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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07일 10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07일 14시 12분 KST

수원, 한층 더 영리한 팀으로 성장하다

최근 수원의 모습은 이전과는 달라졌다. 더는 어딘가가 미숙해 보이는 팀이 아니다. 서정원 감독의 성장이 제대로 한몫을 하는 듯 보인다. 경험 부족으로 다 이긴 경기도 상대에게 내주던 초보 감독의 이미지를 최근에는 찾아볼 수 없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풍부해진 경험과 조직력, 베테랑 선수들의 합류로 팀으로서 더욱 견고한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 수원의 최근 순위는 어느덧 2위까지 올라섰다. 잘나가는 팀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OSEN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수원은 다 이긴 경기를 경기 운영의 미숙으로 놓친 경기가 한둘이 아니었다. 선수 교체를 안 하면 타이밍이 늦어 끝내 이긴 경기를 비기거나 졌고, 선수 교체를 하면 교체된 선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 리드를 못 지켜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경기들이 지속할 때마다 다수의 수원 팬들은 서정원 감독의 부족한 경험, 그라운드 내 선수들의 지나치게 어린 나이를 문제 삼았고, 아쉬운 마음에 비판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서울과의 슈퍼매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년 11월 있었던 슈퍼매치서부터 올해 7월에 있었던 슈퍼매치까지, 수원은 서울과의 라이벌전에서 3연패에 시달리고 있었다. 작년 11월 경기에서는 데얀의 결정력에 무너졌고, 올해 경기에서는 서울의 스리백 전술에 연달아 말려들며 내용과 결과 모든 측면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라이벌 서울과의 경기에서 오랫동안 이기지 못했던 최근의 징크스는 수원 팬들에게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을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슈퍼매치는 달랐다. 후반전에 터진 로저의 결승 헤딩골로 3연패의 사슬을 끊고 서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전 경기들과는 결과도 달랐지만, 내용도 달랐다. 특히 밀리고 있던 경기 양상을 한순간에 뒤집어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갔다는 점은 틀림없이 고무적이다.

오랜만에 거둔 승리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다. 수원이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과정을 살펴보면 팀으로서 한층 더 영리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 말려든 전반전 : 순조롭게 진행된 서울의 스리백과 포백 혼용

이날 서울은 어김없이 이웅희와 김진규, 김주영의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차두리와 최효진은 각각 오른쪽, 왼쪽 윙백에 포진했다. 중앙 미드필더 고명진의 파트너로 오스마르를 선택하면서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수비에 더 무게를 둔 경기를 펼치겠다는 최용수 감독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오스마르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특성상 상대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산토스와 위치가 겹쳐 자주 맞부딪히는 장면이 많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수원은 산토스의 중거리 슛으로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이후 서울의 순조로운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는 전술에 말려드는 경기 내용을 보였다. 스리백과 포백의 혼용은 특히 서울이 공격을 전개할 때 더욱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서울이 볼을 탈취하여 공격을 전개할 때, 수비진은 자연스럽게 포백으로 전환됐다. 오른쪽에서 공격이 이루어질 시, 차두리가 윙으로 올라가고 중앙 수비수 이웅희가 오른쪽 풀백으로 이동하여 포백 라인을 구축했다. 반대로 왼쪽에서 공격이 이루어질 시에는 최효진이 윙으로 올라가고 중앙 수비수 김주영이 왼쪽 풀백 자리로 이동해 포백 라인을 만들었다. 특히 공격적으로 흐름을 잡은 때에는 공격 패턴을 더욱 다양화시키기 위해 차두리와 최효진이 양쪽에서 모두 윙으로 올라가고, 수비에는 김진규와 그를 커버하는 중앙 수비수 한 명만 남아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수원이 이날 꺼내 들은 시스템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수원은 이날 로저를 원톱 공격수로 세웠다.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산토스가 출전했는데,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에서 공을 잡아 최후방 라인을 마주한 상태에서 결정적인 패스를 뿌려주거나 직접 중앙과 측면에서 공격에 가담해 마무리를 책임지는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산토스가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에 있는 것이 중요했는데, 그 자리에는 서울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오스마르가 있었다. 이 지점에서 오스마르가 거의 대인방어 식으로 산토스를 쫓아다니자 산토스는 오스마르의 마크를 떨쳐내기 위해 결국 측면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산토스가 계속 측면으로 활동 영역을 옮기자 결국 중앙에는 로저만이 홀로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서울의 중앙 수비수인 김진규와 동료 수비수는 로저를 묶으며 +1의 수적 우위를 쉽게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모든 선수가 공격에 나간 상황에서도 쉽게 로저를 고립시킬 수 있었다. 실제로 로저는 전반전 내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위협적인 볼 터치를 해내지 못했다. 중계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로저는 시종일관 김진규와 그를 커버하는 서울의 수비수에 꽁꽁 묶였다.

또한, 차두리와 최효진이 사실상 윙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자 자연스럽게 염기훈과 고차원의 수비 부담이 늘어났다. 서울이 이날 에벨톤, 에스쿠데로, 고요한의 스리톱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세 명의 공격수들이 페널티 라인으로 좁혀 들어오면 +1의 수적 우위를 만들기 위해 풀백(오범석, 홍철)을 포함한 수원의 포백 수비진은 모두 중앙으로 위치를 좁힐 수밖에 없었다. 결국, 비어버린 측면 수비는 염기훈과 고차원이 책임져야 했다.

최전방 로저가 중앙 수비 두 명에 꽁꽁 묶여있고, 염기훈과 고차원이 측면 수비로 내려온 상태에서 수원은 자유롭게 공격을 전개해 줄 선수를 쉽게 찾기 어려웠다. 또한, 로저를 묶는 두 명의 중앙 수비수를 제외한 나머지 한 명의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오스마르는 서울이 공격을 전개할 때 역할이 자유로웠다. 따라서 이들이 측면에 위치한 산토스의 다음 움직임을 미리 방어하거나 미드필더 지역으로 위치를 옮겨 센터서클 주위에서 튼튼한 방어벽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했다.

결국, 서울이 전반전 내내 경기의 기세를 잡고,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움직임의 여파가 컸다. 이때 까지만 해도 수원은 서울의 스리백 카드에 또다시 말려드는 듯 보였다.

#. 역전된 후반전 : 수원은 어떻게 서울을 공략했나?

수원은 전반전 내내 스리백을 사용하는 서울에 그라운드 전 지역에서 수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결국, 선수들의 움직임은 후반전 들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시작과 동시에 변화가 연출됐다.

자기 진영으로 내려와 측면 수비에만 치중하던 염기훈과 고차원은 후반전 들어 전방까지 올라와 서울의 스리백과 측면 수비수들에게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 여기에 풀백인 오범석과 홍철의 오버래핑, 중앙 미드필더 권창훈의 공격 가담까지 더해져 순식간에 수원은 상대 진영에서 수비수들과 같은 인원수를 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결국,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을 방어해내던 오스마르도 측면과 중앙 지역에서 수비수들의 커버 플레이를 도울 수밖에 없었다.

오스마르가 본래 위치를 떠나고 다른 지역에서 커버 플레이를 돕자 한층 자유로워진 선수는 산토스였다. 산토스는 전반전처럼 중앙을 벗어나 측면에서만 활동하지 않고, 중앙 지역에서 세로 방향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펼쳤다. 수비 시에는 중앙 미드필더와 같은 라인으로 내려오며 상대 공격수들에게 최소한의 방해를 가했고, 공격 시에는 최전방 공격수 로저보다 쳐진 위치가 아닌 함께 최전방으로 올라가면서 상대 수비수들을 수적으로 압박했다.

산토스가 측면이 아닌 중앙 지역으로 주 무대를 옮기자 이젠 로저가 한결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져가게 됐다. 산토스가 측면에만 머무를 경우 로저가 중앙과 측면을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산토스의 움직임이 중앙 지역에 머무르면서 로저는 측면 지역으로 넓게 이동하여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전반전 내내 자신을 쫓아다녔던 서울의 김진규를 완전히 떨쳐내며 마크맨을 따돌림과 동시에 서울의 수비 밸런스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측면 미드필더 염기훈과 고차원이 전방으로 올라오며 측면 공격수의 구실을 하고, 김진규와 중앙 수비수 한 명에게 전반전 내내 고립되어 있던 로저가 마크맨을 떨쳐내 중앙과 측면을 넓게 옮겨 다니며, 수적으로 더 큰 부담을 안겨주기 위해 산토스까지 최전방에서 공격에 가담하면서 서울은 좌우 윙백이 내려온 파이브백(스리백 + 윙백 2명)만으로 수원의 공격수들에게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기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오범석, 홍철의 오버래핑과 권창훈의 공격 가담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수비수와 공격수가 1:1의 상황 혹은 공격수의 숫자가 더 많은 상황까지 연출됐다.

수비수와 공격수가 1:1로 마주한 상황에서는 공격수가 개인의 기량만으로 혹은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재빨리 기회를 만들어내기가 훨씬 쉬워진다. 이러한 분위기를 살린 수원은 후반전 내내 원하는 대로 공격을 푸는 게 가능해졌고, 끝내 오범석의 멋진 방향 전환 패스와 염기훈의 정확한 크로스까지 겹쳐 로저의 결승골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전반전과는 확실히 다른 수원의 변칙적인 공격수들의 움직임에 끝내 굳건했던 서울의 수비 밸런스는 완전히 무너졌다. 여기에는 주중 호주에서 ACL 준결승전을 소화한 서울 선수들의 체력 저하도 한몫 했다.

이후 서울은 김주영을 빼고 정조국을 투입하며 기본 대형을 포백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이는 오히려 공격 진영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던 수원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물론 뒤가 무너지더라도 어떻게든 동점 골을 넣어야 하는 서울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은 당연히 나올 수 있던 상황이었다.

동점 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한 서울은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공격을 풀어줄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부재와 에벨톤, 에스쿠데로 등 외국인 공격수들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뜻대로 동점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교체 투입된 정조국은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료 선수들과 발을 맞추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모습이었다.

득점한 뒤에도 수원은 라인 간격을 좁히며 빠른 커버 플레이와 샌드위치 수비를 앞세워 서울의 공격을 튼튼히 방어했다. 종료 직전 몰리나에게 연결된 결정적인 기회는 정성룡의 세이브에 막히며 무산됐다. 밀리던 경기를 어떻게 하면 뒤집을 수 있는지를 확실히 이해했던 수원은 한층 더 영리해진 모습으로 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를 승리로 장식했다.

최근 수원의 모습은 이전과는 달라졌다. 더는 어딘가가 미숙해 보이는 팀이 아니다. 서정원 감독의 성장이 제대로 한몫을 하는 듯 보인다. 경험 부족으로 다 이긴 경기도 상대에게 내주던 초보 감독의 이미지를 최근에는 찾아볼 수 없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풍부해진 경험과 조직력, 베테랑 선수들의 합류로 팀으로서 더욱 견고한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

수원의 최근 순위는 어느덧 2위까지 올라섰다. 잘나가는 팀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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