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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15일 05시 52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16일 14시 12분 KST

더 이상 '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

연합뉴스

우리 사회가 보수의 절대적 우위라는 막연한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특정 이슈를 두고 대립하는 국면이나 선거에서는 보수정당이 늘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사고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20대 총선 결과, 이러한 인식이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먼저 보수층은 균열이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는 신화가 무너졌다. 지난 대선과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승리했다. 재보궐선거에서는 늘 압승했다. 고령 유권자를 중심으로 새누리당에 대한 절대적 충성도가 형성되어 있다고 믿었다. 새누리당이 어떠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지지강도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보았다. 하지만 보수의 아성인 영남에서 야당과 무소속으로의 이탈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컸다. 또한 고령 유권자의 투표의지는 최근 선거에 비해 약화되었다. 이는 수도권에서 여당 후보의 지지율이 40%선에 그치는 결과를 낳았다.

또 고령 유권자의 증가는 아무리 야권성향층의 투표율 증가가 있더라도 실제 투표층에서의 점유비는 우세할 거라는 신화도 깨졌다. 20대와 30대 등 젊은층은 막연히 투표율이 낮을 거라는 인식이 있어 왔다. 하지만 이번 방송3사 출구조사를 통해 보면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투표 저관심층이 아닌 그룹으로 변했다. 투표율 증가폭이 경이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40대는 더 이상 중도가 아니다. 40대는 이미 20대와 30대처럼 진보적 경향성이 강화되어왔다. 50대와 60대에서도 과거처럼 보수정당에 대한 일방적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학력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적 의식의 제고로 인해 정당과 후보에 대해 냉정하게 비교평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보수 우위의 언론환경도 보수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의 근거로 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대중의 기류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면서 대중의 반발과 비판적 정서를 담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대중의 반발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섬세하게 대중의 불만, 정권과 여당에 대한 부정적 흐름이 전달되었다면 상황은 다르게 전달될 수도 있었겠지만 대중과 괴리된 주류 언론의 흐름은 힘을 잃고 말았다. 반면 젊은층은 온라인과 SNS 등을 통해 언론 환경의 기울기를 교정해오고 있었다.

또 이전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진보정치세력만이 평가를 받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보수정치 세력이 평가받는 국면으로 진입했다. 두 번의 정권을 보수정치세력이 맡게 되면서 국민들은 진보정권과 보수정권 양쪽을 균형 있게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보수가 갖고 있던 신화도 허물어졌다. 특히 경제분야에 있어서는 보수정치 세력이 진보정치 세력에 비해 절대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무너지고 있다. 산업화를 주도했던 보수정치 세력이 경제성장과 발전에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국민에게 존재했지만 지난 두 번의 보수정권도 경제에 있어서는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이것이 무너지게 되었다. 오히려 청년실업률의 급증, 경제성장률의 하락, 국가부채의 증가, 중산층의 몰락은 국민의 보수정치 세력에 대한 경제분야에서의 기대감을 하향조정하게 되었다.

더구나 보수정당이 보여준 정치행태에 대한 실망과 내부의 계파갈등으로 인한 불안정은 보수정치 세력이 사회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는 인식에도 균열을 냈다. 여권 내부의 권력을 둘러싼 극한 대립은 보수층과 중도층에서의 신뢰를 떨어트렸다. 민주적 절차를 외면하고 유권자를 주권자가 아닌 종속적 존재로 전락시킨 데 대한 반발이 높게 형성되었다. 우격다짐식의 공천으로 인한 내부 혼란을 수습할 리더십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보수에 대한 보이콧 현상을 확대시켰다. 이제 보수는 변화를 택하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절대적 지지를 복원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기로에 선 것이다.

* 이 글은 영남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