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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0일 07시 40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20일 14시 12분 KST

기업이 준법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

최고경영자를 포함하여 영업부문의 담당자는 위험을 외부로 드러난 크기만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그 법적 위험의 실제 영향력을 간과하기가 쉽다. 다음카카오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집행에 대응하는 방식의 거칠음으로부터 촉발된 표현의 자유 및 사생활의 비밀(프라이버시)의 문제는 사실은 그 행위에 다음카카오의 영업 담당자가 예상한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법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다음카카오의 영업 담당자가 간과한 법적 위험은 막상 현실화되자 다음카카오의 영업 자체를 삼켜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기업은 영업활동 중 수많은 법령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그 법령들 중에는 단순히 영업활동의 지침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지만, 위반할 경우 기업의 활동 나아가 존속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들도 다수 존재한다. 따라서 기업은 늘 이러한 법적 위험(legal risk)를 관리하고 통제하여야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이 필요성을 쉽게 간과하며 비용을 핑계로 뒷전으로 미루기 일쑤다. 요행히 최고경영자의 기대대로 법적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그와 같은 의사결정을 주도한 영업부문의 담당자는 상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언제나 그러한 행운이 따를 수는 없으며 불행이 닥쳤을 때 그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위 그림은 외부로 인식되는 법적 위험의 크기와 그 법적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미치는 영향 사이의 인식의 불일치를 잘 보여준다. 최고경영자를 포함하여 영업부문의 담당자는 위험을 외부로 드러난 크기만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그 법적 위험의 실제 영향력을 간과하기가 쉽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응하는 다음카카오의 방식에도 이와 같은 인식이 그대로 적용된 것을 보인다. 다음카카오의 영업부문 담당자가 수사기관의 대화내용 제출 요구에 대해 가졌을 생각은 "공권력을 지닌 기관이 법적 절차에 따라 행사하는 강제수사에 대응해 대화내용을 제공하는 행위에는 특별한 법적 위험이 따르지 않을 것이다, 설사 따른다 하더라도 아주 작은 정도에 그칠 것이다"라는 것이었을 터이다. 더불어 그 위험은 충분히 회피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다음카카오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집행에 대응하는 방식의 거칠음으로부터 촉발된 표현의 자유 및 사생활의 비밀(프라이버시)의 문제는 사실은 그 행위에 다음카카오의 영업 담당자가 예상한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법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다음카카오의 영업 담당자가 간과한 법적 위험은 막상 현실화되자 다음카카오의 영업 자체를 삼켜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영업부문의 담당자가 인식하는 위험의 크기와 그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미치는 영향력은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설사 영업부문 담당자가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는 영업을 통한 이익 창출에 대한 기대와 그에 따르는 보상(성과급 수령 및 승진 등) 때문에 그 위험을 애써 무시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기업에는 영업부서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또는 인식하고도 무시하는 위험을 미리 포착하고 회피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영업 활동을 수정, 보완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금지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과 작동원리를 통틀어 준법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준법시스템 작동의 주체인 준법지원조직은 구성상 기업의 영업부문과 분리되어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준법지원조직이 영업부문의 협력이나 참여 없이 운영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준법지원 또는 준법통제를 위한 활동의 첫 단계는 법적 위험을 파악하는 것인데, 이는 영업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준법지원조직에 속한 인원의 수나 활동량의 한계상 준법지원조직이 영업부문의 모든 활동을 모니터링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차적인 모니터링 역할의 수행은 해당 영업부문의 구성원이 직접 담당하지 않을 수 없다. 영업부문 담당자가 일차로 발굴한, 법적 위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요소들을 준법지원조직에 전달하면, 준법지원조직은 해당 요소들의 실제 법적 위험 여부와 그 정도를 판단하고 필요하면 위험을 제거하거나 방지할 방안을 수립한 후 영업부문에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준법지원조직이 영업부문에만 의존하여 활동하는 것이라고 오해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영업활동에는 대개 고유한 법적 위험과 특정 기업의 특정 영업행위에 따르는 특수한 법적 위험이 있기 마련인데, 전자는 동일한 영업활동을 수행했던 산업계의 경험을 통해서, 후자는 특정 기업의 과거 영업활동으로부터의 경험을 통해서 각각 법적 위험 유무와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준법지원조직에 속한 인력들은 바로 이와 같은 활동에 있어서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 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준법지원조직은 자신이 속한 기업에 특화된 법적 위험 유형을 분석 및 추출한 후 이를 영업부문에게 주기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영업부문이 법적 위험의 가능성이 있는 요소를 판단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영업부문과 준법지원조직 사이의 법적 위험에 관한 정보 교환이 반복되고 누적될수록 해당 기업의 법적 위험 관리는 점점 고도화된다. 한편 신사업 투자나 해외투자와 같이 영업부문에서 기획되지만 그 법적 위험을 파악하기 곤란한 경우라면, 그에 대한 법적 위험 분석은 준법지원조직에 의해 수행될 수밖에 없으며, 투자를 실행하기에 앞서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기업이 준법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운용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이 점이 기업이 준법시스템을 갖추는데 상당한 장애가 되고 있지만, 준법시스템이 정착되어 영업부문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법적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한 보상은 기업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클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만, 준법시스템의 구축이 영업활동에 대한 장애로 작용함으로써 득보다 실이 크다는 최고 경영자 및 영업부문의 인식을 불식시키고자 한다면 준법지원조직 또한 영업부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갖춤으로써 자신이 속한 기업의 영업활동에 따르는 법적 위험이 기업에게 진정한 위험인지 단지 외형상의 위험일 뿐인지 그 차이를 예민하게 구분해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상법이 요구하는 준법지원인의 선임과 관련해서는 회사에 필수기관으로 두게 되어 있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와의 차별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담당자들이 많다.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 또한 이사의 업무집행에 대한 감독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법적 위험을 경고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의문에는 합당한 점이 있다. 실제로 외국 기업의 운용 사례를 보더라도 준법지원인(chief compliance officer)이 감사위원회 위원장이거나 그 구성원인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상법 개정안을 마련할 당시에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이론상으로는 감사조직의 경우 사후적 징계에 준법지원조직의 경우 사전적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구분할 수도 있으나 기존 감사조직에서 반복되는 법적 위험의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활동을 수행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이론상의 구분이 적절한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깊이 있는 연구가 뒤따라야 하겠지만, 우선은 준법지원조직이 이름 그대로 영업부문의 활동에 대해 법적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중점을 둔다면 어느 정도의 차별성을 두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는 준법지원조직을 구성할 때 기존 감사조직의 일부를 개편하여 준법지원조직에 통합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본다.

* 이 블로그의 글은, 글쓴이가 소속된 법무법인 현의 정책방향과는 부합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글을 읽으실 때 이 점에 특히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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