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4년 07월 04일 10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9월 03일 14시 12분 KST

나는 왜 정당 활동을 하는가

결국 내가 정당 활동을 하는 이유는 모두 다 나를 위한 것이다. 자기합리화겠지만 이것은 평소 지향하는 '이기적으로 사는 것이 곧 이타적인 것으로 연결되는 묘한 삶의 방식'에 부합하기도 한다. 진정성을 안고 정치활동이나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격지심을 가질 때도 있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람들만 그런 것을 한다면 한 줌도 안 되는 진보정치세력이나 사회운동세력들은 아마 한 톨 정도밖에 남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2014-07-02-.jpg

내가 보기에 정치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넷 중 하나 이상을 꼭 갖고 있다. '선지자적 태도', '권력 의지', '결핍',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 '선지자적 태도'나 '권력 의지'는 사람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지만 '결핍'이나 '인간에 대한 애정'에 기반하고 있는 것들은 누군가를 공감하게 만들거나 감동시킬 수 있다. '결핍'은 인류 보편적 삶의 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 바탕에 깔린 이야기는 늘 사람들의 맘을 건드리니까.

그런데 정당 활동을 하고 있는 나는 그 넷 다와 무관하다. 그렇기에 나의 이야기는 재수 없다고 느껴지진 않겠지만 읽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거나 공감하게 만들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감의 힘'과는 또 다른 '솔직함의 힘'이라는 게 있다고 믿기 때문에 내 얘기를 조심스레 꺼내보려고 한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를 내어 2003년에 처음으로 한 정당의 당원이 되었다. 홍세화의『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이라는 책을 읽은 직후였다. 이후 지난 11년 간 모두 네 번의 당적을 가졌더랬다. 그러는 동안 당의 일에 엄청난 관심을 갖거나 열심히 활동해본 적은 없다. 부끄럽게도 녹색당 청년조직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위에서 언급했던 네 가지의 부재 때문이겠다. 그래도 내겐 그 네 가지에 비해 출력은 좀 떨어져도 쓸만한 다른 동력 몇 가지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재미와 위안이다. 비슷한 취향과 성향을 가진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즐거운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나는 유사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만들어가는 대화나 액션들이 그 어떤 놀이보다 즐거우며, 그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로 종종 힘을 얻는다.

둘째, 자기만족이다. 비록 착각일지언정 내 스스로가 소위 '개념 있는 사람'이고 세상에 뭔가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그것은 자존감을 높이거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인기 있었던 한 사극에서 주인공 정도전이 종종 썼던 표현을 빌리자면 '밥버러지'가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셋째, 더 좋은 세계에 대한 바람이다. 이때의 '더 좋은 세계'는 남을 위한 것이기 이전에 나를 위한 것이다. 한국에 '사회'라는 게 존재하는지 의문이지만 좀 더 자유롭고 평등한 한국사회에서 질 높은 삶을 누리고 싶다. 정치가 그걸 가능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구원에 대한 갈망이다. 종교는 믿지 않지만 신은 믿는다. 정확히는 신의 존재와 구원을 믿는다. 대학 새내기였던 열아홉 언젠가 우연히 만난 한 혁명가의 글귀가 계속 마음에 남아있다. "혁명을 위한 투쟁의 과정에서 우리는 숱한 오류를 저지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만큼 큰 오류는 없으니 차라리 투쟁하는 것이 낫다." 삶의 오류는 시정 가능하지만 오류 그 자체인 삶은 구원받지 못한다. 난 겁이 많은 인간이다.

결국 내가 정당 활동을 하는 이유는 모두 다 나를 위한 것이다. 자기합리화겠지만 이것은 평소 지향하는 '이기적으로 사는 것이 곧 이타적인 것으로 연결되는 묘한 삶의 방식'에 부합하기도 한다. 나를 위한 정당 활동이지만 내 참여를 통해 내가 속한 정당이 잘 되면 정치가 좋아지고, 그로 인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기에.

사실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진정성을 안고 정치활동이나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격지심을 가질 때도 있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람들만 그런 것을 한다면 한 줌도 안 되는 진보정치세력이나 사회운동세력들은 아마 한 톨 정도밖에 남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 진정성이라는 게 부족하거나 없더라도 먹고 사느라 바쁜 중에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자기 자신을 위한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라도 우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수단인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에 가입하고 참여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좋겠다. 는 진부하고 영양가 없는 말로 급 마무리한다.

* 이 글은 정치발전소에서 주관하고 청년유니온,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민달팽이유니온, 서울지역 정치외교학과 학생연합 여정, 노동당, 녹색당에서 활동하는 청년들과 재즈뮤지션 김세은, 어쿠스틱 밴드 오늘내일이 참가했던 토크콘서트 '오늘 내일 나 우리'에서 발언했던 내용입니다.

2014-07-02-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