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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5일 07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15일 14시 12분 KST

루키즘, 몸의 부지런함 뇌의 게으름

gettyimagesbank

'외모가 가장 중요한 스펙이다'라는 말은 이제 전 사회적인 상식이 된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면, 좋지 않은 인상 때문에 취업에 실패해서 성형을 했더니 취업에 성공했다는 스토리나, 헬스클럽을 배경으로 자신의 자랑스러운 식스팩을 찍은 SNS 상의 사진을 찾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외모지상주의를 일컫는 '루키즘'이라는 용어가 2000년부터 사용되고 있다고 하니, 외모에 무척이나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 듯하다. 하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나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우리의 속담이나, 출중한 외모 덕택에 왕이 된 사울, 왕비가 된 에스더의 이야기가 나오는 성경만 보더라도 루키즘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야.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한 것이지'라고 주장하기에는 심리학자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모가 가지는 영향력은 무척이나 크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배우자 혹은 애인을 선택할 때 성격을 가장 많이 고려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소개팅이 두 번째 만남으로 발전될 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요인은 외모라는 사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이 그 대상의 전체적인 인상에 영향을 끼친다는 후광효과의 대표적인 예가 외모이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취업에 더 유리했고, 호주의 경우 외모가 빼어난 사람이 연봉을 평균 3600만원 정도 더 받았다. 그뿐인가, 우리나라에서 2004년 수배 전단지에 실린 여성 범죄자의 얼굴이 아름답다고 하여, 팬카페가 생기고 '저런 외모의 여성이 범죄를 저지를 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댓글도 달렸다. 실제 미국의 연구를 보면 외모가 빼어난 범죄자의 경우 배심원단의 판결이 더 너그러웠다고 한다.1) 심지어, 외모가 뛰어난 아기들은 그렇지 못한 아기들에 비해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더 받는다는 연구 결과2)까지 있으니, 외모의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이쁘고 잘 생긴 것은 다 제 눈의 안경이야'라고 위안을 하고 싶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이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생각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외모의 아름다움에 대한 잣대는 매우 일관적이어서, 생후 6개월 정도의 아기들도 성인 기준과 동일한 외모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3)

물론 빼어난 외모가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명 '미녀는 괴로워 효과(beauty is beastly effect)'는 빼어난 외모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예를 들면, 외모가 빼어난 여성 상관에 대해 부하 직원들은 (외모가 빼어나지 못한 여성 상관에 비해) 낮은 충성도와 신뢰도를 갖고 있다고 한다.4) 하지만, '미녀는 괴로워 효과'도 위안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앞에서 언급했었던 외모의 후광 효과나 미녀는 괴로워 효과 둘 모두 외모에서 야기되는 선입견과 편견에 근거하여 한 사람을 판단한 결과이다.

뇌의 게으름의 결과 - 외모로 판단되는 사람들

왜 우리는 외모 혹은 외형을 통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는가? 그것은 우리의 뇌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효율적이라고도 한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대면하는 사람들을 정확하게 해석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하지만 우리가 대면하는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많고, 그 하나 하나가 자신들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미션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이 미션의 최고의 덕목은 속도이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내 앞에 있는 사람을 파악하여야 한다. 시계를 먼 옛날, 아직 수렵 생활을 하고 있는 인류의 조상의 시절로 돌려보자.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나의 적이 되어 나를 해칠 수도 있는 상황. 이 상황에서 내 앞의 사람이 나의 우군인지, 적군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인 부분이고, 촌각을 다투는 일이다. 이때 우리의 뇌가 선택한 전략은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상대방 외형 정보에 기반하여, 몇 개의 범주 중 하나로 상대방을 해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오렌지색 문신을 가지고 있다면, 나에게 공격을 할 수 있는 옆 동네 부족 일원으로 해석하여, 나의 뇌는 나의 운동영역에 명령을 내린다. "공격해!" 속도가 생명인 미션이기에 속도에 중점을 두다 보니 정확도는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적은 노력을 쏟고, 그 결과로 적당한 수준의 정확성을 얻으니, 충분히 효율적인 방식이다.

이와 같은 우리 뇌의 운영 방식은 아직도 여전하다. 미국에서 백인 경찰이 실수로 흑인이 총을 가졌다고 오인하여, 총으로 쏴 죽인 사건이 있었다. 백인 경찰의 머리에는 자신이 마주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여러 가지 범주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 그 중 하나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마약에 손을 쉽게 대며, 범죄율이 높은 흑인이었을 것이다. 백인 경찰은 찰나의 순간 얻은 상대방의 피부색과 머리 모양 등의 시각 정보를 가지고, 그 흑인을 자신에게 위협적인 흑인의 범주에 해당하는 존재로 파악했고, 이는 흑인이 가지고 있던 전화기를 총으로 잘못 보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흑인이 실제로 어떠한 사람인지는 그 순간 중요하지 않다. 인종 차별이 심한 미국의 문제라고 치부할 것인가? 우리 사회의 지역 감정, 외모 지상 주의, 이런 것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일까?

우리들은 외모로 사람들을 판단한다. 그것은 매우 쉽고 편한 일이라 우리의 뇌를 편하게 한다. 그리고는 우리의 외모를 가꾸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이 순간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은 루키즘의 시대에 편승하지 못하고 외모적 루저로 살아가고 있는 필자의 넋두리라고 하자.


참고문헌

1) Sigall, H., & Ostrove, N. (1975). Beautiful but dangerous: Effects of offender attractiveness and nature of the crime on juridic judgmen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1(3), 410-414.

2) Langlois, J. H., Ritter, J. M., Casey, R. J., & Sawin, D. B. (1995). Infant attractiveness predicts maternal behaviors and attitudes. Developmental Psychology, 31(3), 464-472.

3) Langlois, J. H., Roggman, L. A., Casey, R. J., Ritter, J. M., Rieser-Danner, L. A., & Jenkins, V. Y. (1987). Infant preferences for attractive faces: Rudiments of a stereotype?. Developmental psychology, 23(3), 363-369.

4) Braun, S., Peus, C., & Frey, D. (2015). Is Beauty Beastly? Zeitschrift fr Psychologie, 220(2), 98-108.


* 이 글은 한국심리학회 웹진 PSY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