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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23일 06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23일 14시 12분 KST

녹색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나랑 상관있다고?

한 나라의 녹색당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건 내가 녹색당원이라서 하는 얘기긴 한데, 그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현실 속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로 놓고 지향하는 적지 않은 유럽 국가의 의회에는 어김없이 녹색당이 존재한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녹색당이 연립정부 형태로 집권까지 했었고. 어느 나라에서든 녹색당은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을 넘어서 '모두 함께 질적으로 더 낫게 잘 먹고 잘 사는 삶'을 이야기한다. 그런 녹색당이 한국에도 있다. 물론 국회 안에 의석은 없고, 있던 지방의회 의석마저도 지난 선거 때 모두 잃었지만.

 

한 나라의 녹색당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건 내가 녹색당원이라서 하는 얘기긴 한데, 그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현실 속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로 놓고 지향하는 적지 않은 유럽 국가의 의회에는 어김없이 녹색당이 존재한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녹색당이 연립정부 형태로 집권까지 했었고.

어느 나라에서든 녹색당은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을 넘어서 '모두 함께 질적으로 더 낫게 잘 먹고 잘 사는 삶'을 이야기한다. 필연적으로 그런 삶의 기본이 되는 좋은 먹거리와 관련한 농업 문제, 그간 배제되었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문제, 또 후쿠시마의 경우처럼 순간의 사고로 좋은 삶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핵 발전 문제 등의 정치적 해결에 초점을 둔다.

그런 녹색당이 한국에도 있다. 물론 국회 안에 의석은 없고, 있던 지방의회 의석마저도 지난 선거 때 모두 잃었지만. 선거에서 뽑힌 시민의 대표자가 정치를 하는 대의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 정당은 소속 의원의 활동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구현한다. 그렇기에 원내 정당이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2016년 총선을 대비해야 하는 2년 임기의 녹색당 새 대표단, 그 대표단에 출마한 이들의 토론회가 9월 21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있었다.

녹색 현실주의 대 녹색 근본주의

이번 녹색당 선거에는 여성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이유진(40), 정유진(29) 후보가, 남성 공동운영위원장으로는 김수민(33), 안준혁(24), 하승수(47) 후보가 출마했다. 여/남 공동정책위원장에는 각각 김은희(43), 한재각(45) 후보가 나섰다. 공동정책위원장으로 출마한 한재각 후보는 녹색당 창당 이전부터 정당 경험이 풍부한 편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선거민주주의에의 적응과 원내 진출을 강조하는 현실주의 노선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정책위원, 국회 성평등정책연구포럼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한 김은희 후보 역시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동운영위원장 쪽은 얘기가 다르다. 20대 초반부터 정당 활동을 해왔던 김수민 후보 정도를 제외한 다른 네 후보는 모두 녹색당이 생애 첫 정당이다.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감이 없지 않으나 '기존 정당 경험의 유무'는 현실 정치에 대한 인식과 관련이 있고, 공교롭게도 그것을 기준으로 이번 후보들 간 '정당 운영'에 대한 관점이 상이하다. 좀 거칠지만 그 차이를 '녹색 현실주의'와 '녹색 근본주의(또는 이상주의)'로 구분해서 명명할 수 있겠다.

'녹색 현실주의' 그룹 안에는 김수민 운영위원장 후보와 한재각 정책운영위원장 후보가 속해 있다. 이 둘은 일종의 러닝메이트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두 후보는 현 대표단이 지난 지방 선거에서 각 지역 비례대표 출마를 지역의 자발성에 맡겨두었을 때, 전 지역에서의 비례대표 출마 결의를 통해 되도록 많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가야한다는 입장을 적극 주장하거나 지지했다. 출마 자체가 당의 인지도 상승에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선거야말로 정당의 핵심 존재 의의라는 관점에서 기인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녹색당 3기 공동운영위원장 후보들. 왼쪽부터 이유진, 정유진, 김수민, 하승수, 안준혁 후보.

반면 '선거 때문에 당 내부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이 생기고 당의 풀뿌리 동력이 많이 소진되었다'는 선거의 부정적 일면을 자신들의 출마의 변으로까지 내세운 정유진, 안준혁 후보는 '녹색 근본주의'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특히 정유진 후보는 설령 녹색당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내더라도 직접민주주의라는 녹색당의 기본 가치를 지탱하는 기초 조직들이 허약해진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으며, 강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상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의 활동을 잘 유지 관리하는 것이 공동운영위원장의 몫'이라는, 당 대표 자리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관료에 가깝다고 여기는 듯한 생각을 피력하기도 했다.

또 다른 후보인 현 공동운영위원장 하승수 후보와 현 공동정책위원장 이유진 후보는 어느 그룹에 속한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녹색 근본주의'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녹색당의 리더로서 현실 정치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두 후보는 지난 몇 년간 녹색당을 이끌어 오며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면에서는 약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번 토론회에서 그 같은 지점이 김수민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지적당하기도 했다.

김 후보의 지적 중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전국당(중앙당)이 '풀뿌리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지역당을 '자유방임' 상태로 내버려둔 게 아니냐는 발언이었다. 가령 녹색당이 제대로 된 정치조직이라는 걸 알리는 것, 즉 '정당 홍보를 통한 인지도 상승'은 지역당에 버거운 일이라 전국당이 해야 할 몫이었음에도 대표단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풀뿌리 지역정치'나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사람일수록 시민의 자발적 역량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현 대표단의 그런 성향이 지역당의 방치를 불러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황의 해소를 위해 김수민 후보가 내세운 '전국당 강화' 공약은 근본주의 그룹의 민주주의관과는 다소 상충할 '강한 리더십'과 맞닿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녹색당의 미래가 한국 사회의 미래다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는 양 그룹의 대결 구도에서 어떤 성향의 후보를 선택할 것이냐에 따라 녹색당의 미래가 결정되지 않을까 한다. 한국에서는 낮은 지지율의 정당이 존속하기가 어렵다. 신속히 승부를 보지 않으면 의미 없는 정당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녹색당이 살아남아 초록빛을 발할 것이냐, 조용히 사라질 것이냐. 아마 총선이 끼어 있는 새 대표단의 임기 동안 그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여전히 양적 성장주의와 각종 불평등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핵 발전을 중심에 놓고 파국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를 전환시킬 동력을 만들어낼 정치세력인 녹색당. 앞서 말한 것처럼 한 나라에서의 녹색당의 존재감은 그 나라의 질적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 녹색당 대표단 선출 선거를 그냥 듣보잡 정당에서 벌이는 자기들끼리의 이벤트 정도로 치부할 게 아니라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이유이다.

녹색당 3기 공동정책위원장 후보들. 왼쪽부터 김은희, 사회자 서형원, 한재각 후보.

* 녹색당 대표단을 뽑는 선거 기간은 9월 25일부터 30일까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