPSU)'이라는 시민단체가 설립돼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단다. 유럽 남성들은 청소해야 하는 아내와 어머니를 위해 앉아서 볼일을 본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도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앉아 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기서 굳이 서서 오줌을 눌 때와 앉아서 오줌을 눌 때의 '소리' 차이까지는 말하지 않겠다. 이건 기본적인 매너 아닐까? 스위스 같은 나라에서는 밤중에 집안에서 서서 오줌을 누는 소리가 들리면 벌금형에 처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한다고 꼭 우리까지 그럴 필요가 있느냐."

이렇게 말하는 남자들도 많은데, 그럼 다 치우고 이것만 좀 생각해 보자. 남성들도 대변을 보기 위해서는 변기에 앉아야 하고, 그러려면 양변기 속뚜껑이 필요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속뚜껑에 뭐가 묻어있어서 먼저 닦은 다음에 앉은 경험이 있을 테고, 계 중에는 뭣 모르고 그냥 앉았다가 차가운 이물질에 불쾌했던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남성들이야 대변 볼 때만 조심하면 되지만, 여성들은 소변 볼 때에도 항상 변기 속뚜껑을 살펴야 한다.

그런데 같이 사는 남자가 속뚜껑도 올리지 않고 소변을 보고 심지어 그 위에 오줌까지 묻혀 놓으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소변 볼 때마다 매번 오줌을 닦아내는 게 절대 유쾌할 리 없다. 우리가 한 집안에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는 배려를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남자도 앉아서 소변을 보면, 화장실이 깨끗해지는 것은 물론 서로간에 불필요하게 마음 상할 일도 없다. 너무 귀찮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앉아서 오줌 누는 게 습관이 되면 오히려 '서서 쏴'보다 편할 때가 많다.

앉아서 소변을 보는 이유 3. 편함

"앉은 자세에서 소변을 보는 것과 배설기관의 건강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앉은 자세에선 배설기관의 괄약근이 쉽게 열리기 때문에, 배뇨장애를 가진 환자들 중에는 앉아서 더 쉽게 소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

남성이 앉아서 소변 보는 것과 관련해서 한 비뇨기과 의사가 답한 내용이다. 꼭 의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직접 앉아서 오줌을 눠 보면 누구나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 편하다. 이건 대변 볼 때를 떠올려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데, 우리가 매일 화장실에서 큰일을 볼 때는 남녀노소 누구나 앉아서 거사를 치른다. 남자들 중에는 대변을 보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바로 이 순간이 하루 중에 제일 편안한 시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배설의 카타르시스가 있다는 것인데 소변을 볼 때에도 그냥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앉아서 하는 버릇이 들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보통 남자들이 서서 오줌을 누면 여유 없이 좀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데, 앉아서 볼일을 보면 몸 전체가 완전히 이완되면서 상대적으로 좀 느긋해지는 것 같다.

(서서 오줌 누는 게 겉으로 보기엔 더 간편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경직된 상태에서 오줌 누는 데만 급급한 경우가 많다)

또 남성은 요도가 길기 때문에, 소변을 다 보더라도 5% 정도는 요도에 남는다고 한다. 그래서 서서 오줌을 눌 때에는 손으로 털기도 하고 몸을 흔들기도 하는데, 앉아서 소변을 보면 별로 그럴 필요도 없다. 위에 비뇨기과 의사가 말한 대로 괄약근이 쉽게 열려서 그런지, 앉아서 오줌을 누면 잔뇨감이 비교적 덜한 것 같다. 그래서 손으로 털거나 몸을 흔들 때보다 더 편안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공중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난 뒤 손도 안 씻는 한국남성들이 너무 많다. 직접적으로 묘사하지는 않겠지만, 이건 좀 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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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 배려, 편함.. 그런데 안 하는 이유는?

이제 한 8년 정도 된 것 같다. 내가 '남성용 소변기가 따로 없는 곳'에서는 앉아서 소변을 보기 시작한 게 2006년 초부터니까 말이다. 지금은 내 집에 있든지 남의 집에 가든지 간에 앉아서 오줌을 누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습관이 됐고(물론 공중화장실에서는 남성용 소변기를 이용한다), 몇몇 남성들의 우려와는 달리 8년 동안 앉아서 오줌을 눴지만 신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 사실, 문제가 있을 리가 있나? 어차피 대변을 볼 때는 모든 사람이 다 앉아서 하는데, 남성이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뭐가 잘못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일부 유럽 지역에서는 아예 남자화장실에도 남성용 소변기를 없애는 게 어떠냐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한다는데(이슬람 문화권 나라 중에는 원래 남성용 소변기가 없는 곳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딱히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화장실 구조를 보면, 남성용 소변기 때문에 너무 많은 공간이 낭비되고 또 괜스레 남녀 화장실의 디자인이 달라진다. 그냥 화장실 자체는 남녀노소, 장애인 구분 없이 최대한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동일하게 하고, 특별히 편의시설이 필요한 부분만 좀 다르게 하면 어떨까?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는 공공 화장실에서 입식 변기를 줄이고 좌식 변기를 늘리자는 논의가 활발하단다]

아무튼 대한민국의 많은 남성들이 2014년부터는 앉아서 소변보기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게 말처럼 그렇게 쉽게 이뤄질지는 솔직히 장담할 수 없다. 지금까지 계속 썼듯이 논리적으로만 보면 많은 남성들이 앉아서 오줌을 누기로 결심할 수 있겠지만, 사람이란 게 관성이 있고 비합리적인 부분도 있으며 우리 사회에 팽배한 남녀 대결 분위기도 남성들이 실행하는 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일부 남성들은 이 문제에 대해 남자다움이나 남성의 자존심 또는 반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접근하며 반감을 드러낼 수도 있기에,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약간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디 너무 과민한 반응을 보이지는 말길 바란다. 누누이 말한 것처럼, 위생과 배려의 차원에서 각자가 최대한 합리적인 방향으로 선택하면 될 일이다(같이 사는 여자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 아마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올해부터는 우리 대한민국 남성들도 좀 편하게 앉아서 소변을 보자! 사랑하는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서, 또 우리 자신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