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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27일 12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7월 27일 14시 12분 KST

"요즘 청년들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어"

얼마 전 사회운동에 오래 종사해 오신 어떤 분을 만났다. 그분께서는 대화 중에 자기 세대가 젊었을 때와 달리 요즘 청년들은 자립심도 부족하고 사회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 욱해서 '좋은 시민은 스스로의 자각으로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좋은 사회가 낳는 건데, 80년대에 마치 대통령 직선제만 쟁취하면 세상 다 좋아질 줄 알고 순진하게 굴어 좋은 정치를 통해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실패해서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앞 세대에 대한 은근한 원망을 하고 말았다.

얼마 전 사회운동에 오래 종사해 오신 어떤 분을 만났다. 그분께서는 대화 중에 자기 세대가 젊었을 때와 달리 요즘 청년들은 자립심도 부족하고 사회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 욱해서 '좋은 시민은 스스로의 자각으로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좋은 사회가 낳는 건데, 80년대에 마치 대통령 직선제만 쟁취하면 세상 다 좋아질 줄 알고 순진하게 굴어 좋은 정치를 통해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실패해서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앞 세대에 대한 은근한 원망을 하고 말았다.

원망하는 것이 옳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대꾸했던 말의 내용 자체는 틀린 게 없다고 생각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것처럼 '좋은 사람'의 존재는 그 사회와 무관할 수 있지만 '좋은 시민'의 존재는 좋은 정치 체제를 갖춘 사회 안에서라야 가능하니까.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생활이 있고 먹고 사는 문제만으로도 충분히 바쁘다.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따로 노력할 수 있는 건 극소수에게만 가능한 일이며, 대다수 보통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의 자연스러운 체험과 생각들을 통해서라야 좋은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정치 체제가 잘 작동할 수 있는 구조와 제도를 마련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겠다.

불행히도 지금 한국의 정치구조와 정치제도에는 문제가 많다. 여지껏 번갈아가며 집권해온 거대 양당은 한국사회를 망쳐온 주범이거나 그것을 방치한 공범이다. 현재의 정치제도는 그와 같은 양당 중심의 정치구조를 바꿀 수 있는 신생정당들의 제도권 진입과 성장을 방해하고, 여러 규제를 통해 정치로부터 시민들을 분리시키고 있다. '자유로운 정치활동 훼방법'이나 '정치발전 방지법'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각종 정당 및 선거 관계법과, 과도한 권력을 지니고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규제하는 기형적인 선거관리위원회의 존재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탈적 사례이다.

물론 불합리한 정치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시민들에게 그리 잘 와 닿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는 누구나 쉽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고 그래야 마땅하지만 '정치제도'는 낯설고 어려우며 변화예측이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또 설령 운 좋게 제도개혁에 대한 다수 시민의 동의를 구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있다. 지금 한국에서는 정당법, 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모든 것이 연쇄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도록 연결되어 있어 어느 일부만 손대기가 힘들다. 무엇보다 현재의 제도 하에서 이점을 지닌 기존 정치세력들이 쉽게 기득권을 내려놓을 리가 없다. 하지만 정치제도의 개혁은 쉽게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며, 언젠가 제도 변화가 가능한 순간이 올 때를 대비해서 제도에 대한 공부와 그를 통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유의할 것은 제도는 매우 다루기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더 망칠 수도 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정치제도개혁에 앞장섰던 소위 개혁적 소장파 의원들에게는 정치제도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비전이 없었다. 그랬기에 오히려 '반 부패'라는 미명 하에 정치활동에 대한 각종 규제들만 강화하거나 지구당을 폐지하는 등 정치와 시민의 접점을 없애면서 정치의 공간을 악화시키고 말았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에 대한 상당한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무지의 오류를 방지하려면, 내가 앞 세대의 한 사회운동가 분에게 했던 그 원망을 나중에 내 다음 세대의 누군가로부터 되돌려 받지 않으려면, 정치제도를 제대로 공부하면서 정치(政治)를 정치(精緻)하게 접근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에 꼭 부합하는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은 선거법의 문제점과 개선 방법을 중심으로 더 나은 정치제도를 모색해보려 한다. 이름하야 '이상한 나라의 선거 기자단'. '기자단'은 녹색당, 노동당, 정의당, 새정치민주연합 등 각 정당의 청년들 및 서울지역 대학 정치외교학과 연합동아리 '여정'과 '정치발전소'의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치를 통해 한국사회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최소한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 있도록, 더 좋은 정치가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3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공부하고, 요즘은 그 공부의 결과물들을 '프레시안'에 릴레이 연재하는 중이다. '기자단'의 작은 움직임이 한국 정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 '이상한 나라의 선거 기자단'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goodemocra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