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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22일 05시 04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22일 14시 12분 KST

북풍은 언제 역풍이 되는가

연합뉴스

선거를 앞두고 부는 북한으로부터의 바람은 자연풍이든 인공풍이든 늘 정치적 논란이 된다.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이전의 단순 도발과는 차원이 다른 국가적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선거라는 특수한 국면에 들어서 있기 때문에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이후 인식체계는 다양하게 변할 여지가 있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북한의 도발, 즉 북풍은 정부와 여당에 일단 유리하다. 이것을 부인할 순 없다. 효과가 과거에 비해 낮아지긴 했지만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중도층 등의 결집효과가 이전에 비해 제한적이긴 하지만 당장 야당의 정권심판론의 예봉을 상당 부분 무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풍은 종종 역풍이 되어 여당에 몰아칠 때가 있다. 언제 북풍은 역풍으로 변하는가.

첫째, 안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때이다. 어떤 정부도 외부의 도전과 위협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국민들은 반발하고 비판한다. 정부의 제1 의무인 국민 안전을 위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또 국가적 자존심을 세우지 못하면 어느 국민이 정부와 국정운영의 한 축인 여당을 선거에서 지지하겠는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미온적 대응, 부실한 대응을 하게 되면 선거에서 여당은 유권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둘째, 선거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활용하려고 할 때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국민은 때때로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제약을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선거 때 정치권의 의도까지 모르진 않는다.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이 더욱 높아지고 미디어의 확장이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정치세력의 결정과 행보가 어떠한 속내를 지니고 있는지도 쉽게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여당이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하기 위해 안보국면을 길게 가져가려 한다든가, 안보분위기를 더 강화하려 한다든가, 유리할 것 같은 일정을 선거에 임박해 결정한다든가 하면 의혹을 얻게 되고 역풍이 분다. 2000년 4월에 16대 총선이 있었다. 당시 김대중정부는 총선을 사흘 앞두고 6·15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격 발표했다. 내심 선거에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을 기대했으나 선거결과는 여당의 패배였다. 아무리 좋은 소식이더라도 인위적 의도가 개입되면 역효과가 나는 것이다.

셋째, 경제상황 악화로 이어질 때이다. 안보 위기가 고조되더라도, 또 북한 위협의 강도가 세지더라도 국가 전체 차원의 걱정을 하게 된다. 국민 개개인에게 실제적인 피해가 당장 닥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긴장 국면이 길어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져 경제가 흔들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요동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당장 경제적 손실이 현실화된다. 경제가 불안정해지면 기업들의 신규투자도 제약되고, 취업률도 떨어지게 되어 구직시장에 나와 있는 사람들의 한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가 나빠지면 자영업자들의 불만도 즉각적으로 나오게 된다.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천안함 정국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5월24일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내놓았다. 이른바 5·24 조치이다. 3월에 시작된 천안함 정국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더욱 강경한 대응이 나오면서 다음날인 5월25일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환율은 폭등했다. 하루 만에 29조원이 증발했다는 계산이 나왔다.

선거를 일주일 남겨놓고 경제 악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유권자들의 시선은 여당에 냉정하게 변했다. 북풍이 역풍이 된 것이다. 막연한 두려움이 개인의 실제적 손실로 변할 때 다른 시각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 이 글은 영남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